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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왜 진실을 조작할 수 있는데, 조작하지 않는가?

조지소로스의 <소로스 투자특강> 1편

by 어투독

오늘 가져온 책은 ‘소로스 투자 특강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헝가리 출신의 미국의 금융가이자, 자선가입니다. 그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런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1956년 헝가리 혁명 당시에 미국으로 이민하였습니다. 그는 1973년에 자신의 헤지 펀드인 Quantum Fund를 설립하여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펀드는 특히 1992년에 영국의 스털링 화폐를 공매도하는 역사적인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로 소로스는 10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했죠. 한나라의 화폐를 공매도해서 돈을 버는 그의 펀드 때문에 소로스에 대한 인식이 보통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로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특히 자선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1979년에 ‘열린 사회 재단’을 설립하여 이후 다양한 국가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데 기여해오고 있습니다. 이 ‘열린 사회 재단’은 빌 엔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이어 기부금 세계 2위의 재단입니다.

이 책은 2009년 10월 자신이 세운 중부유럽대학에서 닷새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적은 겁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철학이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와 해답을 제안합니다. 소로스는 자신을 실패한 철학가라고 묘사합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그는 분명히 자신을 철학가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2004년 10월 17일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실린 ‘론 서스킨드’의 기사는 한 선거 조직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우리는 사실을 연구하지 않는다. 사실을 만들어낸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왜 직접 조작하지 않는가? 왜 진실보다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가?


조지 소로스 그는 악인인가?

스스로를 실패한 철학가이자 국경 없는 정치인이라고 부르는 조지소로스는 시스템의 결함을 발견하고 공격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투기꾼이 돈을 번다는 것은 곧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소로스는 시스템의 결함을 발견해서 행동으로 바로잡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소로스는 미국에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을까요?


‘효율적 시장 가설'

현재 미국을 지배하는 것은 '시장 논리', '대의민주주의'입니다. ‘시장 논리’, ‘대의민주주의’ 이 두 이론 모두 현실이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이론에서는 후보가 공략을 제시하면 유권자가 공략을 보고 마음에 드는 후보자를 선택한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선거팀은 여론을 조사하고 유권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공략으로 내세웁니다.

'시장논리'는 그 뿌리부터 더 많이 잘못되었습니다. 그 뿌리는 '효율적 시장 가설'입니다. ‘양조장주인과 빵집 주인이 빵을 만들고 술을 만드는 것은 그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때 시장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그럴싸해 보이지요. 이것이 효율적 시장 가설입니다. 개개인이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는 행동을 할 때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거죠.

이런 이론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효율적 시장이론’과‘대의민주주의’는 모두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스 철학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추구했죠. 그리고 그 철학은 계몽주의로 계승되었습니다. 계몽주의는 모두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계몽주의는 인간이 생각이 다른 인간의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또 그 생각들은 다시 현실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놓쳤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현실이 조작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했고, 실패했습니다.

계몽주의의 실패를 본 사람들은 이제 현실을 조작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바로 ‘포스트모던’입니다. 단어에 집착할 필요 없습니다. '현실을 조작하는 사람들',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이 현재 미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비유를 통해 한번 이해해 보죠. 세상을 인간의 인체로 한번 바꿔봅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리의 몸, 인체가 아직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인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계몽주의는 우리가 우리의 몸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인체에 나쁜 것은 하지 않고 인체에 이로운 것은 더 많이 할 것이라 생각한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겁니다. '포스트 모던'은 인체가 조작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우리 인체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진통제를 먹으면 고통이 줄어듭니다. 이제 포스트 모더니스트는 “진통제가 있는데 왜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하지?”라고 묻습니다.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데 왜 조작하지 않나?’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의 주장은 뭘까요. 그들은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데 왜 조작하지 않나?’라고 묻습니다. 이 부분이 현재 미국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데 왜 조작하지 않나?’ 이제 이 주장에 대답해야겠습니다. 현실을 조작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 조작자의 의도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조작할 수는 있지만 조작의 결과가 원하는 데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어느 정도 조작도 할 수 있어야 하죠. 인지기능과 조작기능 둘 다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그중에서는 인지기능을 우선해야 합니다. 너무 아프면 진통제를 먹을 수도 있지만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통증의 원인을 찾아 이해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통제를 아무리 먹는다고 치료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소로스의 주장입니다.

부시행정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부시행정부는 현실을 매우 성공적을 조작했습니다. 테러에 대해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대통령은 재선을 성공했습니다. 이라크 침공의 목적은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을 확립하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미국은 영향력을 크게 상실했고 부시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비단 정치 분야에서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 쪽을 보죠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은 완전 경쟁아래 자유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최적으로 배분된다고 제시했었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최적 자원배분을 보장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수요는 광고에 의해 조작될 수 있습니다. 매년 총기로 인한 사망사건이 증가하는데도 누구도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미국민은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다는 총기 협회의 주장 아래 총기가 팔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케팅 학살입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조작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이야기를 다시 해보죠. ‘양조장주인과 빵집 주인이 빵을 만들고 술을 만드는 것은 그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때 시장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아직도 그럴싸해 보이나요? 이 이야기에는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도덕성이 빠져있기에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겁니다. 인간의 도덕적 동기가 아닌, 이윤동기가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이죠. 이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바꿔보겠습니다. ‘총기 업체가 ‘총기를 규제하는 법안’을 막기 위해 로비를 하고 보험업체가 ‘단일 지불자 의료 시스템’에 반대하기 위해 로비를 하는 것은 그들이 나빠 서가 아니라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때 시장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어떤가요? 이번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 주류 경제학은 개인이 사리사욕 채우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도덕성으로 승인하고 묵인했습니다.


누가 진실을 조작하는가? 보이지 않는 손 뒤에 있는 것

그런데도 시장근본주의자가 의기양양한 것은 어찌 된 일일까요? 시장근본주의, 다시 말해 사리사욕을 위해 도덕성을 무시하는 행위가 용납되는 것은 시장근본주의 자들이 부유하고 강력한 집단이므로 여론을 적극적으로 조작해서 사리추구를 진실추구와 비슷한 시민의식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대학에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아까지 않습니다. 국민의 대리인이라는 정치인들은 목표는 당선입니다.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해 여론을 조작합니다. 정치인들은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돈을 씁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오늘날 미국에서 정치 과정은 특수 이익집단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선출된 대표들은 전체 유권자가 아니라 선거에 자금을 지원한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그 결과 로비가 판을 치게 된 겁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 뒤에는 정치라는 보이는 손이 있었고 그 뒤에는 '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아갈 길

누구 하나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없습니다. 누구 하나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없습니다. 놀랍게도 그런 정치인인 일수록 여론 조작에 쉽게 걸려들게 됩니다. 소로스는 미국을 2세기 동안 잘 지탱해 온 정치과정이 쇠퇴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주주의 던 열린 사회 던 본질적 가치는 개인의 자유인데 진통제를 먹으려는 인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개인이 경제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회 분야인 정치, 입법 과정에서 만큼은 사익 보다 공익을 우선 해야 한다고 소로스는 말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는 진통제를 주는 정치인이 아닌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려운 선택입니다. 치료를 선택한 개인은 통증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인은 자신을 속이거나 유권자를 기만해서 불쾌한 현실을 피하려 하면 안 됩니다. 정치는 공익에 봉사해야 합니다. 정치인이 조작기능을 너무 남용하면 현실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진실을 무시하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집단들을 유권자들이 거부해야  대의민주주의가 개선될 겁니다. 당신이 매트릭스의 네오라면 빨간약을 먹겠습니까 파란 약을 먹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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