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으면 십 년은 늙어”
내가 직장선배에게 남편이 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어 한다고 했더니 한마디로 정의 내려주었다. 집 지으면 십 년은 늙어. 외국인(남편은 이 말을 안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영어로만 적당한 단어를 못 찾았을 뿐 사실 외국인은 그냥 외국사람 이방인이라기보다 외국에서 온 사람 아닌가?)인 우리 남편은 주택 주택 노래를 불러왔다.
도시에서 주택 짓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 까닭에 경제적인 이유로, 편리성의 이유로, 그리고 보안이 취약한 이유로, 뭐 수십 가지 이유로 난 반대 해 왔다.
제일 선망하는 삶을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이 쿨하게 펼쳐지는 시티뷰로 꼽는 나에게도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것이 나 그리고 남편의 삶에 있어 1순위가 되고 나서부터는 주택에 살아도 좋겠네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음을 먹고 땅을 이리저리 알아보고
이집저집 둘러보고
결국 정말 마음에 꼭 드는 집을 발견하고 덜컥 계약을 해 버렸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졌던 건지 계약을 하고 나서는
화장실이 작고
연면적이 좁고
직장에서 멀며
벌레는 있지 않을까
겨울엔 춥지 않을까
별별 생각에 잠기지만
곧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니까 란 생각을 한다.
조금만 손보고 이사 가야지 라고 했던 내 첫 결심은
여기도 좀 고치고
저기도 좀 고치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
예산에서 벗어나네 고민하고
새벽 5시까지 밤을 지새우며
아, 역시 적어도 집을 짓는 것보단 있는 집을 구매한 게 좋은 선택이었어.라고 위안한다. 새벽 다섯 시에 회사 갈 걱정을 하면서.
하지만 모든 걱정을 눈 녹이듯 사라지게 하는 것은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범벅이 되도록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와 이를 지켜보는 남편의 온 천하를 가진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