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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누구를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해야 한다

멍거의 유산 시리즈 2편. '오판의 심리학'. '찰리멍거 바이블'

by 어투독

오늘은 '찰리 멍거 바이블'의 내용을 기초로 하는 멍거의 유산 시리즈 2편입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오판의 심리학'은 멍거가 직접 체계화하여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멍거의 유산 시리즈 1편에서 격자틀 모형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오판의 심리학도 하나의 도구입니다. 경제학처럼 하나의 학문으로 볼 수도 있죠. 그런데 이제 멍거가 직접 생각해 내고 이름 붙인 학문입니다. 오판의 심리학을 간단하게 말하면 저는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오판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이죠. 총 25개가 있습니다. 다음 것들이죠.

보상과 처벌 편향(인센티브),

선호 애정 경향

반감 혐오 경향

의심 회피 경향

불일치 회피 경향(일관성, 몰입 편)

호기심 경향

칸트적 공정성 경향

시기 질투 경향

상호성 경향(기대에 부응하려는 경)

단순 연관성 경향(조건반사)

현실 부정 경향

과도한 자존감 경향

과도한 낙관주의 경향

박탈에 대한 과민 반응 경향

사회적 증거 경향, 대조 경향

스트레스 영향 경양

가용성 경양

용불용 경향

약물 의존 경향

노화 경향

권위 복종 경향

헛소리 경향

이유 존중 경향

롤라팔루자 경향

이제 이런 경향, 편향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볼 편향은 '보상과 처벌 편향'입니다. 인센티브 편향이라고도 하고 이기심 편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멍거는 제록스의 복사기 중 신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 모델의 판매가 더 많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조사를 해보니, 구형 모델이 영업사원이 받는 인센티브가 더 많다는 점을 발견했죠. 보상과 처벌은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입니다. 멍거가 오판의 심리학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하는 내용이죠. 간단하게 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리고 반대로는 처벌을 피하는 쪽으로 움직이죠. 이 말은 어떤 사람에게 특정 행동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그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서 호소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살로먼 브라더스의 예를 보죠.

살 로먼 브라더스의 고문 변호사는 직원들의 비리를 CEO에게 전달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이 비리 사건을 보고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의무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아주 맞는 말이었지만 CEO는 보고를 미루었습니다. "이 문제는 드러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 돈도 잃고 지위도 잃는 재난을 당하게 됩니다." 만약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다면 CEO는 보고를 했을 겁니다. 멍거가 존경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해야 한다."

반감, 혐오 경향과 선호, 애정 경향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좋은 면만 보고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나쁜 면만 보게 만드는 편향입니다.

'불일치 회피 경향'은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상반되는 지식에 대해서는 믿지 않으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에 의하면 나이 많은 기득권 물리학자는 물리학 신개념을 한 번도 수용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입견이 없어서 사고가 유연한 젊은 물리학자는 이런 신개념을 수용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는 기존의 아이디어와 불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상호성 편향은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경향입니다. 이런 심리적 요인은 영업사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영업사원은 우리를 편안한 자리에서 맞아주면서 커피를 대접합니다. 이 작은 호의 때문에 우리는 50~60만 원을 더 쓰게 될 가능성이 크죠.

대조 편향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 마케팅 교수 치알디니는 수업 시간에 양동이 세 개에 각각 뜨거운 물, 차가운 물, 미지근한 물을 담고 나서 학생에게 왼손은 뜨거운 물에 담그고 오른손은 차가운 물에 담그게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양손 모두 차가운 물에 담그게 했습니다. 똑같이 미지근한 물에 대해서도 한 손은 뜨겁다고 느끼고 한 손은 차갑다고 느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조 편향입니다. 우리는 절댓값이 아니라 상대값으로 인식합니다. 이런 대조 편향을 잘 모르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방을 구하러 다닌다고 해봅시다. 영악한 중개업자는 처음에 아주 안 좋으면서도 비싼 방을 3곳을 연달아 보여줍니다. 그리고 뒤에 적당히 안 좋으면서 조금 비싼 방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선뜻 계약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이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표에 줄을 긋고 옆에 40% 할인이라고 적힌 가격표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조 편향을 이용한 마케팅이죠. 더 심각한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초혼이 매우 끔찍했던 탓에 그보다 조금 낫다는 이유로 형편없는 사람과 재혼을 하는 경우도 있죠. 이런 것은 우리가 바보라서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나타나서 놓치기가 쉬워서 그렇습니다. 판단력을 높이고 싶다면 대조 상황이 만들어내는 편향에 대비해야 합니다.

