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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Feb 08. 2023

기부, 왼손이 하는 일을 모두가 알게 하라

어릴 적 터미널 그리고 시장에는 다리를 잃은 분들이 간혹 계셨다. 그분들은 사람들을 붙잡고 구걸을 했고 우리 아빠는 붙잡히기도 전에 달려가 그분들에게 돈을 쥐어드렸다. 아빠 속도 모른 채 나는 아빠가 그분들과 이야기를 섞는 것조차  창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가끔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아주 간혹 그런 분들을 보았지만 가끔 눈을 질끈 감은 채 시선을 피하곤 했다. 철이 들지 않은 채 국제기구에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곤 혹여나 나중에 인터뷰에 도움이 될까 후원을 시작했다. 절대 순수하지 않은 마음으로 말이다. 이직도 하고 마음에 드는 회사도 다니고 그러면서 국제기구 꿈은 없어진 건지 포기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의 후원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지독하게도 겸손한 집안에서 자란 탓인지 (우리 집안사람들을 밖에 나가 자랑을 못한다. 어쩌면 자랑할 게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을 후원한다는 것을 입밖에 꺼내 본일이 없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우연히 후원 관련 얘기가 나왔고 직장동료가 나를 보고 후원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아차 싶었다. 누군가는 마음이 있어도 쉽게 실행하지 못했었으리라. 그리고 수억을 쾌척하는 사람들을 보며 몇만원 고작 몇천원을 하는 것도 멋쩍은 일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후원 관련 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사람마다 경제적 관념과 지출처의 중요도 또한 다르니까 말이다.


2008년부터 한 후원은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생각 없이 시작했던 후원은 세상은 그리 공정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계속되었다. 국제구호단체 후원금뿐만 아니라 강릉에 난 산불, 난민, 그리고 보육원에 기저귀 지원 등. 어찌 내가 이리 없는 살림에 후원광고만 보면 클릭을 해 대는 걸 아는지 유튜브만 보면 온통 후원요청 광고이다. 그리고 요즘은 정기후원 외에는 클릭하지 않을 거라는 결심에 눈을 질끈 감은 채 유튜브 광고를 지나쳤다.


하지만 나는 오늘 또 무너졌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을 보고 말이다. 며칠 전 뉴스에 나온 튀르키예의사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만 되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 집을 잃은 사람들, 티브이를 그리고 뉴스를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튀르키예 한국전에 네 번째 규모로 파병한 나라라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정식 수교 국가도 아니었다고 한다. 선한 사람들은 이미 후원을 시작하고 구호물품을 보내기 시작했다. 집에 오고 아이와 남편과 후원을 얘기하고 그리고 우리도 동참했다. 큰돈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better than never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건네어본다. 언제나처럼 입밖에 꺼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브런치에서라도 해야겠다. 왼손이 한 일을 모든 이가 알 수 있도록 그리고 한 명이라도 그들에게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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