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가 될 수 있기를.
교복을 입던 학창 시절. 친구들이 어떤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다니는지, 어떤 가방을 메고 있는지가 나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어떤 브랜드의 점퍼를 걸치고 있느냐에 따라 일종의 ‘계급’이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유행과 과시에 민감했던 어린 시절엔 그렇게 누군가가 입고 있는 브랜드가 부러웠습니다. 내 주머니 사정으론 도저히 살 수 없었기에, 그 시절의 나는 그런 비싼 브랜드를 입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괜한 자격지심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 살, 한 살, 시간의 나이를 얻어가며, 나는 점차 누군가가 걸치고 있는 브랜드보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능력, 그 사람 자체의 브랜드가 부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브랜드 제품을 어깨에 걸치고 다니며 스스로의 가치를 돋보이려 했던 과거와 달리, 온전한 나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데 더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어떤 브랜드 옷인지, 어떤 브랜드 가방인지, 또 어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지. 어쩌면 그런 부분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능력, ‘부 富 ’라는 것의 척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부라는 건 늘 있다가도 없는 것이기에, 계속해서 나의 능력으로 남아 있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게다가 부는 변덕이 심해서 그저 잠시 내 옆에 머무르다 떠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모든 것을 벗고 알몸이 되었을 때, 나라는 사람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가 될 수 있길 바랐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그 가치를 향상시키고 싶었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었습니다. 책은 온전한 나 자체를 만들고 발전시켜줄 수 있는 존재니까요.
당연히 몇 권 읽었다 해서 바로 바뀌진 않았지만, 나는 분명 책에 의해 바뀌 었습니다. 책은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바꿨다기보다,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바꾸었습니다. 외부적인 브랜드에 의존해 살아가던 내가, 점점 ‘나’라는 브랜드를 입어가는 과정이었다고 할까요. 책은 그렇게 나 자신을 만드는 방법과 길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은 덕분에 과거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은 고픔이 한참 이나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접하면 접할수록 더 갈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조금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도, 더 많이 배우고 싶은 것도, 그리고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의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까지도.
나는 갈구합니다.
어떠한 회사라는, 학교라는 타이틀에 속해 그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어느 자리에서든 ‘나’ 라는 타이틀을 내세울 수 있는 전문적인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나는 다시 갈구합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물질적인 것을 내려놓고, 입고 있는 모든 옷을 벗고 완벽한 알몸이 되었을 때, 볼품없는 모습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온전한 내 브랜드를 확립한,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본 글은 출간을 앞둔 책 <지금은 책과 연애중>의 일부 본문내용을 발췌한 글이며, 해당 책은 6월26일에 출간 될 예정입니다.
- 리딩소년 (천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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