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비문학

높은 PER이 위험하다는 것은 미신이다.

켄 피셔 '세 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by 어투독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맞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투자에 있어서 의심을 하지 않으면 손실을 보게 됩니다. 즉 투자에 있어서 의심이라는 프로세스는 필수적이죠. 성장주 투자의 대가이자 워런버핏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필립피셔의 아들 켄피셔는 우리가 3가지의 의심만 할 수 있다면 주식시장을 이기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잘못된 걸 믿고 있지 않은가?”입니다. 시장에 퍼져있는 잘못된 미신 같은 것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정부의 재정적자는 나쁜 것이다”라고 믿지만 정부의 재정적자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를 보면 정부가 재정적자 폭을 늘릴 때, 경기는 좋았고 주식시장 역시 평균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클린턴 정부가 정부 부채를 갚기 시작했을 때는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심했던 3년의 약세장을 겪어야 했지요.

또 다른 대표적인 미신이 바로 PER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PER이 높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피셔의 조사에 따르면 1872년부터 2005년까지 PER과 주가방향의 상관관계를 비교해 봤을 때 매우 랜덤 했습니다. PER이 20보다 낮았던 117번의 해에 시장은 35번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PER이 20 이상이었단 17번의 해에는 시장이 하락해서 끝난 적이 5번 있었습니다. 그나마다 이 5번 중 3번은 하락률이 크지 않았습니다. 이런 자료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높은 것이 하락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PER수준이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PER이 22배가 넘으면 나쁘고 15 이하면 좋은 상태라는 것이죠. 그러면 PER이 22배 이상일 때 팔고 15 이하에 매수하면 어떨까요? 그럼에도 역시 단순한 바이 앤 홀드 전략보다 수익률이 떨어집니다. 22를 23으로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이런 미신은 왜 만들어졌을까요? 낮은 상관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이런 미신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학자와 투자자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미신을 뒷받침하려는 증거를 찾아내려고 원인을 만들어 내죠. 그래서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이기도 한 로버트 쉴러는 PER을 연구했습니다. 그는 PER의 미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격 평준 수익비율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죠.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PER과는 다른 것입니다. 이런 끼워 맞추기 식의 근거를 만들어 ‘PER이 높으면 위험하다’라는 미신을 퍼트린 것입니다.

왜 이런 미신이 지속될까요? 인간은 역사의 대부분은 수렵채집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현대를 사는 우리 역시 그런 수렵채집인의 뇌를 가지고 있죠. 우리의 뇌는 뭔가 높으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집니다. 1미터보다는 12미터가 더 위험합니다.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높이와 관련된 것 같은 정보를 보면 우리는 높은 수치에 겁을 먹고 낮을수록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는 거지요. 높은 PER이 그렇고 높은 정부부채, 재정적자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알고 있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을 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남들이 모르는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것은 무엇일까?”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서 이어지기도 하는 질문이죠. 첫 번째 질문으로 틀린 것을 찾아냈다면 다음엔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나만 안다면 투자에서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시장은 대통령임기 마지막 2년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년 차에 수익률이 가장 좋지요. 이런 나만 아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그것이 경제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설명이 가능하다면 베팅해 볼 만하죠.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3, 4년에 수익률이 좋은 것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을까요?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은 불확실성은 가져옵니다. 그래서 새 대통령의 임기 초기는 수익률이 좋지 않은 거죠. 아주 간단한 논리입니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지고 나서는 원하는 정책을 마음껏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두 해에 많은 법률을 통과시켜야 하죠. 부의 재분배나 재산관 같은 반발이 많은 정책이 임기 초기에 시도되는 것 역시 그런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럴 때에는 각종 정책을 추진하느라 약세장을 위한 배려도 없지요. 그러다가 임기 3, 4년이 되면 이제 시장은 대통령에 대해 잘 알게 됩니다. 게다가 논란을 일으킬만한 법안을 피합니다. 재선을 노려서 일수도 있고 실제로 지쳐서일 수도 있죠. 물론 이런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진실을 찾았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손실을 볼 수도 있죠. 그럼에도 피셔는 70%의 확률이라면 베팅해 볼 만하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질문의 목표는 3년이나 30년 후에 상식이 될만한 것들을 지금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상식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 효용이 없습니다. 그러니 항상 내가 발견한 진실을 주변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대통령임기 3~4년에 주식시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고 친구에게 물었을 때 친구가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 진실은 아직 유용하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지금 내 두뇌가 나에게 충격을 주려고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절대적인 원칙이라고 한다면 바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정확히 반대로 하죠.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피셔는 우리의 뇌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조상은 포식자가 있는 야생에서 살았습니다. 만약 포식자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 생기면 우리의 선조는 동료들처럼 도망을 쳐야 했죠. 그러지 않은 인간은 죽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공포를 느끼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주식시장에서 도망을 쳐버는 것입니다.

이것은 행동재무학, 행동경제학의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전 경제학과 달리 행동경제학은 우리 인간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원인이 바로 앞서 말한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많은 편향들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우리는 ‘긍지는 축적하고 후회는 피하는 편향’이 있습니다. 고대의 사냥꾼은 사냥에 성공하면 본인의 업적을 자랑하고 부족원들 또한 그 사냥꾼을 추앙합니다. 이런 식으로 그 사냥꾼은 긍지를 쌓게 되죠. 이런 긍지는 사냥꾼이 다음날에도 사냥을 나가는 원동력으로 작동합니다. 긍지는 자신이 계속해서 오늘과 같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은 인류의 번영에 도움이 되었죠. 이번엔 반대로 사냥에 실패한 사냥꾼의 심리를 보죠. 사냥에 실패한 사냥꾼은 원인을 찾습니다. 아마 갑자기 사자가 타나서일수도 있고, 바람 혹은 번개 또는 창이 부러져서 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동료 들든 그런 그의 변명을 인정해 주죠. 이 사냥꾼은 후회를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인을 내가 아닌 밖에서 찾음으로써 다음날에도 사냥을 나갈 힘을 얻죠. 이런 심리 역시 인간이라는 종의 번영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선조가 ‘오늘은 운이 좋은 것뿐이야. 내일은 사냥에 나갔다가 죽을지도 몰라’ 라거나 ‘내일도 역시 오늘처럼 실패하겠지?’라고 낙담한다면 아무도 사냥에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 부족은 굶어 죽었겠죠.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긍지 쌓기’와 ‘후회피하기’를 반복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본 주식은 오래 기억하며 자랑을 하고 손실을 본 종목은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 다시 장이 열리면 매매를 할 힘을 얻게 되는 거죠. 이 현상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피셔는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수한 주식이 많이 올랐다고 자만하지 말고 운이 좋았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또 매수한 주식이 많이 떨어졌다면 외면하지 말고 실수의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저점에서 주식을 팔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멈춰라. 그리고 자문해 보라. 만약 당신이 틀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베팅을 위해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이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질문 없이는 표류하게 될 것이다.


KakaoTalk_20250525_141705159_0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가 인간의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