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아웃라이어(Outlier)' 읽기
아웃라이어(outlier)는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의미한다. 천재란 일반인과 구분되는 사람이고, 그들이 아웃라이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성공은 세상의 진화를 이끄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아웃라이어가 되는 데 있어 천재적 재능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이는 한 분야, 한 가지에 대한 쉼 없는 노력을 의미한다.
저자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추출했다. 기회(opportunity)와 유산(legacy)이다. 그는 천재의 개인적인 능력과 재능에 집중하는 대신, 천재에게 주어진 기회와 문화적 유산에 관심을 기울였다.
저자의 관점을 이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비교 설명이 있다. 사람(Person) vs. 상황(Situation)이다. 예를 들어 돌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사람 vs. 상황은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한다. 사람을 중심으로 사유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돌 자체에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상황을 고려해서 사유했던 갈릴레오는 ‘돌과 전체 장 사이의 관계로 설명한다.’
기존에 성공한 천재에 대한 인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를 닮았다. 성공이 천재의 내적 재능의 결과라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갈릴레오처럼 색다른 측면을 고찰했다. 천재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상황을 보았던 것이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모차르트도 비틀스도 세계적인 걸작이 만들어진 것은 10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 이후였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기회도 매우 중요하다.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집중 양육 vs. 자연적인 성장을 통한 성취가 그것이다. 집중양육(concerted cultivation)은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재능, 의견, 기술을 길러주고 비용을 대는 것이다. 서구의 중산층 부모들이 이러한 양육을 하고 있다.
자연적인 성취(accomplishment of natural growth)는 부모가 자녀들을 돌봐야 할 책임은 지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성장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계발하도록 내버려 둔다. 서구의 가난한 부모들이 선택하는 교육방식이다.
자녀가 아웃라이어로 성장하는 길은 부모의 양육 방식이 영향을 미친다. 자녀에게 기회가 될 때 성공의 길로 들어설 확률은 높아지는 것이다. 다만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을 붙잡을 수 있으려면, 1만 시간의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리처드 니즈벳 교수는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문화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하였다. 저자는 몇 가지 사례 분석을 통해서 문화적 유산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였다.
“선조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선조들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문화적 유산의 힘은 강력하며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오래도록 지속된다. 또한 문화적 유산은 세대를 넘어 지속되는 것은 물론 그것을 탄생시킨 경제적, 사회적 배경이 소멸된 이후에도 살아남는다. 나아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함으로써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한다.”
한 가지 예로, 켄터키 주의 명예문화(culture of honor)를 들었다. 권총으로 목숨 걸고 맞대결 승부를 하는 남자를 명예롭게 인정하는 문화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고 죽이는 일이 진행되었다. 개인의 가치가 아닌 문화의 유산이 개인의 선택을 결정한 것이다.
다른 예로 권력 간격 지수(PDI, Power Distance Index)를 들고 있다. 이는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전 세계 항공기 조종사들의 PDI를 측정한 결과, 가장 높은 나라는 브라질, 2위는 한국이었다. 저자는 1997년 8월 5일 괌에서 추락한 보잉 747 대한항공 801편에 대한 해석을 기술했다. 상사에게 완곡어법을 사용해야 했던 문화의 한계로 긴급상황에 대한 조종사의 대처가 늦어졌다. 대한항공 추락사고의 원인이 조종사 간의 권력 문화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사고후, 대한항공은 전폭적인 개선을 실시하였고, 그런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고 있다.
또 다른 유산의 예로, 아시아권의 학생들이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숫자체계와 벼농사 문화로 설명했다. 아시아는 서구와 달리 숫자를 읽을 때 쓰는 단어가 매우 짧다. 서양의 숫자체계는 불규칙적이나 한국, 중국, 일본은 패턴이 있다. 어린시절부터 숫자를 접하고 이해하기 용이했다.
그리고 상위권 국가들은 1년에 3천 시간 이상을 쏟아부어가며 경작을 해야 하는 벼농사를 하는 나라들이다. 유럽의 농도와 달리 소작농 제도가 정착되어, 농부는 동일 토지에서 최대 수확량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 어려운 일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들이다. 대표적인 속담을 보면 알 수 있다.
'1년 내내 해뜨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어찌 부자가 못 되리'
한국의 대학생들이 전 세계 어느 대학교에 가더라도 아침 일찍부터 늦은 시각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도 문화적인 유산이다. 어떤 문화적 유산이 자리 잡고 있는지에 따라서 사회가 아웃라이어를 육성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재능이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꾸준히 재능을 계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장기적인 투자로 인재와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세계를 진화시키는 아웃라이어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