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 이 글은 밑미레터 <절대 변하지 않는 '나의 정체성'이 존재할까요?>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0. 서론
주로 혼자 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나는 조용히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읽기'가 취미다. 특히 책과 더불어 매주 이메일로 배송되는 이메일 뉴스레터 읽는 일을 좋아한다. 뉴스레터는 내가 선택해서 신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 있는 주제의 내용을 매주 일정한 시각에 간편하게 접할 수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밑미 레터'를 읽고 떠올린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MBTI로 보는 정체성
MBTI는 이제 유행을 넘어 혈액형처럼 인간을 분류하고 설명하는 도구 중 하나가 되었다. 오히려 이제 혈액형은 병원에서나 쓰일 뿐, 개인적으로 서로에게 더는 묻지 않는다. MBTI가 한창 유행했을 때도, 지금도, MBTI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는 편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MBTI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반대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MBTI란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해 답변하는 것뿐인데, 그게 객관적으로 나를 설명한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전자에 가깝다. 16개의 유형이 있듯, 그만큼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존재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덕분에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 MBTI 결과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겪은 사건에 따라 나는 다른 답을 하게 되고, 그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때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는다. 특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그럼 어떤 게 진짜야?" 묻게 된다. 그렇다면 '진짜 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2. '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가 다를 때
우리는 살면서 계속해서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규정하게 된다. 단순하게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부터, 구체적으로 특정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편인지까지, 나만의 성격 특성을 관찰하고 분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라는 사람을 정의 내릴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하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때가 많다. 발표만 하면 속이 울렁거리고 얼굴이 빨개져, 스스로 '나는 발표를 못하고 싫어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 내렸지만, 실제로 면접을 본 회사에서 "말을 조리 있게 잘하시는 편이네요."라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 또한 타인의 눈치를 많이 봐, 스스로 '나는 타인의 부탁에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 내렸지만, 오랜 시간 나를 옆에서 봐 온 친구는 "너는 네가 거절을 잘 못한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너는 네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해주었다. 몇 번의 발표 경험과 거절 경험에서 나는 위축된다는 이유로 나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 내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계속 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분명 발표를 못했을 것이다. 거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몇 번의 반복 속에서 나는 분명 더 나아졌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진짜 나'가 있다. 문제는 내가 나 스스로를 규정지은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3. 변하지 않는 정체성이 있을까?
MBTI결과가 변하는 것만 봐도 인간은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변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밑미레터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학창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세요. 그때 좋아했던 것들 중 지금까지 좋아하는 것이 몇 개나 되나요? 그때는 절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때 자주 어울렸던 친구들과 지금 만나는 친구들은 얼마나 다른가요?"
물론, 사람이 180도 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심경의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매 순간 조금씩 변한다. 다만 스스로 그 변화를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내가 그의 존재와 성격을 인지할 때부터 엄격하시고 고집이 세셨다. 할아버지의 독불장군 같은 성격에, 모두들 "사람 쉽게 안 변해. 그냥 우리가 받아들여야지"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포기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이라면 곧장 언성을 높이셨을 일에도, 요즘의 할아버지는 그저 입을 꾹 닫곤 하신다.
4. 내 정체성에 나를 가두지 않도록
타인이 멀리서 바라본 나는 어쩌면 한결같이 겁이 많고, 소심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내 정체성을 단정 짓지 않고, 계속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람 쉽게 안 변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나는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를 놓치고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 스스로를 고정된 정체성 안에 가두지 않으려 한다. 절대 변하지 않는 정체성이란 없다. 그러나,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내가 바로 나의 '정체성'이다.
5. 변하지 않아 좋다는 말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에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들이 좋다고 자주 적었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관계가 변치 않아서 좋다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그런 말을 적지 않는다. 변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변하든, 변치 않든, 과거 내가 느낀 감정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은 전부 진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를 규정하는 언어들은 시시각각 달라질 것이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