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활도 새로 바꿨겠다. 남편이랑 아이가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겠다. 이때다 싶어 첼로를 꺼냈다. 워킹맘이기에 일주일에 한 번 레슨을 받는 나는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난 후에는 연습이란 것을 이전보다 열심히 하게 되었다.
도~하나 둘 셋 넷
레~~~~ 둘셋넷
미~~~~~둘셋넷
열심히 활을 긋고 한 달 전 시작한 “금혼식’을 펼쳐 연습한다. 분명 선생님과 함께 할 땐 이 소리가 아니었는데 혼자 하니 실력이 뽀록나버린다. 연습을 하다가 좌절감에 빠진다. 소리며 박자며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정말 더는 듣기 싫어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가 연주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도 한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연주해본다. 듣기 싫다고 그만한다면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임을 아는 나이이기에.
2012년 연초에 시작한 발레
10년간 발레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거울로 너무나 훤히 보이는 나의 못난 모습. 허우적대는 팔과 다리. 타이즈를 신고 있는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었던 그러한 시기를 견뎌 냈다는 것. 보기 싫지만 하루만 더 하루만 더. 다리 찢기가 안되지만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2011년 7월 시작한 아침 필사
너무나도 하기 싫어 글씨가 괴발개발. 보기도 싫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을 때, 참아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래도 다시 한번
과정 중 듣기 싫어도. 보기 싫어도. 쓰기 싫어도.
마음에 들면 삼 년이 아니라 십 년 이상을 지속하는
어쩌면 내 꾸준함과 끈기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