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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Dec 28. 2022

뉴질랜드 시어머니의 케이크

달콤한 시댁

코로나로 삼 년 만에 방문한 시댁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시어머니의 케.이.크.


대한민국 대표 빵순이인 나는 빵보다 케이크를 좋아한다. 한 입만 먹어도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한 케이크는 다른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일초만에 행복한 나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맨 처음 남편을 따라 시댁에 왔을 때 먹은 초콜릿케이크는 잊을 수가 없다. 꾸덕꾸덕한 초콜릿에 바나나 슬라이스가 켜켜이 쌓여있다. 어쩌면 그게 시댁에 대한 첫인상이었을지 모르겠다. 초콜릿도 모잘라서 달콤한 바나나라니.

시어머니의 초콜릿 케이크에 반한 나와 시어머니는 내가 시댁에 방문할 때마다 어김없이 케이크를 구워주신다. 마치 우리네 장모가 암탉을 잡아주듯 나의 뉴질랜드 시어머니는 케이크를 굽는다.


올해는 케이크가 하나 추가되었다. 삼 년 전 세 살짜리는 아기여서 달콤한 것의 근처에도 못 갔지만 여섯 살짜리 유치원 형님반 꼬마는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가 생겼다. 바로 레드벨벳.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손자를 위해 두 개의 케이크를 준비하셨다.  당근케이크와 레드벨벳.


음~음미하는 소리를 연발하며 레드벨벳을 먹는 입이 검어진 손자를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삼 년 전 보다 나이는 드셨지만 케이크맛은 그대로다. 레드벨벳은 처음으로 만들어 본다고 하셨지만 세상 그 어떤 케이크보다도 달콤하다. 시아버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며느리 너처럼 케이크를 맛있게 먹어준 사람이 없다고 하신다.


친정과 시댁의 차이가 누워 있을 수 있나 없나의 유무로 비교되던데 나 또한 시댁에서 마냥 누워있을 수만은 없지만 케이크 때문일까? 나의 시댁은 달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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