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까지 야근한 탓인지
전화로 회사에서 파트너사 측과 이래저래 옥신각신 해서인지
너무나도 피곤했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은 쉬라며 아이와 동물원에 갔다.
씻고 씻는 김에 화장실 청소를 해 보고
날씨가 좋아 마당에 빨래를 널었다.
지저분한 공간에서 일은 할 수 있지만
지저분한 공간에서 쉴 수는 없는 나였기에
거실도 청소를 조금 해 보고
일 때문에 손 놓고 있던 첼로 연습을 하고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 그런 소리를 내는 나를 한탄하며
좀 들어줄 만한 피아노로 마무리한다.
남편이 준 달콤한 휴가를 그렇게 쉬지 않고 몸을 부산하게 움직인다.
벌써 시간은 점심시간을 가리키고
그제야 소파에 몸을 가눈다.
추석에 읽다 만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어디로 갔을까?’를 읽으며 할머니 씬에서 나는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를 그리워한다.
이제나 저제나 오매불망 남편과 아이를 기다리며
이제는 그간 바쁘단 핑계로 거들떠보지 않던 브런치에 글을 써본다.
이럴시간이 아니야.
쉴 시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