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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Apr 17. 2019

엉뚱한 시도 지하철역 N행시

꾸준함이 이어져 자신감이 되기까지!

“연초가 되면 다들 한 해 계획을 세운다.”라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 마침 페이스북에서 2011년 1월에 있었던 추억이라며 내가 썼던 글을 알림으로 띄워줬다. 제목이 ‘2011년 나의 목표’다. 내가 얼마나 무모한 사람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인지라 부끄럽지만 남겨본다. 


[2011년 나의 목표]

1. 나눔 프로젝트 10건 이상 실행 

2. 기타 완곡 100곡 

3. 독서 100권(원서 10권 포함) 

4. 성경 완독 

5. 새로운 분야의 도전 

6. 세계지도 외우기 

7. 해외여행 

8. 국내 일주  


지금 다시 보니 거의 평생 해야 할 버킷리스트 수준이다. 어떻게 저 많은 일을 1년 안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계획을 세웠었는지 무모함마저 느껴진다. 어찌 됐든 올해는 다르다. 올해의 목표는 딱 하나! 바로 ‘꾸준히’하는 것이다. 뭐든 꾸준히 오랫동안 하기. 며칠 전 페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무엇을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딱 하나만이라도 “꾸준 히”해보자. 정보의 수집이 아닌 ‘경험의 수집’이 필요한 시대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1년 동안 지치더라도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해 보는 경험을 올 한 해는 수집해보리라. 이후 나의 10년에 그 경험이 정말 필요할 거라고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연초엔 정말 대단하진 않지만 소소하고 꾸준하게 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글 쓰는 걸 좋아하니 뭔가 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도대체 뭘 쓸까? 그러던 중 엉뚱하게, 정말 엉뚱하게도 2 행시, 3행시 같은 N 행시를 주중에 매일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이 때도 직장인이니 주말은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보다 ㅋㅋ 주중 도전을 생각한 거 보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의 꾸준함을 연습해보는 의미로다가. 왜 N 행시냐고 물으신다면, 정말 아무 의미 없다. 갑자기 그게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매번 N 행시를 지을 단어를 고르는 것도 일이라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각 역이름으 로 N 행시를 짓기로 했다. 일단 자주 타던 3호선을 위에서부터 훑어 내려오는 걸로. 여기까지 일사천리로 결정되다니 웬일인가 싶기도 했다. 그럼 어디다 쓸까? 브런치에 그런 경박한(?) 글을 남기기는 좀 그러니 비교적 캐주얼(?)한 인스타그램에 남기기로 결정했다. (인스타 팔로워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2017년 3월 28일. 시작한 지 약 4달 만에 43개 역이 있는 3호선 역을 끝마쳤다. 처음에는 하루하루를 지어 올린다는 게 시간도 꽤 걸리고 힘도 들었지만 갈수록 익숙해지고 오히려 올리지 않는 날은 허전함을 느낄 정도였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남부 터미널과 고속 터미널. 터미널이라는 단어 자체도 N 행시로 이어가기 쉽지 않았는데, 하필 남부 터미널과 고속 터미널은 두 정류장 거리였다. 같은 의미로 종로 3가와 을지로 3가도 나름대로 고비였다. 

지하철역 N행시 3호선


그렇게 3호선을 끝내고 바로 2호선으로 넘어갔다. 2호선은 역수만 51개, 3호선보다 개수도 많지만 무엇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영등포구청역, 서울대입구역 등 시작도 전에 고비가 예상되는 험난한 이름들이 버티고 있었다. 예상대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N 행시를 짓는 데는 며칠이나 걸렸다. 약 3달 만에 2호선을 끝낼 수 있었다. 

지하철역 N행시 2호선


다음은 분당선. 총 36개의 역으로 이루어진 분당선은 2달 반 만인 9월 11일에 마무리했다. 3호선, 2호선을 거치면서 겪은 경험 덕분에 분당선은 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제는 지하철 N 행시를 지어 올리는 게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애초 계획대로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 올려 보려고 시작한 게 꽤나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은근히 다른 일도 꾸준히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분당선 역 중에는 특별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근처의 역이 있어서 더 애정을 담을 수 있었다. 아직 남은 호선들이 많지만, 이 추세라면 서울 지하철 모든 노선의 역 이름으로 N 행시를 지어 보는 프로젝트도 금세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에는 『지하철 역시』라는 이름으로 전자책을 하나 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크게 생각하면 큰일이고 작게 나누어 생각하면 작은 일이다. 크게 생각하면 하기 전부터 부담이 돼 시작하기가 어렵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옛말처럼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천 리 길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코끼리를 먹는 방법은 한 입씩 야금야금 먹는 거라던 농담이 떠오른다.


지하철역 N행시 분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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