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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수 Aug 05. 2023

과학과 예술이 만든 디지털 놀이

전시 읽기: 미구엘 슈발리에의 디지털 뷰티

전시 ‘디지털 뷰티(Digital Beauty 2023)’는 프랑스의 미디어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Miguel Chevalier)의 첫 번째 한국 개인전이다. 그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에서 차용한 컴퓨터 모델을 통해 다채로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다. 과학의 숨겨진 원리와 패턴을 컴퓨터 공학으로 응용하여, 독창적인 미의 세계를 구현하고 관람객이 체험하게 했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은 설치작품이며, 제너러티브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가상현실을 활용했다. 특히  아라아트센터의 5층 공간에 알맞게 설치된 덕분에 관람객들에게 뛰어난 몰입력을 제공했다.  

그의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 포인트는 디지털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둔 점에 있었다. 관람객이 참여해서 작가의 작품이 변하도록 하는 인터렉티브 아트를 추구했다.

관람객은 넓은 공간에 설치된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관객의 참여는 이미 완성된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그 과정에서 작품은 끊임없이 새롭게 변했다. 관람객은 자신의 몸짓으로 기존 작품이 새로운 작품이 되는데 기여했다.

작가처럼 과학적 지식과 예술적 감각이 없어도, 관람객은 단순한 행동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했다. 너무도 쉽고 재미있는 몸짓은 어린 시절의 놀이와 유사했다. 스스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반응하는 디지털 예술이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매력적인지 여실히 드러낸 전시였다.


이번 전시에서 인상적인 제너러티브 인터렉티브 VR 설치작품을 사진과 함께 몇 가지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작품은 ‘그물망 복합체(Complex Meshes 2023)’이다. 가상의 컬러 네트워크는 실시간으로 변했다. 3D 모델링의 그물망은 미학적 요소를 지닌 작품이며, 끊임없는 변화를 보였다. 그리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허물어지고 갈라지는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작품은 '세상의 기원(The origin of the world 2023)’이다. 생물학과 미생물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세포의 증식, 분열, 결합의 과정을 작품의 기본 창작 원리로 적용했다.


세 번째 작품은 ‘스트레인지 어트랙터(Strange Attractors 2023)이다. 추상적 수학 주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철사처럼 생긴 3차원 물체는 공기와 우주를 연상시키는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닌다.


끝으로 인상적인 작품은 '기계의 눈(The eyes of the machine 2023)이었다. 얼굴 인식 기능이 있는 카메라가 관람객의 모습을 감지하여 새로운 유형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관람객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는 즐거움을 갖는다. 픽셀 형식으로 재구성된 관람객의 이미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순식간에 전환되었다. 묘한 체험을 하면서 상이한 두 개의 자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과 예술이 아닌, 신기한 체험을 주는 즐거운 놀이였다. 어려운 창작 과정은 작가에게 맡기고, 관람객은 편하게 웃으며 감탄하면 디지털스럽게 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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