과도한 자신감도 안 좋은 쪽으로 편향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산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물건의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연금복권의 판매량은 약 3200억 원이었습니다. 반면에 로또의 판매량은 67조였죠.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과도한 자신감 경향'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번호를 선택했을 때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복권사업을 하고 싶다면 사람들이 스스로 번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박탈에 과민반응 경향은 많이 알려져 있는 심리적 요인이죠. 사람은 10달러를 벌었을 때의 행복감보다 10달러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두 배 정도 강합니다. 다른 말로는 손실회피 경향이죠.

사회적 증거 편향은 앞선 심리학 모형에서 알아봤었죠. 엘리베이터에 다른 모든 사람이 입구 쪽이 아닌 벽 쪽을 보고 서있다면 새로 탑승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벽을 보고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경향이죠. 무리 동물인 인간은 주변 사람들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상당히 효율적이었죠.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매수한다고 따라서 매수하면 큰일 납니다. 물론 잘 먹힐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따라 하기가 투자 원칙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유 존중 경향도 이전에 말했었습니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정확한 인지를 좋아하고 그 인지에 이르는 과정을 즐기는 경향이 있죠. 이런 경향은 무의식적으로 작동을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유를 제시해도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가 돈을 뽑아야 하거든요" ATM 줄에서 앞의 사람에게 이렇게만 말해도 양보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만약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한다면 "1분만 시간을 내서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세요"가 아닌 "1분만 시간을 내주시면 아프리카의 아이가 세끼를 먹을 수 있어요" 같은 구체적 이유를 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현실 부정 경향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TV를 보면 자식이 의심할 여지없이 명백한 범죄자인 경우에도 어머니는 자식이 결백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고통스러워 견딜 만한 수준까지 왜곡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현실을 어느 정도 왜곡하는 거죠.

헛소리 경향이라는 편향도 있습니다. 멍거는 아무 말 증후군이라고도 부르죠. 꿀벌은 꿀을 발견하면 벌집으로 돌아와 그 위치를 춤으로 알립니다. 그러면 다른 벌들이 그 위치로 날아가 꿀을 가져오죠. 한 학자는 벌집 바로 위에 꿀을 두었습니다. 자연환경에서 벌집 바로 위에 꿀이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꿀벌은 벌집 바로 위에 있는 꿀을 알려줄 춤을 모릅니다. 그럼 이 꿀을 본 꿀벌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집으로 와서 말도 안 되는 춤을 춥니다. 가끔 인터뷰를 보면 질문자의 질문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답변자를 볼 때가 있습니다. 멍거는 꿀벌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났다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상호성 편향' 때문은 아닐까요? 상대방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마음에 아무 말이라도 하는 걸까요.

