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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수 Jul 07. 2023

삶의 기쁨을 그리다.

전시 읽기: 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 전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화가 라울 뒤피를 이렇게 칭송했다.


“라울 뒤피의 그림은 항상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는 삶의 기쁨, 빛과 색채의 화가다."

Raoul Dufy's painting always makes me happy. He is a painter of joie de vivre, of light, and of color.


피카소가 한 말을 통해서,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와 작가 라울 뒤피의 작품 세계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프랑스 르아브르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에게 삶의 기쁨이란 무엇인가? 뒤피는 프랑스인이 생각하는 삶의 기쁨을 화폭에 담았다. 꽃, 풍경, 도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는 일상의 소소한 시간, 장소, 사물 등을 소재로 선택했다. 그러한 소재들에 대해 한 사람의 프랑스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수채화와 유화로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작가는 젊은 시절 당대 유명 화가의 작품을 따라 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만드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특정 미술 사조에 정착하지 않았다.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등 새로운 미술을 받아들이며 끊임없는 도전을 했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들에 대해 여러 미술 사조를 오고 가며, 자신의 화풍에 정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혹평을 했다.

그는 그런 혹평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으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멈춤이 없었다. 회화뿐 아니라, 일러스트, 섬유디자인, 장식미술, 드레스 등 당대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러한 활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한 말에서 엿볼 수 있었다.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해 타인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좌절하고, 자신의 일을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은둔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라울 뒤피는 그럴수록 더욱더 사람들 앞에 나섰고, 새로운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1936년 파리 국제박람회의 ‘현대생활의 예술과 기술’이란 주제관의 벽화를 의뢰받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으로 알려진 ‘전기의 요정‘이란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예술과 기술에 관련된 109명의 인물과 함께 신화와 과학의 이야기를 담은 거대한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석판화로 제작한 연작 10점으로 전기의 요정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수많은 작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 4점을 소개하고 싶다.

붉은 바이올린

라울 뒤피는 음악가의 집안에서 태어났고,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할 만큼 악기를 좋아했다. 붉은색의 배경에 단순화된 사물과 원근법을 무시한 표현이 시선을 끌었다.


서커스

라울 뒤피가 좋아한 소재로 말과 승마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말의 운동성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특이하게도 뚜렷한 선으로 정밀하게 그리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말의 움직임을 즉흥적으로 포착해서, 주요 몸짓만 단순하게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흐릿해진 말들에서 오히려 연속적인 운동성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생트 아드레스 해변

이 작품은 독특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바다의 수평선이 화면의 매우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해변이 그림의 중심이 되도록 높은 곳에서 가까운 곳을 바라본 것이었다. 또한 일렁이는 파도는 삼각형 모양으로 표현했고, 해변의 건물들도 최대한 단순화시켰다.


깃발을 장식한 배들

이 작품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희미해져 있다. 하늘과 바다를 모두 푸른색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삼각형 파도와 새들의 날갯짓과 함께 리듬감을 나타내주는 걸작이다. 그는 푸른색을 사랑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도 푸른색 때문이다. 그가 한 말에서 푸른색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푸른색은 모든 단계에서 고유의 개성을 간직한 유일한 색이다. 가장 짙은 색부터 옅은 색까지 명암이 달라도 늘 푸른색이다.”


‘깃발을 장식한 배들’이란 작품에서 하늘과 바다가 모두 고유의 개성을 간직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전시회를 관람한 후, 작가의 작품에 감동을 받은 관람객의 한 명으로서 피카소가 말한 ‘삶의 기쁨’에 대한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에게 삶의 기쁨이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의 과정에서 보상처럼 받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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