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기회를 경험하며 산다.
영화 읽기: 우리들의 아름다운 노래
가수 크리스토퍼(Christopher)가 주연으로 출연한 음악 영화이다. 그의 매력적인 음색이 가득한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OST에 수록된 곡들만 들어도 영화의 감흥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가수가 주연이고 음악이 좋다고 해서 이 영화를 음악 영화로 한정 짓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는 두 개의 단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었고, 감독은 영상으로 적절하게 표현했다. 두 개의 단어는 상실과 기회였다. 두 가지는 무관한 듯 보이나, 실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관련이 깊다.
당신은 상실을 경험했나요?
영화의 주제곡처럼 사용된, Hope this song is for you라는 곡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노래 속에 If you have nothing to die for, What are you even alive for?라는 가사가 나온다. 누구나 살면서 상실을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것이다. 다만 그 과정과 시기가 사람마다 다르며, 대응 자세도 차이가 있다. 영화에서는 상실을 겪은 사람의 행동을 두 가지 방향으로 다루었다.
한 가지 방향은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방향이다. 내면으로 잠수를 타듯 빠져든 사람은 성장이 멈춘다. 그리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방치한 채 산다. 영화의 두 주인공 엘리엇(크리스토퍼 분)과 릴리(잉가 입스도테르 릴레오스 분)가 그랬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릴리의 엄마 수잔(크리스티네 알베크 뵈르에 분)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을 상실로 경험한 엄마는 사랑하는 딸에게 그것을 겪지 않게 하려고 내면으로 빠져들었다. 그녀가 딸과 화해를 하는 순간에 했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네게서 사랑하는 아빠를 빼앗고 싶지 않았다.” 진실보다는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다른 방향은 타인으로 향하는 방향이었다. 상실로 인한 고통과 감정을 타인에게 표출하거나 전가하는 것이다. 사람은 타인에게서 상실을 받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상실을 주기도 한다. 특히나 치명적인 상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줄 수 있다. 영화에서는 절친의 배신이었다. 엘리엇의 절친 올리버는 자신의 상실에 대해 분노로 표출했다. 결국 친구의 소중한 재산과 추억을 파괴했다.
감독은 두 가지 상반된 방향에 대해 다루면서, 어느 쪽이 좋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상실의 양상일 뿐이었다. 그보다는 상실을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어도 현실적이고 현명한 답안을 제시했다. 상실에 대해 명심해야 하는 건, 상실의 경험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는 상실의 상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말이다.
당신은 기회를 경험했나요?
영화에서는 주위 사람들이 두 주인공에게 기회를 주었다. 엄마 수잔이 주도적으로 기회를 마련했다. 딸 릴리가 프로듀서의 재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 엘리엇이 뮤지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여러 가정을 거치며 불우한 성장기를 보낸 엘리엇은 재능이 있어도 드러내지 못했다. 고아로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불운의 사나이라는 자의식으로 주저앉아 웅크린 채 살아왔다. 그의 노래를 듣게 된 수잔은 그에게 노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자신의 딸 릴리가 프로듀서를 하게 하고, 세션 뮤지션들을 참여시켜 그의 노래를 녹음했다. 그리고 고인이 된 남편의 SNS에 그의 노래를 올렸다. 기본적으로 팬덤이 있던 계정에 처음으로 소개된 신인 가수의 노래는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켰다. 엘리엇은 노래 하나로 인생이 바뀌게 되었고, 릴리는 성공한 프로듀서의 타이틀을 얻었다.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기회가 없다면 재능을 살리지 못한 채 살기 마련이다. 커다란 상실을 안고 살던 사람에게 기회는 생명과도 같겠지만, 그 기회란 누군가의 노력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의 성공 뒤에는 그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지지하는 동료와 후원자가 있었다. 그의 재능만으로 성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전면에 나선 사람이 가수여서, 모든 관심이 스타에게 집중될 뿐이다. 그러나 제작자, 프로듀서, 스텝, 세션 등이 없다면 기회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기회는 아무나 줄 수 없으며, 아무나 잡을 수도 없다. 따라서 기회란 줄 수 있는 사람이 주어야 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엘리엇이 올리버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엘리엇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올리버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아웃라이어(Outliers)'라는 책을 통해,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을 소개했다. 세상을 진화시킨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천재들도 개인의 재능이 아닌, 성공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실과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모두가 상실은 기억하고, 기회는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