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Book review,  여행작가 최갑수 산문집

                                                                                      

홀로 여행을 할 때면 사랑하는(혹은 했던) 이의 얼굴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외로움에 떠밀린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멋진 풍경을 마주할 때면 나는 가끔 ‘그 사람 여기 왔다면 참 좋아했겠군’ 하며 혼잣말을 해댄다.
   
이번 책은 이러한 외로움이 적절히 밴 어느 여행가의 기록장이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이라는 말의 다른 말은 어쩌면 일탈일지도 모른다. 나를 두른 일상의 옷자락을 벗어던지는 시도와 과정. 그래서 일상과 여행은 썩 조화롭지 않은 관계의 선상이나, 사랑만큼은 여행과 함께 수평선에 나란히 서있을 것이다. 여행을 떠날수록, 여행에 깊이 빠져들수록, 결국 우리는 사랑을 찾게 되니 말이다.
   
시인이자 여행 작가의 삶을 사는 저자. 그가 담은 문장과 사진에는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이 서려 있었다. 저자의 글은 나의 지난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는데, 흑백과 컬러가 적절히 섞인 감성적인 사진들이 책 속에 더해져 그 생동감과 이미지를 부각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마음에 낙관과 사랑이 생겨나게 하는 것은 열렬함과 치열함이 아니라, 한낮의 햇볕과 한 줌의 바람 그리고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구름일 수도 있다는 것”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中」

  
책은 한 장이 시작될 때마다 저자가 사랑한 문장들이 소개된다. 도서, 영화, 노래 등에서 발췌한 문장들이 장의 문을 여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 내용을 살펴보다 또다시 뒤로 돌아가 그 문구들을 살펴보고는 했다.
   
사랑을 머금은 여행, 여행을 품은 사랑. 문득 저자의 전작 타이틀「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가 생각난다. 많은 복합적인 상황과 감정을 안기는《사랑》과 새로운 설렘과 고난을 던지는《여행》을 만나보고 싶은 이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아름답고 선명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워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닐는지.”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