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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조지 소로스를 최고의 투자자로 만들어준 단 하나의 명제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투자특강> 2편

by 어투독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 사건으로 세계 최고의 투자자 반열에 오른 투자자, 조지 소로스. 그는 스스로를 투자자라기보다는 철학자라고 말합니다. 무엇이 그를 세계 최고의 투자자반열에 올려놓았을까요? 2009년 10월 자신이 세운 중부유럽대학에서 닷새에 걸친 강연의 내용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소로스 투자특강> 이 책은 그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재귀성이론

오늘날 주류 경제학자들이 지지하는 경제학 이론은 무엇일까요? 바로 ‘효율적 시장 가설’입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자연스럽게 균형 맞춰준다는 이론입니다. 그 이유는 사회구성원들이 도덕적 판단이 아닌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판단이 들어가면 시장은 왜곡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빵집사장과 양조장 사장은 그들이 남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빵을 만들고 양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럴 때 즉,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시장은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아간다는 이론입니다. 시장이 대개 균형을 이룬다고 주장하며, 외부에서 충격을 받는 경에만 무작위로 균형에서 벗어난다고 말합니다. 소로스는 이 ‘효율적 시장 가설’을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시장은 가격을 잘못 측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효율적 시장가설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입니다. 행동 경제학은 인간은 불확실성 속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즉 인간은 불확실한 결정을 자주 내리며 그 때문에 가격은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시장이 가격을 잘못 측정할 수 있다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소로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동경제학은 반쪽짜리 이론입니다. 행동 경제학은 합리 적지 못한 의사결정을 내린 그 행위 자체가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소로스는 한 가지 개념을 더 추가합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내린 결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어떤 현상’은 그 현상을 본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죠. 실리콘밸리 뱅크의 뱅크런 사태입니다. 실리콘밸리 뱅크가 큰 손실을 입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은행에 예치되어 있던 자금들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뱅크런 사태가 일어났고 그 결과 실제로 실리콘 밸리 뱅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파산한 사건이죠. 사람들은 은행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현실에서 출금이라는 행동을 했습니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했다’ 행동경제학은 여기까지 분석한 겁니다. 그런데 그런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인해 실제로 은행이 부실해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은행이 부실해졌다는 소문으로 남은 사람들마저 뱅크런을 하고 은행은 파산하게 됩니다. “‘은행이 부실할지도 몰라’라는 사람의 생각이 ‘뱅크런’이라는 현실을 만들어 냈고 그로 인해 실제로 은행은 부실해졌으며 그렇게 바뀐 현실은 다시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소로스의 철학인 ‘재귀성 이론’입니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에 ‘게임 스탑’ 사례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죠. 헤지 펀드가 경영부실을 문제로 게임스탑을 공매도한 사실을 밝힙니다. 이에 반발한 개인들이 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렸고 헤지펀드가 공매한 가격보다 올라갔고 때문에 숏커버링 매수까지 들어오면서 주가는 엄청난 상승을 했습니다. 이것이 ‘게임 스탑 사건’의 전개 과정입니다. 게임스탑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어려움이 있었고 재무제표도 불건전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인식이 현실 시장에 개입해 주가를 올렸습니다. 게임스탑은 이때 유상증자를 했고 그 결과 재무제표가 건전해졌습니다. 즉 개인과 헤지 펀드의 생각이 현실의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영향의 결과로 주가는 올랐고 이때 유상증자를 하면서 기업의 펀더멘털인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 겁니다. 재귀성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사건입니다. 행동경제학은 개인과 헤지 펀드의 행동이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게임스탑의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한 겁니다. 이렇게 오른 게임스탑의 주가가 다시 게임스탑의 펀더멘털을 좋게 만드는 것까지 분석해야 완벽한 이론이라는 것이 소로스의 주장이며 바로 재귀성 이론입니다.


재귀적 피드백의 고리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은 ‘재귀적 피드백의 고리’를 만듭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현실을 바뀌고 이렇게 바뀐 현실은 다시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줍니다. 이것이 재귀적 피드백의 고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리는 다른 사람의 인식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거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내가 주식을 샀다고 가정해 보죠. 내가 주식을 산 모습을 보고 옆의 친구도 따라서 산다면 그리고 그 친구의 옆 친구도 따라서 산다면 시장을 버블을 만들어 낼 겁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주식을 파는 모습을 보고 내 친구와 그 옆의 친구들이 주식을 판다면 시장은 과도하게 하락할 겁니다. 옆사람의 행동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긍정적 피드백입니다. 긍정적 피드백은 현실을 왜곡합니다. 시장의 버블이나 붕괴를 만들어 내죠.

그렇지만 재귀성 피드백의 고리가 꼭 버블이나 붕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내가 주식을 사는 모습을 보고 내 옆의 친구는 주식을 판다면? 그리고 그 옆의 친구는 다시 반대로 주식을 산다면? 이것이 반복된다면 ‘부정적 피드백입니다.’ 옆사람의 행동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 이것이 부정적 피드백입니다. 부정적 피드백은 시장을 균형에 가깝게 만듭니다.

정리해 보지요. 효율적 시장 가설을 틀렸다. 왜냐하면 사람은 불확실성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장가격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행동 경제학입니다. 그리고 그 왜곡된 가격으로 인해 다시 사람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이것은 반복됩니다. 이것이 소로스의 철학 ‘재귀적 피드백의 고리’입니다.


이 철학으로 어떻게 소로스는 세계적인 부자가 되었을까요. 일단 사람들이 잘못생각하고 있는 어떤 왜곡을 발견합니다. 왜곡을 발견했으니 거기에 베팅하고 기다리면 될까요? 소로스는 왜곡을 폭로하고 다니며 거기에 베팅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닙니다. 자신의 그런 행동이 다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소로스 펀드의 영란은행 공격 사건을 보죠. 파운드와 유로국가들 환율사이의 왜곡을 발견하고 파운드화를 공매도한 사건이죠.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파운드화를 공매도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말하고 다니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파운드화 공매도에 가담했고 영란은행은 버티지 못하고 고정환율제도에서 탈퇴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소로스 펀드는 10억 달러를 벌어들였죠. 물론 이런 그의 투자 방식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위안화 공매사건에서는 성공을 하지 못했죠. 하지만 소로스의 탁월함이 또 하나 있습니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실패했을 때의 손해보다 높을 때만 투자한다는 겁니다. 이 성공과 실패의 보상비율을 잘 판단하는 것이 소로스의 능력이죠. 그의 투자방법을 한 문장을 정리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다. ‘결함을 발견하고 손익을 따진 다음 투자하고 언론플레이를 한다.’ 이것이 재귀성을 이용한 그의 투자 방식입니다.

‘사람의 믿음이 바뀌면 현실도 바뀐다’ 이 단순한 명제가 소로스를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만들었습니다.

https://youtu.be/SwTbe_oLyog?si=O1dVJjRxWrZAY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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