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를 위한 와인매너
비주류(주류酒類)인 나를 위한 술이 있었으니
그것은 와인이었다.
맥주나 소주처럼 권하는 분위기도 아니며
한 잔을 가지고 세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었고
색상도 향도 마음에 쏙 들었다.
십 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뉴질랜드에 있는 한 와이너리에 가게 되었다.
치즈와 과일 등을 담은 플래터와
상큼한 화이트 와인을 맛본 후
비주류인 나는 와인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일 년에 한두 번 폭탄주를 예상하며
마음을 단단히 하고 참여하는 회식자리와는 달리
와인은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 수 있다지만
아직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와인은 여전히 불편한 주종이 아닐 수 없다.
와인을 즐기는 남편덕에 가정환경상
외국업무를 하는 직업상
와인에 친숙해 질만도 한 터
와인 책을 사보기도 하고
와인 강의도 들어보고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와인을 꽤 아는 남편옆에서
귀동냥을 하게 되었으나
와인바에 가게 되면
아직도 어렵고
아직도 불편한 게 사실이다.
맥주라면
브랜드만 보고 고르겠지만
와인은 아직까지도 기성품이라는 느낌보다는
테일러샵의 맞춤옷이라는 생각에
어렵고 또 어렵다.
하지만 몇 가지 와인매너만 알아도
와인바에 가서 불편함이 덜 할 것이다.
선택도, 테이스팅도 호스트가
와인바에서 마시는 와인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리스트를 가져다 달라고는 했지만, 너무 싼 걸 마실 수도 너무 비싼 것을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호스트가 어떤 와인을 좋아하냐 묻는다면, 레드, 화이트 혹은 품종 정도는 말하되 선택은 호스트에게 맡긴다. 소믈리에가 테이스팅을 하겠냐고 한다면 그 또한 호스트가 한다.
레이디퍼스트, 투머치는 금물이다.
와인서빙은 보통 여성부터 시작하며, 마지막이 호스트 순이다. 맥주잔처럼 들지 않고, 테이블에 그대로 두며, 보통은 검지와 중지를 뿌리 부분에 댈 수도 있다. 잔의 크기 순으로 보자면 레드의 경우 1/3 화이트의 경우 2/3 그리고 스파클링와인은 그보다 조금 더 딸 수 있다.
와인은 S로 시작해 S로 끝난다.
흔히 6S로 요약할 수 있는 와인테이스팅 이와 함께 또 하나의 S만 기억한다면 와인바에서도 불편함이 덜 할 것이다.
SEE 와인의 색을 눈에 담아라.
와인은 보통 와인색보다 어두운 색의 병에 담겨 판매된다. 따라서 ㅡ와인색을 보기 위해서는 글라스에 따라 그 색을 보아야 한다. 실제로는 불빛에 비춰보아야 어느 정도의 투명도인지, 색감인지를 볼 수 있지만, 와인을 잔에 따른 후에 눈높이 정도로 들어 올린 후 색을 눈에 담아라. 고수가 된다면 품종과 빈티지 그리고 혹은 상했는지의 정도 까지도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색상을 눈에 담아본다.
SWIRL 돌려라 돌려라 단, 내쪽으로
와인은 잘 모르지만 와인을 마구마구 돌리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걸 스월링이라 하는데, 공기와 접촉시켜 맛을 조금 더 풍부하고 제 맛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바깥으로 가 아닌 안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레드와인의 경우에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옷에 튈 ㄹ우려가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스파클링은 스월링을 하면 김 빠진 콜라를 마신 격이니 자제한다.
SNIFF 음~ 좋은 향기
내가 좋아하는 쇼비뇽블랑은 코르크를 따자마자 향이 전해진다. 어떤 와인은 향 조금 더 와인에 친숙해지면 스월링을 하기 전 향과 그 후의 향을 함께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점차 아로마를 통해 보통 품종과 빈티지 등을 알아낼 수도 있게 될지도 모른다.
SIP & SAVOR 홀짝홀짝 즐겨보자
아로마를 맡고 나면 그 후에는 한 모금(적은 양을) 마셔보고, SAVOR 음미하도록 한다.
SWALLOW
마지막으로는 목 넘김을 보며 진정한 와인의 맛을 느껴보면 된다. 다만, 모든 과정들은 전문적인 테이스팅과정이 아니므로 적당하게 해야지 과한 스월링과 스니프, 가글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의 과격한 태도는 격을 떨어뜨린다.
마지막 Straightforward 단순하게 생각하고 솔직하자.
와인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와인의 세계가 무궁무진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인 만큼 조금 더 안다고 아는 척할 필요도 없다. 몇 가지 품종을 알고, 와인을 조금 마셨다고 자랑하지 말자. 장님 코끼리 만지기 격이다. 리스트 보고 고민하지 말고 소믈리에에게 추천해 달라고 하자. 나도 와인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와인선택에 있어서는 항상 의존적이다. 화이트 혹은 레드, 달콤한 와인을 좋아해요.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해요 정도의 취향 정도는 얘기해 보자.
와인파티에 초대받았을 때는 와인선물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는 와인을 사가는 것도 좋다. 와인이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애주가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즐기는 적당한 가격선의 와인 혹은 와인 안주를 준비해 가는 정도의 센스를 발휘해 본다.
이렇듯 와인의 간단한 매너는 알아두자.
비싼 돈 들이고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면 손해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누가 아는가? 나처럼 와인 속에 파묻힌
프러포즈링을 발견할 수도?
와인 색을 보다가 발견했느니 망정이지
아니면 목구멍으로 넘겨버렸을 수도 있었겠다!
Aging like fine wine.
좋은 와인처럼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간단한 매너를 장착하고 와인을 마시며 삶을 즐겨보자.
매너노트 3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