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by. 찰스 디킨스
하지만 내가 한때 가련한 환상이라고 불렀던 그것은 모두 사라졌어, 비디. 그래, 모두 사라졌어! (본문 중)
오늘도 복권 당첨을 꿈꾸며 고행과도 같은 출근길에 나선다. 복권처럼 위대한 유산을 얻기만 한다면, 내 인생에 놓인 대부분의 어려운 문제들이 금방 해결될 것만 같다. 그런데 정말로 한순간에 얻은 일확천금이 자신을 결박했던 모든 매듭을 풀고 평안에 이르는 요인이 될까. 혹시 가장 위대한 유산은 돈이 아닌 다른 것에 있는 건 아닐까?
<위대한 유산>은 대장장이 집안에서 살던 한 소년이, 갑자기 큰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물질 만능주의와 허영에서 벗어나, 진정한 유산을 깨닫게 되는 정신적인 성장 과정을 담았다. 돈보다 더 중요한 유산이 있다는 주제는 얼핏 보면 뻔한 스토리이지만, 찰스 디킨스만의 흥미로운 인물 묘사와 예측할 수 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계 설정이 흡입력과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주인공 핍은 부모님을 잃고 나이가 약 20살가량 차이 나는 누나의 밑에서 자란다. 그녀는 매 순간 핍을 학대하였으나, 매형인 조는 그를 진심으로 아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집 근처 습지에서 탈옥수를 마주친 핍은 그의 강압적인 요구에 두려움에 떨며 도움을 주게 되고, 이 일을 평생 트라우마처럼 여기게 된다. 한 편, 부자로 유명한 미스 해비셤은 핍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게 되고, 그 집에서 그는 그녀의 양녀인 에스텔러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어울릴 수 없는 자신의 모습과 환경에 처음으로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그녀에게 걸맞은 신사가 되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런 그의 소망이 통했을까, 핍은 재거스라는 변호사를 통해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전해 듣게 되고, 곧장 신사 교육을 받기 위해 런던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족하면서도 사치스러운 삶을 살며 핍은 점차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던 매형 조뿐만 아니라, 그 모든 환경까지 비천하다고 여기게 된다. 세월이 흘러 핍은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준 은인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 순간, 그의 삶은 또다시 격변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미 당신 옆에 있을지 모를 위대한 유산.
소설 속 수많은 등장인물 중, 역시나 나의 마음을 가장 울린 사람은 핍을 변함없이 아꼈던 매형, ‘조’였다. 그는 점점 부유한 생활을 누리며 자신을 경멸조로 대하는 핍을 보면서도 언제나 그에게 ‘나의 다정한 친구’라고 말을 건넸다.
인생에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핍은 탈옥자들이 넘치는 대장간에 있든, 시중드는 하인이 여럿 있는 궁전에 있든, 그곳이 어디든, 자신이 느끼지 못했을 뿐 이미 성공한 인생이었다.
뒤늦게 뉘우치며 다시 자신의 고향과 조에게로 돌아온 핍을 보며 세상이 줄 수 없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큰 유산은 이미 우리의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인생에 있어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순 없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일확천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해 보며 다시금 유산의 진정한 의미를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