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리바운드
영화의 흥행 성공을 좌우하는 것 중, 개봉시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성이 있는 영화일지라도 개봉시기가 애매하면,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없다. 영화 ‘리바운드’가 그랬다. 주목받는 감독 장항준과 작가 권성희와 김은희가 참여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국내 최초의 농구 영화라는 차별점이 있었음에도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부산 중앙고의 농구부가 전국 대회에 참가하면서 보여준 놀라운 행적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한 팀에 5명의 선수가 출전하여, 경쟁하는 농구 경기에서 단지 6명의 선수단이 예선과 본선을 거쳐 결승까지 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체력 소모가 많은 농구 경기에서 상대팀은 수시로 선수교체를 했지만, 중앙고는 선수교체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모든 선수가 모든 경기를 소화했다. 그들이 여느 고교생보다 우월한 신체적 조건을 갖지도 않았고, 농구 영재로 인정받는 선수도 아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심지어 그들을 이끄는 지도자 역시 검증되지 않은 20대 중반의 공익근무 요원이었다.
많은 스포츠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방식은 유사하며, 이 영화도 그 공식이 적용되어 있었다. 어려운 조건에서 운동을 시작하는 주인공이 있고, 좌절을 겪고 쓰러지기도 하지만, 마침내 이겨낸다는 서사구조가 그것이다. 물론 2012년 전국 농구대회에서 실제 있었던 사실이 주는 기본적인 감동의 기대치는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치를 증폭시킨 것은 감독의 연출력에 있었다. 사실에만 초첨을 맞추었다면 영화의 흥미를 2시간 유지하며 끌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한 편의 영화에 웃음과 눈물이 몇 차례 반복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오로지 감독의 역량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주인공 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접근하지 않았다. 물론 코치(안재홍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지만, 학교와 농구팀이란 전체에 집중했다. 개인이 주인공이 아닌, 코치와 선수들이 모두 주인공이었다.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닌, 단체 스포츠라는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감독은 농구부 내부와 외부로 시선을 교차하며 영화의 완급을 조절했다. 그 과정에서 야기된 갈등은 긴장감을 만들었고, 뜻밖의 상황은 웃음을 주었으며, 등장인물들이 오래 품었던 말을 내뱉는 순간들은 눈물을 흘리게 했다. 영화의 주제와 부제를 적절한 조화로 이끌었기에 가능했다.
사람은 살다 보면 좌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최대한의 열정을 끌어모아 도전했어도 실패할 수 있다. 그 실패에서 주저앉는다면, 실패로 이야기는 끝나 버린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다시 도전을 한다면, 실패로 끝나는 일은 없다. 적어도 성공을 향한 도전이 진행 중인 것이다. 물론 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도전이 없다면 성공이란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결과이다.
이 영화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다시 기회를 잡으려는 도전이었다. 농구에서 리바운드는 그런 의미였다. 골이 되지 못한 실패한 공이 튀어나올 때,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뛰어올라 공을 붙잡는 행위이다. 골대를 향해 공을 다시 던져서, 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붙잡기 위한 도전인 것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고교 농구 선수들은 작은 사고로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어요. 그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그들은 당장 내일 운동을 못하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늘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단지 부산중앙고 학생뿐 아니라 이 땅에서 스포츠를 하는 모든 청소년에게 보내는 경탄의 말처럼 느껴졌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다른 스포츠 영화와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고 승부를 건다는 철학은 같았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는 승부가 중요하고, 결과를 승리로 장식하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처음부터 그럴 의도가 없었다. 승부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주는 감동과 가치에 집중했다.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결과를 너무도 담담하고 진솔하게 엔딩크레디트처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고 승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의 지금,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