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Kim Apr 10. 2019

하루 15분 100일 독서

하루 1%의 시간 15분을 통한 삶의 변화

왜 책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특별하게 댈 이유는 없지만 믿는 말이 하나 있다. 책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 비록 그 변화가 느릴지라도.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서 꽤 오래전부터 책 소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이 역시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책 읽는 재미를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하루 중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기 쉬운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한잔 마시며 동료와 잡담을 하거나 SNS를 하면 금세 가는 최소한의 시간, 하루 15분 말이다. 15분이란 시간은 《하루 15분 정리의 힘》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습관을 만드는 목표 기간은 상징적 숫자인 100일로 잡았다. 멤버를 모으기 위해 브런치에 글을 쓰고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했다. 


<하루 15분 100일 독서> 멤버 모집 글 

책 읽기 참 좋은 계절이네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 그리고 책을 좋아하고 싶은 분들. 독서는 습관입니다. 하루 24시간의 1/100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 15분. 하루 15분만 책 읽기에 투자해보는 건 어떠세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습니다. 혼자 가면 힘들고 지루한 길도 함께라면 즐겁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하루 15분 독서 모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모임 목표는 장기적으론 책 읽기 습관 만들기이고, 단기적으로는 100일 연속 책 읽기입니다. 저는 연속 읽기 100일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게 궁금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책 읽기는 느릴지라도 여러분의 인생을 바꾸게 될 겁니다. 누구나 Welcome! 


어떤 식으로 여러 사람들과 하루 15분 독서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할까 고민하다, 얼마 전 마케팅 스터디에 참여했을 때 처음 알게 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오픈 채팅은 서로의 아이디나 연락처가 없어도 접속 링크만 공유하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쉽게 그룹 채팅방을 구성할 수 있는 카카오의 서비스다. 쉽게 말하면 익명 채팅방이다. 이곳을 매일 자신이 읽은 책과 분량, 시간을 공유하는 장소로 쓸 것이다. 애초 10명이나 모일까 우려했으나 예상과 달리 빠른 시간에 20명이 모였다. 더 많아지다가는 채팅방이 정신없을 것 같아 서둘 러 20명으로 채팅방 인원을 제한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도전에 참여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채팅방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다. 


문득 왜 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보면 소소하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이 도전에 참여했을까? 이유가 궁금해서 멤버들에게 온라인 설문지를 돌려서 물어봤다. 사람 수만큼 다양한 답변이 있었지만, 큰 맥락에서 요약하자면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었다. 

1) 매일 하는 도전이 일으키는 변화에 대한 궁금증

2)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

3) 스스로를 자극하기 위한 습관 만들기


100일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무언가를 100일 동안 연속으로 진행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도전해본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도전은 시작됐다. 방식은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었다. 100일 동안 무슨 책이든 원하는 책을 읽고 매일 오픈 채팅에 자신이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인증하고 기록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이 하루하루 자신이 읽은 책을 인증하기 시작하자 자신이 읽었던 책이 나오면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 이야기 가운데 개개인의 삶이 묻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읽어보려고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 뒀던 책을 누군가 읽었다고 말하면 그 책은 어떤 내용인지, 재미있는지, 추천해 줄 만한 책인지 등등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이런 책 모임을 하다 보니 종종 주변에서 책 추천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한 번은 지인으로부터 남과 비교하는 마음으로 괴로워서 비교 의식을 버리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언뜻 떠오르는 책이 없어 15분 독서 모임 채팅방에 책 추천을 요청했다.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추천 책들과 추천하는 이유가 채팅방을 가득 채웠고, 덕분에 그 친구의 마음에 꼭 드는 책을 한 권도 아닌 여러 권이나 추천해줄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사람들의 집단지성을 느낀 순간이었다. 

ⓒ unplash.com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하루 15분 독서 100일 도전은 어느덧 반환점인 50일을 돌파했다. 애초 무리라고 생각했던 도전은 나름 순항하고 있다. 사람 사는 게 다들 비슷하게 보이면서도 가까이서 보면 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것이 다르고, 삶의 고민도 서로 다르다. 고르는 책 제목들만 쭉 이어봐도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예상해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고민이 책을 매개로 하나씩 풀어진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과 서로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친한 친구처럼 느낄 수 있었다. 이름, 나이, 성별 등 아무 정보가 없으니 편견 없이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했고, 50일을 진행하며 성별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재미있는 기억만큼 뿌듯한 기억도 많다. 많은 분이 이 도전을 진행하는 동안 읽은 책이, 지난 1년 동안 읽은 책 보다 많다고 기뻐했다. 심지어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껏 살아오면서 읽었던 책보다도 이 프로젝트 동안 더 많은 책을 읽어서 너무 신기하다는 분도 있었다. 이렇게 읽기 시작한 책들은 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까? 그 끝이 궁금해서라도 도전을 함께한 사람들과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목표했던 100일이 지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을 꺼냈다. 사실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런 계획까지 세우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그냥 이런 모임을 하나 만들어서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고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가 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해서 급조된 프로젝트였다. 일단 100일이 완료되면 실제로 다 같이 만나는 시간을 가져볼 생각이다. 100일 이후의 우린 어떻게 변해있을까? 채팅방은 해체됐을까? 유지되고 있을까? 나 역시 몹시 궁금하다. 


ps. 이 글을 쓴 지 2개월이 지났다. 의 근황을 알리자면, 기수는 어느덧 6기까지 늘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1기 모임은 현재 150일 이상 연속 읽기를 이어가는 분들도 있다. 100일 이후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채팅방에서 나가며 졸업을 하거나 200일까지 도전을 이어나가기로 했으나 아직 아무도 졸업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1기와 2기에서는 100일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 100일 기념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했다. 각자 인상 깊게 읽은 책을 한 권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그 책이 어울릴 것 같은 멤버들에게 직접 선물하는 시간도 가졌다. 책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다.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에.




위의 내용은 『시작노트』에 실린 에피소드를 소개한 내용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하루 15분 독서 모임에 참여하신 분 중 가장 많은 성공을 이어가고 계신 분이 530일이 넘어섰고, 모임 자체에 참여하신 분은 300명이 넘었습니다.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당신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시간. 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를 드립니다. 삶에 변화가 필요하신 분은 『시작노트』 매거진을 구독해보세요. (๑˃̵ᴗ˂̵)و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