특정 노래를 들으면 특정 시절이 떠오르는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그것이 멍거가 말하는 조건반사 편향입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광고는 언제나 경쾌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비자들이 코카콜라를 떠올리면 즐거움이 연상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권위 복종 경향. 멍거는 우리 사회가 선조 때처럼 지배 서열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더를 따르도록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조종사와 부조종사에 대한 실험입니다. 여기에서는 조종사가 권위자입니다. 조종사는 부조종사를 옆에 두고 항공기를 추락시킬 무모한 행위를 합니다. 부조종사의 25%는 항공기가 추락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천치라도 알만한 조종사의 무모한 행위를 방조했습니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매우 강력한 심리 편향입니다. 다른 실험도 있습니다. 밀그램 실험이라는 겁니다. 실험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실험자들을 학생과 교수로 나눕니다. 전기고문 의자에 죄수연기자가 앉아 있습니다. 이제 교수가 죄수연기자에게 문제를 내고 틀리면 학생이 전기고문 장치를 켜도록 지시합니다. 실제로는 전기고문을 받는 연기를 한 거지만요. 결과적으로는 많은 참가자들이 전기고문 스위치를 눌렀다는 겁니다. 이 실험으로 밀그램은 사람들이 권위 앞에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멍거에 따르면 이 밀그램 실험은 '권위 복종 경향'만 작용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설명을 통해서 "과학적 진실을 밝히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거짓 '이유'를 말했고 또 처음에는 아주 약한 정기 충격을 주게 했고 이후 충격 강도를 조금씩 높이게 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조 편향'이 작동했습니다. 심리 편향 4~5개가 결합한 결과였죠.

멍거는 이런 심리 편향의 결합을 '롤라팔루자 편향'이라고 합니다. 롤라팔루자는 사실 유명한 음악 축제입니다. 아주 다양한 음악 장르,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죠. 멍거는 다른 여러 장르로 이루어진 축제를 여러 편향이 결합된 효과로 빗댄 겁니다. 여러 가지 편향이 결합되면 편향이 하나만 작용했을 때보다 훨씬 강한 효과를 냅니다.

이전에 말한 치알디니교수는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요청을 했습니다. "매우 수고스럽겠지만 매주 이틀씩 오후에 비행 청소년을 동물원에 데려가 주시겠습니까?" 이 요청에는 수락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그러면 매주 하루만이라도 동물원에 데려가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응답자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이 수락했습니다. 처음에 더 부담스럽게 요청하고 나서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부탁하자 수락 비율이 3배나 높아진 것입니다. 이유 존중 경향과 상호성 편향이 동시에 작동한 겁니다.

이번에는 공개 구두 경매를 살펴봅시다. 사람들은 호가를 제시하면 그 호가는 사회적 증거가 됩니다. 사람들은 상호성 편향과 과민 반응 증후군에도 휩쓸리면서 혼란에 빠지고 비정상적인 가격까지 올라가죠. 멍거는 공개 구두 경매는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하도록 조작하려고 만든 제도라고 말합니다. 버크셔는 여러 입찰자가 존재하는 기업 인수에는 나서지 않죠.

끝으로 미국 대기업에 이사회를 들여다보죠. 이사회에서는 CEO가 권위자입니다 CEO가 터무니없는 짓을 해도 이사회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곧 사회적 증거가 되어 공식적 동의를 뜻하게 됩니다. 상호성 편향도 작동합니다. CEO는 매년 이사의 보수를 인상해 주고 업무용 제트기까지 동원해 공장을 둘러보게도 해줍니다. 그래서 이사회는 그 잘못을 전혀 바로잡지 못합니다. 이사회가 인센티브 편향 때문에 행동에 나서는 유일한 때는 자신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뿐입니다.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 역시 여러 오판의 심리학 경향들이 동시에 작동한 것이 이유입니다.

인간의 뇌는 항상 지름길을 찾도록 진화했죠. 지름길로 가면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면서 에너지 소모도 적기 때문입니다. 이런 편향들은 우리가 위험한 지름길로 가도록 유도합니다.

멍거는 이렇게 말합니다. "투자 종목 선정 과정에서는 이런 편향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나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셈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멍거는 다윈의 말을 인용해서 해법을 제시합니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내가 내린 결과에 반대되는 출판물, 새로운 관찰 또는 생각을 보거나 떠올렸을 때는 반드시 메모를 했다. 이 습관 덕분에 내 견해에 대한 반대 중거, 내가 주목하거나 대답하려고 시도하지 못한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우리는 자신이 확증 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대되는 사실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확증 편향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멍거의 두 번째 유산 '오판의 심리학'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멍거의 투자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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