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영을 계속하는 이유

수영이 내게 알려준 것들

by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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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게 취미생활이란

내 취미생활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 자체보다 그것과 함께하는 삶이 더 좋다는 점. 예컨대 독서가 취미인 나는 책 자체보다는 책을 고르는 시간, 읽는 나의 모습, 독서 용품을 사는 일, 책을 읽고 난 뒤의 뿌듯함을 더 좋아한다.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해 취미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취미와 함께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가 내게는 중요하다.



2. 수영을 좋아하지 않아도 계속하는 이유

요즘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취미생활은 수영이다. 여기서 '열심히'란, 단순한 빈도수가 아니라 열과 성을 다하는 내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물속에 있는 순간,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 그 자체가 좋아서 수영에 푹 빠졌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수영을 가는 길이 즐겁겠지? 나는 그렇지는 않다. 수영 강습을 가는 날이면 "아 오늘 수영 가야 되네.." 하는 볼맨 소리가 절로 나오고, 수영 강습이 없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오늘 수영 안 가도 된다!" 기뻐하곤 한다. 이 정도면 수영을 싫어하는 게 아니냐고? 주말이면 가족들을 졸라 다 함께 *자유수영에 가고, 다니던 수영장이 보수공사로 한 달을 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절대 한 달이나 쉴 수 없다며 결국 다른 수영장의 그 힘들다는 수강신청을 성공해 냈다. 나, 왜 이렇게까지 수영에 진심인 걸까?

*강습이 아닌, 자유롭게 수영하는 것을 이르는 말



3. 모두가 동등하게 0부터 시작하는 경험

나이를 먹을수록 완전히 처음부터 배우는 것은 많지 않다. 이미 내가 이뤄온 것과 하고 있는 것들이 있기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까닭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 분야는 처음일 수 있지만, 공부하는 감각이나 글을 읽고 암기하는 능력은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능력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내가 처음 수영을 배울 때 들었던 생각은, '다 같이 걸음마부터 배우는 아이들 같다'는 것이었다. 달리기를 할 때 금방 숨이 차면 '아 나는 왜 이렇게 체력이 약하지?'라는 생각이 들고, 책만 펼치면 잠이 오면 '아 나는 왜 이렇게 집중력이 약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즉, 쉽게 내 능력을 탓하게 된다. 약하고, 부족하고, 느리다고. 그런데 수영은 뭔가 달랐다.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물에 뜰 줄 몰랐기 때문에(물을 무서워했다) 내가 약하다는 생각 대신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데요? 해본 적이 없는데요?'라는 당당함이 자리했다. 그러니까 이건 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배움과 경험의 차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기초반부터 수강했기에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다. 웃음이 많은 아주머니, 건장한 체격의 아저씨, 젊은 커플, 수줍음이 많으신 할머니까지. 모두 물속에서 숨 쉬는 법, 물에 뜨는 법부터 함께 배웠다. 그 순간만큼은 나이도, 하는 일도 떠나서 모두가 동등한 존재라고 느꼈다. 아이가 뒤집기만 성공해도 박수를 받고, 한걸음 두 걸음을 떼는 순간 부모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듯, 우리 모두는 0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성장을 시작했다.



4. "하면 된다"는 뻔한 말이 통하는 곳

대부분의 운동이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을 동반하듯이, 수영 역시 내게 많은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하면 된다"는 뻔한 말이 매 순간 생생하게 체감되었다. 물론 앞서 말했듯 다 같이 0에서 시작했더라도 당연히 각자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 위치한 단계가 달라지게 된다. 같은 반이고, 같이 시작했기에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타일바닥을 바라보며 발을 구르고 팔을 돌리는 순간,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오직 물과 나만 존재하게 된다. 이는 많은 수영인들이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집중할 수 있어서. 결국 수영은 혼자 하는 운동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차곡차곡 쌓인 노력이 나에게 온전히 돌아오게 되고, 다른 사람보다 잘하든 못하든,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든, 그저 과거의 나와 비교했을 때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그것이 큰 성취감을 안겨준다. 나는 2024년 4월에 처음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이제 1년을 조금 넘은 셈이다. 1년 동안 수영을 다녀온 날이면 그날 배운 내용과 느낀 점들을 기록한 수영일기를 썼다. 초반에는 이게 안된다, 저게 안된다, 어렵다, 힘들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등.. 잘하려고 욕심내는 내가 있었다. 요즘은 뭔가가 잘 안 돼도 "하다 보면 되겠지" 태연하게 말하는 내가 있다. 10년이 걸려도, 20년이 걸려도 언젠가는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혹은 끝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돌이켜보면 과거보다 나아졌음을 발견할 거라는 걸 안다. 지금도 불과 1년 전의 내 일기를 읽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 지금은 그거 다 할 수 있어! 그것 봐. 하면 다 된다니까? 걱정하지 마."



5. 수영보다 수영과 함께하는 삶이 좋아서

앞에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해 취미 생활을 시작했다'라고 썼다. 수영과 함께한 뒤 내 하루는 어떻게 변했을까. 수영 가기 전날, 늘 수영가방을 미리 챙겨놓는다. 일종의 의식처럼, 수영복과 수모를 고르고 (이 글에 담지는 않았지만, 수영복과 수모를 맞춰서 코디하는 기쁨도 내게는 크다), 늘 똑같은 세면도구와 타월, 스킨케어 용품을 챙기고 가방 지퍼를 닫고 나면, "오늘도 준비 완료!!" 같은 대사가 절로 입 밖으로 나온다. 매일 내게 용기를 주는 행위이다. 또한 강습 덕분에 늘 같은 시간에 수영을 하다 보니, 식사 시간이 규칙적으로 변했다. 일상에 건강한 루틴이 추가된 것이다. 나는 저녁 수영을 다니기 때문에 수영 가기 전 일찍이 저녁 식사를 마친다. 물론 수영을 하고 나면 입맛이 돌면서 식욕이 폭발하기 때문에(이 역시 이 글에 담지는 않았지만, 수영의 무서운 점 중 하나다) 다녀와서도 과일이나 간식을 찾을 때도 있지만, 운동한 게 아까워서라도 늦은 시간 폭식을 참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빠를 시작으로 엄마와 나, 지금은 동생까지 모두 수영을 다니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라니! 수영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식탁에 모여 앉아 수영 자세에 대해 깊은 토론을 하고, 주말이면 다 같이 수영장으로 향하는 걸로 보아, 확실히 수영은 우리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에 큰 공을 세웠다.



6. 오늘도 수영을 하는 이유

취미생활에도 목표가 있다면, 수영에 있어서 내 목표는 '수영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오직 나를 위한 목표. 할머니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나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수영장으로 향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수영장으로 향한다. 당연히 현관 입구에는 준비를 마친 수영가방이 놓여 있다. 그러니, 오늘도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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