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보는 대신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았다.
여름감기는 지독하다는 그 말을 실감하게 해 주는 그 여름감기에 걸렸다. 아이와 남편을 한 번씩 훑고 지나간 감기는 나에게 와서는 더 혹독한 시간을 안겨줬다.
어젯밤도 기침으로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기할 요량으로 병원에 갔다. 지난번 간 병원이 아니기에 항생제를 물어보려 약봉지를 들고 갔다. 내 앞에는 벌써 열명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 전인데도. 아무런 생각 없이 나는 이북을 읽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 하나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이내 핸드폰을 보지 않기로 했다.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인테리어도 신경 쓴 듯 보였다. 그렇지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 터. 아침부터 얼마나 닦았는지 대리석 바닥은 반질반질했고 잘 가꿔진 화초들은 보기가 좋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들과 도로의 초록색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시계가 약간 거슬렸다. 모던한 병원에 너무나 과장되어 보이는 디자인의 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보는 대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이비인후과라 그런지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우리가 병원에서 마스크를 꼬박 쓴 건 언제부터였는지 싶었다.
옆에 꼬마가 엄마랑 왔다. 나의 아들 나이 즈음 되어 보였다. 예쁜 신발을 신었다. 엄마랑 같이 왔는데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몇 살이니? 나도 너랑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데. 멋진 신발을 신었구나.라는 말을 저 뒤로했다. 엄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니까. 아 이런 걸 오지랖이라 하던가 싶기도 한 게 그 이유였다. 저쪽에 대기하는 꼬마여자아이 둘도 보였다. 아빠와 함께 왔나 본데 아빠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과 아이 옆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 아주 중요하고 긴급한 사항이 있다면 웬만하면 자리를 피해 핸드폰으로 연락을 받는다. 그건 우리의 철칙이다. 어차피 핸드폰 나중에는 다 보게 될걸. 오히려 늦게 보여주면 중독될 가능성이 더 높을걸?이라는 주변의 시선도 있다. 그럴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가 핸드폰이 아닌 세상에서 재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원한다. 물론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다 있지 않은가. 무언가 긴급한 일이 발생해서. 병원 이후에 어디를 갈지 몰라 검색할 요량으로. 아이가 기침으로 잠을 못 자는데 방법을 알고 싶어서. 이런 이유일 수도 있겠지.
어쨌든 아이는 심심해 보였다. 이 의자에서 저 의자로 옮겨 다녔다. 나는 아이에게 말을 거는 대신 내가 가져온 약 봉투로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았다. 예쁜 종이도 아니지만 나는 사람들 모두가 핸드폰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끔 어딜 가면 나와 나의 아들만 핸드폰을 안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 둘 만 안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무언가 다른 환경을 보여주고 싶은데. 내가 종이비행기를 접자 아이는 역시나 관심을 보였다. 아이는 엄마에게 종이를 달라고 했다. 아이는 종이로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종이비행기 참 잘 만들었구나! 넌 참 멋지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앞으로도 내 아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있을 때는 핸드폰을 웬만해선 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핸드폰의 세상보다 우리 주변의 세상이 훨씬 아름답고 재미있다는 것을 나 혼자서라도 한 번 시험해 보고 싶다.
그리고 어찌 아는 가? 내가 아이와 밖에 나갔을 때도 누군가에게 우리에게 눈 맞춰 주고 그리고 비행기를 만들어 같이 시합해 보지 않을래?라고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