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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May 01. 2019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사실은 '지금'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모지스 할머니’라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모지스 할머니는 76세부터 시작한 그림을 101세까지 그렸고 그 그림과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냈는데, 그 책이 한국으로 오면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 니다》라는 제목을 달게 되었다.


이 책에 눈길이 간 건 어쩌면 인생 제2막을 준비하며 갈대처럼 흔들리던 내 마음에 이 책의 제목이 한 줄기 위로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지스 할머니는 미술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거의 평생을 시골 농장에서 일하던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것이다. 젊지 않은 나이에 어떻게,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76세가 되던 해, 평소 앓던 류머티즘 관절염 때문에 자수바늘구멍에 실을 끼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늘을 내려놓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76세. 지금의 나에겐 까마득한 나이다. 살아온 날 만큼을 더 살아야 겨우 미칠 수 있는 나이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보다 그때까지 하던 모든 것에서 은퇴하고 한가로이 여생을 보내야 할 것 같은 나이다. 바로 그 나이에 모지스 할머니는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화가로서 성공했다. 그냥 성공한 정도가 아니고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그녀의 그림이 백악관에 걸릴 정도로 성공했다. 요새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속담보다 개그맨 박명수가 말한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가 더 통용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녀의 이 말은 울림을 주었다.


사람들은 늘 ‘너무 늦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최근 회사에서 시장 축소와 실적 악화가 겹쳐 200여 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말은 희망퇴직이었지만, 일부는 권고사직을 통보받기도 했다.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고용 안정성이 흔들리다 보니 사내 분위기가 휘청휘청 엉망이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다음 대상은 내가 될지도 모르니 빨리 다음을 준비해둬야겠다는 생각으로 모두의 마음이 어수선했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그 이야기였다. 거기다 다들 연차가 쌓인 경력자다 보니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는데, ‘마흔을 넘기면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하기엔 늦다.’라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마흔이란 나이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어버린 걸까? 고백하자면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지스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당신의 나이가 이미 80이라 하더라도요.” 그렇게 나는 10년을 다닌 회사에 육아 휴직을 냈다. 육아 휴직이 될지 퇴직이 될지 아직 모르지만(이 글을 발행하는 지금 시점은 퇴직을 했습니다 ^^). 살던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8여 년을 살던 지역을 떠나 고향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겪어 보지 못했던 많은 새로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두렵고, 또 한편으론 기대감이 부푼다. 그래도 기대감이 더 큰 것은 어쩌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님을 모지스 할머니로부터 배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말처럼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언제나 그래 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




이렇게 해서 총 14편의 위클리 매거진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시작노트』책 발간한 주부터 벌써 14주가 흘렀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이 기간 동안 회사도 퇴직하게 됐고, 환경의 변화가 많았네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오늘도 삶을 살아갑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을지도 몰라요. 여러분 망설이고 있는 일이 있다면 시작해 보세요.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죠. 맞아요 어쩌면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할 수 없으면 좀 어떤가요? 시도도 못해보나요? 스스로를 규정하지 마시길 바라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넘어질 수 있는 권리를 적극 누리면서 사시길 바라요. 그동안 연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세요. (^^)

이어서 퇴사 후의 삶을 이야기하는 <내 맘대로 사는 인생>이라는 시리즈로 연재를 시작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๑˃̵ᴗ˂̵)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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