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무비리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준수 Jul 29. 2023

애틋함을 유머로 감싸 안다.

영화 읽기: 드림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에게는 특정 이미지가 따라붙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의 감독, 이병헌이 이에 해당한다. 그가 만드는 특유의 유머 코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결과 영화 ‘극한직업’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병헌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기대치를 형성했었다. 문제는 그 기대치가 이번 영화와 어딘지 모르게 어긋났다는 점이었다.  


감독은 ‘극한직업’ 이전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완료했다. 세상에 소개하고 싶은 감동의 이야기가 있었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실화를 영화로 소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 촬영 도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난항을 겪었고, 개봉 시기도 많이 지연되었다. 영화 ‘드림’은 ‘극한직업’보다 단지 나중에 개봉되었을 뿐이다. 어쩌면 이병헌 감독의 이미지가 극한직업으로 특정되기 전에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면, 기대치와 어긋남의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사회의 보호 영역에서 내몰린 노숙자들, 즉 홈리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주제의식에 영화의 방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영화가 지닌 웃음과 슬픔, 투지와 감동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감독은 홈리스 월드컵이란 특별한 스포츠 이벤트를 소재로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고자 했다. 지금도 지하철에서 살고 있는 홈리스를 만날 때가 있다.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면 홈리스로 내몰릴 수 있다. 다행히 우리 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잡지 빅이슈였다.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잡지는 홈리스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잡지사에서 홈리스들을 모아 축구팀을 결성하여, 국가대표로 2010년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했다. 총 10회의 경기 일정을 모두 소화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의 투지를 보여주며,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감독은 홈리스가 다시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고, 그런 일이 있었음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 그 여파가 다른 홈리스의 사회 및 가정 복귀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그렇다고, 감독은 영화를 지나치게 안타까운 사연과 감동을 주는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했던 생각은 오히려 지나친 평범함에 있었다. 대부분의 홈리스가 품고 있는 사연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특별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란 의미였다. 달리 표현하면, 누구나 홈리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객이 불쌍한 마음으로 홈리스를 동정하기보다, 경각심을 갖고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영화를 보기 원했던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주연을 맡은 박서준(축구팀 코치 역)과 아이유(축구팀 영상 PD 역)의 대화를 통해, 주제의식과 일반인들의 관심 수준을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웃음과 유머까지 녹일 수 있었다. 소외된 인물들을 사회적 이슈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동정론을 형성하는 대신, 공감하고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 어려운 작업의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이 있는 홈리스는 아내와 자식과 헤어진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그 상실감을 만남의 희망으로 바꾸고 싶은 간절한 소망도 있다. 감독은 홈리스가 스스로 변화를 향해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변화의 의지는 어마어마하게 강렬한 간절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간절함과 변화는 모든 사람이 경험한 바 있는 감정이고 바람이다. 다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키워드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휴머니즘을 이야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감독에게 어려운 고민이 있었다. 절묘한 외줄 타기를 해야 한 것이다. 연민과 공감, 포기와 다짐, 슬픔과 웃음 등 상반된 것들 간의 조화였다. 재치와 유머가 능한 감독이 휴머니즘의 애틋한 감동을 전해야 하는 모순적 입장에서 조화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향을 한 방울 더할지, 덜어낼지 매 순간 고민했던 것이다.


이병헌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란 관점에서 영화 '드림'을 본다면, 이 감독의 매력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밀한 심리게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