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대신 책과 펜

우리가 집어 들어야 할 건 술잔이 아니라 책과 펜이다.

by 천성호

힘든 일과를 끝마친 저녁, 친구들과 지인들을 불러 모읍니다.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이면 어김없이 술집으로 향합 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자, 마시자!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만 살 것처럼!”


그리고 다음 날, 폐인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평균 노동시간 2위를 차지할 만큼 긴 긴 노동시간을 자랑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일을 하다 보니, 퇴근을 하고 나면 그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레 강해집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무언가를 하는 게 싫어집니다. 직장을 벗어난 후에는 완벽하게 행복한 나로서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 지요. 운동, 공부, 책 읽기……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걸 하기가 귀찮고 싫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또 머리 아프고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테니까요.


그러한 이유로 과거의 나는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습니 다. 학창 시절에는 학업을 핑계로, 군 시절에는 힘든 군생활을 핑계로, 아르바이트나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일 핑계로……. 그저 ‘바쁘다’, ‘힘들다’라는 말로 모든 것을 덮고 살았습니다. 철이 없던 어린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바쁘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조금씩 책을 가까이한 뒤부터 점점 나보다 더 힘들고 바쁘게 사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난 매일매일이 바쁜 게 아니라, 그저 매일매일을 보상받고 싶었던 것뿐임을 말이지요.


그 생각이 든 후로, 내가 가졌던 많은 만남 술자리 들을 돌이 켜보곤 했습니다. 돌이켜본 그 시간들은, 도돌이표처럼 늘 같은 말과 상황을 되풀이한 자리였습니다. “누구 선배가 어쨌네”, “어느 과장, 매니저가 저랬네”, “누구누구랑 연애한다고 기사가 났네”, “어떤 드라마의 어느 장면이 이랬네 저랬네”……. 그렇게 나와는 별 관련이 없는, 혹은 얘기해봐야 입만 아픈, 어떠한 이득도 없는 말들 속에서 그저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 인생 기우는 줄도 모르고.


물론 내가 가진 모든 만남 술자리들이 무의미한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자리에 기대어 그날그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무의미하게 잦았던 만남의 자리들은, 그저 누군가의 험담이 안줏거리로 차려지고 개선되지 않을 고민의 위안을 얻는 자리였습니 다. 고민과 힘든 상황을 같이 개선해보려 했다기보단, 고민과 문제들을 같이 합리화하며 스스로 위안 삼았던.



반면에 책은 대부분 나에게 유익한 시간을 제공했습니다. 한 권의 책에는 얻어 갈 메시지가 하나 이상 반드시 있었고, 그 메시지들은 나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시간을 늘려가다 보니 점점 무분별한 술자리와 약속을 잡지 않게 되었고, 휴일에 그저 공허하게 천장을 바라보거나 멍하니 TV를 보는 시간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오히려 늘 해왔던 일 친구들과의 약속, 휴일에 TV 보기들이 가끔 하던 일로 바뀌다 보니, 예전보다 그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오늘도 되도록 많이 ‘들려’ 노력합니다. 조금 더 능동적인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말이지요.


술잔이 아닌, ‘책과 펜’을.


본 내용은 출간된 책 <지금은 책과 연애중>의 본문내용을 발췌한 글이며, 책은 가까운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사물을 손에 들고 있나요?


<지금은 책과 연애 중>

http://m.yes24.com/Goods/Detail/42708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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