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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May 29. 2023

좋은 연장을 줘도 못쓰는 서툰 목수

내가 연주하는 게 첼로냐 아쟁이냐

흔히들 서툰 목수는 연장을 탓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진짜 서툰 목수는 좋은 연장을 줘도 못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일주일이면 한 번 첼로레슨을 받는다. 이래저래 일이네 행사네 해서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햇수로는 사 년이 되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만 나의 첼로실력은 언제나 늘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오늘은 악기방의 문이 잠겨 선생님과 수다나 떨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선생님께서 너무도 흔쾌히 본인 첼로를 써서 연습을 하자고 하셨다. 일단 이렇게 비싼 첼로를 나와 같이 초보가 써볼 수 있다니 라는 감격에 겨워 사진을 한컷 남겼다.


선생님은 비브라토(손가락으로 진동을 주는 연주)를 넣어 활을 그어보라 하셨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짐했다.


“에옹에옹”


‘….?’


다시 한번 그었다.


“이옹에옹”


‘….?’


어제 연습도 했건만 이따위 소리를 내가 너무 싫어졌다. 선생님께서는 평소보다도 못한 소리를 내는 나를 보며 “원래 다른 사람 악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고 악기마다 다 모양도 다르고 현의 각도도 다르거든요…”라고 하셨다.


왠지 당황한 기운이 느껴졌다. 원래 사람이 당황하면 말이 많아지지 않던가.


“그리고 리딩누크님 악기가 원래 부드러운 소리가 나고 제 악기는 원래 좀 거칠어요.”


“네…네…”


곡을 연주하고 도저히 듣지 못하겠어서 선생님께 요청드렸다.


“선생님 선생님이 연주 한 번 해주세요. “


소음공해 정화가 필요했다. 선생님의 연주는 대충 하는 것 같았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우리는 악기에 대해 그리고 그것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수억짜리 악기를 쓰는 분도 계시다고.


흔히들 서툰 목수가 연장탓한다고들 한다. 나는 그간 내 첼로에 만족해 왔으나 요즘은 한 번쯤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부로 서툰 목수는 연장을 줘도 못써먹는다는 결론에 다 달았다.


그저 서툰 목수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라고. 아마 서툰 목수는 본인의 연장이 더 편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익어서. 단순해서. 없어져도 그만, 저렴해서. 그간 첼로가 아니라도 나에게 쥐어진 좋은 연장도 많았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좋은 연장이 쥐어졌으나 좋은 연장인 알아보지도 못하는 혹은 써보지도 못했던 그런 날들이 있었겠지.


나,

누구보다 서툰 목수,

일단 내가 가진 연장부터 갈고닦으련다.


적어도 어떤 연장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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