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느낌의 다발이다.

[불교는 왜 진실인가] by. 로버트라이트

by 북구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는 자아가 존재한다는 잘못된 견해가 자리 잡고 있다. (본문 중)











이 책은 진화 심리학을 바탕으로, 불교의 무아, 공, 연기와 같은 사상이 어떻게 진실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자아의 존재와 이성의 힘을 믿는 우리의 확신이, 사실은 진화 과정에서 비롯된 착각에 가깝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아가 아닌 수많은 생각의 모듈로 구성된 존재이며, 이성보다는 ‘느낌’에 따라 선택한다. 이러한 특성은 수렵과 채집 시대에는 유용했지만, 과학과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된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느낌’이라는 미망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보다 진실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우리를 끊임 없이 오도하는 감각과 판단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으로 명상의 실천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는 느낌의 다발이다.


책을 읽으며 인간은 진화를 통해 단일한 자아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생각과 느낌의 모듈들이 얽힌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인생은 고통이며, 이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갈애(생각과 느낌)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전하는 불교의 사상이 상당 부분 진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인식하기도 전에 ‘느낌’을 먼저 포착한다. 그리고 그것을 근거로 선택한다. 즉, 이성보단 느낌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느낌은 앞서 말했듯 인간의 행복과는 전혀 무관한, 오로지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이것은 위험이 가득한 자연에 무방비 노출되었던 과거와 달리,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에는 오히려 우리가 있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을 잃게 만들었다.


우리를 스치는 모든 것은 어떠한 의도를 갖기 전에, 먼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가만 있는 것들에도 숨겨진 의도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예를 들어, 클락션을 울리는 차주가 내게 신경질을 낼 의도가 있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 즉 과거부터 발달한 이 생각과 느낌의 연쇄작용은 오늘날에 들어서 작은 반응에도 짜증과 불안을 촉발시키는, 평안과 행복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이제부터라도 나의 모든 생각과 느낌을 걷어내고,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이다. 살아 있는 이성은 단지 정신을 차린다고 해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다. 느낌이라는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반복해서 벗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가 자아라는 이성의 주체가 아닌, 생각과 느낌의 다발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시작이다. 나는 느낌의 다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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