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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문학

가난한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형편없게 행동할까?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by 어투독

모든 사람들이 알면서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도대체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왜 그렇게 형편없이 행동하는가?” 현대의 대부분의 질병들은 관리만 제대로 받는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약을 투여받지 못해서 사망했는데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약이 비싸서 그런 게 아니었죠. 그들은 단지 꾸준히 약을 투여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농부들은 잡초가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가난한 농부들은 잡초제거를 하지 않습니다. 또한 가난한 부모들은 아이를 거칠게 대하고 훈육에 일관성이 없으며 애정표시를 덜합니다. 가난할수록 아이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지요. 가난한 사람들은 저축을 하지 않고 손을 적게 씻고 물을 정수해서 마시지 않고 임신했을 때조차 덜 조심합니다. 도대체 가난한 사람들은 왜 이렇게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서 알기 위해선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답을 찾기 위해 한 가지 사례를 보죠. 항공관제사라는 직업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아주 바쁘고 어떨 때는 아주 한가하다는 사살입니다. 조사결과 그들은 회사에서 아주 바빴을 때는 집에 돌아가서 빈곤층처럼 행동했고, 여유로웠던 날에는 집에서 중산층처럼 행동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압박할 때 우리는 형편없이 행동하게 됩니다.

바로 결핍입니다. 오늘 가져온 책은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책입니다.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데니얼 카너먼이 추천한 책이기도 하죠. 저자는 두 사람으로 센딜 멀레이너선과 엘다 샤퍼입니다. 행동경제학이라 함은 사람들이 경제적이지 않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죠. 이 책의 두 저자는 사람들이 그런 비합리적은 행동을 하는 원인을 ‘결핍’이라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핍이란 무엇인가를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가지는 것을 뜻합니다. 항공관제사는 회사에서 여유로운 시간이 부족하자 집에서 형편없게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들은 항상 그런 결핍에 시달리죠.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던 겁니다.

가난 한 사람은 자기만의 비행기를 마음속 하늘에 띄워 놓고 있다. 집세, 대출금, 연체된 청구서, 다가오는 결제일 등 머릿속에 온갖 문제들이 있다. 그래서 일관성이 없이 티브이를 끄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다.

결핍에 빠진 사람들은 ‘터널링’에 빠지게 됩니다. 한 가지 사례를 보죠. 소방관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사고의 25%가 됩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79%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서 벌어진 사고였죠. 경보가 울리면 소방관은 시간의 결핍에 직면합니다. 그의 시야 안에는 ‘화재현장으로 출동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안전벨트는 그의 시야, 즉 터널 밖으로 나가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터널링입니다. 무언가에 집중되어 다른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 어떤 것에 몰두를 하다 보면 옆사람이 말을 걸어도 못 알아차릴 때가 있습니다. 딱 그런 현상이죠. 학비지원금을 받아 등록금을 내던 학생이 갑자기 지원을 못 받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 달 등록금’만 떠오를 것입니다. 다른 것들은 그의 터널 밖으로 나가버리죠. 그렇게 되면 성적도 나빠질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신경 쓰고 관리할 수 있는 범위가 있습니다. 그것을 책에서는 ‘대역폭’이라고 부릅니다. 등록금 걱정이 없던 시기 학생의 대역폭에는 성적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다른 것은 신경 쓸 것이 별로 없었기에 성적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등록금 문제가 생기자 성적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등록금이 대부분의 대역폭을 잡아먹게 됩니다. 결핍은 대역폭에 세금을 매깁니다. ‘등록금에 대한 걱정’이 머리에서 차지하는 공간을 저자들은 세금으로 표현한 거죠. 정리하자면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터널링에 빠지게 하고 대역폭이 줄어들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은 컴퓨터에서 많은 프로그램이 띄워진 상황과 같습니다. 프로그램이 하나씩 실행될 때마다 컴퓨터의 속도는 느려지죠. 학비라는 프로그램이 띄워지고, 이어서 가족문제라는 프로그램, 월세, 성적 이런 프로그램들이 계속 실행되는 겁니다. 그러면 컴퓨터는 당연히 느려지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핍에 빠지면 우리의 뇌는 느려지고 합리적이지 못하고 덜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결핍에 빠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대상으로 IQ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결핍에 빠진 사람이 약 14점이나 떨어졌습니다. 14점이라면 평균의 지능을 가진 사람을 경계선(정신지체 바로 전 단계)까지 떨어트릴 수 있는 점수죠. 즉 어떤 사람이 결핍을 느낄 때는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서 낮은 IQ 점수를 기록합니다. 이것이 이 책이 하는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궁금했던 질문 가난 한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던 이유죠.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우리는 그들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문제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결핍이 없고 따라서 결핍에 빠진 저소득층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짜로 약을 주는데 제대 먹는 것조차 못한다”라고 그들을 나무라기만 할 뿐이죠. 저소득층을 위한 고금리 적금상품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도약계좌라는 제도는 5년 동안 적금을 부으면 다달이 정부지원금을 추가로 적립해 주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당장에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5년 뒤에 돌아올 정부지원금과 높은 이자가 눈에 들어올까요? 그런 것들은 너무 멀리 있어서 터널 밖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터널 안에는 다음 달 월세만 들어와 있죠.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을 터널 안으로 집어넣어야 합니다. 당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제도를 설계를 해야 하죠. 예를 들어 일정금액을 적금을 넣으면 정부지원금과 나중에 받을 이자는 즉시 지급을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결핍에 빠진 이들이 미래를 대비하면서도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대역폭세금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에서 우리는 대역폭에 줄어든 상황을 많은 프로그램이 띄어진 상황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컴퓨터는 원래 느린 것이 아니라 많은 프로그램들 때문에 느려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행되어 있는 많은 프로그램을 꺼준다면 컴퓨터는 제속도를 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결핍에 빠진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을 줄여준다면 그들은 합리적이고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제도가 해야 할 일은 단순이 현금을 지원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신경 써야 할 것을 줄여주는 정책도 해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한부모가정의 엄마는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아이까지 돌봐야 하니 항상 시간과 돈이 부족합니다. 이런 결핍은 엄마를 근시안적으로 만들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은 무시하게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정부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보육프로그램은 엄마가 신경 써야 할 것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일 수도 있죠,

결론적으로 저자들의 제안은 그들의 입장에 서서 빈곤 정책을 세우자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이라고 하면 터널링과, 대역폭 같은 것들을 고려하자는 것이죠.

오늘 글에서는 결핍이 가져오는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서 아주 일부만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더 궁금하시다면 제 유튜브의 영상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단순히 가난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시간관리 그리고 투자에 있어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T0iNVYCynN8?si=C_I_mlNejwT-Gn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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