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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Apr 24. 2019

익숙한 길로만 가서는
신대륙을 발견할 수 없다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당신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시간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비싼 집 값에 역세권은 엄두도 못 내는 평범한 직장인이라 여느 때처럼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에겐 안 좋은 버릇 하나가 있는데, 딴짓을 하다 종종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는 것이다. 돌발 상황을 싫어하고 무슨 일이든 계획대로 진행하는 걸 좋아하는 플랜맨이라 내려야 할 역을 한참 지나서야 부랴부랴 내릴 때면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날도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읽다가 내려야 하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쳤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동네라 다음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알 길이 없는 채로 하차 문 앞에 서서 속만 태웠다. ‘제발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세워주라.’ 발을 동동 굴리다 내리자마자 버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돌아섰다. 그러다 문득(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냥 무턱대고 가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리고 난생처음 본 골목으로 지도 어플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옛날 사람들이 밤하늘을 지표 삼아 길을 떠났던 것처럼 대략적인 집의 방향을 생각하며 골목길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금까지 내리던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던 길보다 더 편하고 빠른 길을 발견하고 만 것이다. 


익숙한 길은 편하고 좋다. 반면 새로운 길에는 항상 두려움이 따른다. 삶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방식에 빗대자면 익숙한 일처리 방식이 편하고 좋다. 회사에서 정해준 과정을 따르는 게 훨씬 안전하다. 굳이 검증된 방식을 두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지극히 당연하다. 앞으로도 세상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면, 굳이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변화 속도도 너무 빠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아웃라이어》에서 언급한 뒤 유명해진 법칙으로, 무슨 일이든 1만 시간을 들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개념이 유행을 해서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하며, 자신은 어떤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할지 앞다퉈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1만 시간의 법칙을 창시한 사람은 말콤 글래드웰이 아니다. 창시자는 스웨덴의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다.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는 말콤 글래드웰 덕분에 1만 시간의 법칙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자《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통해 말콤 글래드웰은 이 개념을 오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무턱대고 1만 시간을 들인다 고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에릭슨 박사는 사람마다 무언가에 익숙해져서 편안함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행동 패턴이 있으며, 이를 고수한다면 1만 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애플을 이끌었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퇴출당하는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잡스는 결국 애플로 복귀를,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이후 애플의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광고를 기획했다. 그것이 바로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 또는 다른 것을 생각하라)다. 어느 날 갑자기 익숙한 걸 모두 내던지고 모든 걸 확 바꾼다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다.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익숙함에 머물게 하는 것들을 내다 버리기 위한 시도라도 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실패할 수 있고 이게 효과는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나 역시 여러 강연을 듣거나 또는 강연단에 서보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대다수는 실패에 그친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기도 하고 역시 난 안 되려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던 것도 꾸준히는커녕 시작하는 것조차 힘겹게 느꼈었는데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내성이 생겼다. 실패하는 확률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듯이 무수한 시도와 실패들이 나에겐 모두 입에 쓴 약이 되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냄비 안에 개구리와 물을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조금씩 뜨거워지는 물 온도에 익숙해져 자신이 죽어가는 것도 모른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나는 오늘도 무엇에 가열되고 있는가?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당신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시간. 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를 드립니다. 삶에 변화가 필요하신 분은 『시작노트』 매거진을 구독해보세요. (๑˃̵ᴗ˂̵)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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