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북리뷰어의 일지

서평을 쓴 후의 개운함은 손가락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by 천성호

서평의 개운함

디자인 감각은 형편없지만 평소 꾸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웹상에서 나만의 글과 공간을 꾸며나가는 일은 내 성향과 잘 맞는 편입니다. 물론 서평을 쓴다는 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서평을 끝마치고 나서 찾아오는 개운함은 내 손가락을 또다시 움직이게 만듭니다. 그러나 여전히 서평을 빨리 쓰지 못하는 나는, 지금도 서평 하나를 쓰는 데 기본적으로 한 시간은 족히 소요됩니다. 그래서인지 서평을 끝마치고 나면 항상 가벼움과 무거움이 같이 따라옵니다. 몸은 한없이 무겁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는 시간입니다.

스탠드

모두가 잠든 늦은 새벽. 올빼미족인 나는 이 시간에 스탠드를 켜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곤 합니다. 물론 형광등을 켜면 방이 전체적으로 더 환하지만, 내 시야 공간만 겨우 밝혀주는 스탠드 불빛이 나는 더 좋습니다. 뭐랄까, 그 작은 불빛은 나로 하여금 불빛 아래의 사물에만 온전히 집중하게끔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치 불 꺼진 캄캄한 공연장에서 한 명의 배우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상황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나에게 스탠드는, 일종의 조명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시간부터는, 오로지 내 앞에 놓인 책과 만나겠다는 다짐을 알리는 조명탄 말이지요.

책 ing

책은 완료형이라는 게 없습니다. 글을 정독해서 읽었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전반적인 흐름만을 기억한 채 머릿속에서 점차 잊히니까요. 그래서 책은 늘 진행형입니다. 진행형 중에서도 완벽한 능동태를 띤 능동 진행형 말이지요. 그래서 나는 여전히 그런 책과 친해지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 녀석과의 거리는 가까워진 것 같다가도 좀처럼 지속적으로 가까워지지만은 않는 것 같습니다. 친해지기 참 힘들고 깐깐한 녀석입니다. 조금만 눈길 돌려도 멀어지니 말이지요. 그럼에도 나는 이 까칠한 녀석에게 오늘도 한 발 다가가 친한 척을 해봅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꼭 친해져야 할 중요한 인맥일지 모르니까요.

모두가 청춘

그동안 북 채널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러한 채널은 20~30대만 이용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완벽한 오류였습니다. 내 채널을 방문하는 이들 중에는 40~50대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 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가끔 “책 읽는 청년을 알게 되어 기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들을 알게 된 데 더욱 감사함을 느낍니다. 어쩌면 나보다 더 큰 짐을 짊어지고 있을 그들임을 알기에, 그 짐을 짊어지고도 끊임없이 청춘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본받아야 할 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지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젊으니까 도전하는 게 아니라, 도전하니까 젊은 것이다”라고. 사람들은 20대에도, 30대에 도, 그리고 40대, 50대에도 늘 “지금 하긴 늦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30대의 눈엔 20대 가, 40대의 눈엔 30대가, 그리고 50대의 눈엔 40대가 늘 청춘입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늦은 때라는 건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모릅니다.

기계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디지털카메라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50대도, 회사일과 집안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책을 놓지 않는 40대도, 힘겨운 직장의 하루를 마치고 어김없이 헬스장을 찾는 30대도, 아픈 무릎을 주물러가며 산 정상에 오르고 있는 60대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움직이는 우리 모두가 청춘이고 청년이니까요.






6년간의 책 일지를 담은 기록장, 리딩소년의 첫 번째 글필름「지금은 책과 연애중」

http://www.yes24.com/24/Goods/42708004?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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