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니 생일은 도대체 언제인 건데?
오늘은 내 음력 생일이다. 따지자면 나는 따스한 봄에 태어났는데 내 주민등록증은 새 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이른 봄인 3월이다. 첫 손주인 나는 할머니께서 말 그대로 시골 본적지에 내 출생신고를 해 주셨다.
나더러 누군가가 내 나이 때에 음력 생일을 쇠는 것은 나뿐이라며 나를 일컬어 음력 생일을 쇠는 유일한 MZ세대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음력 생일자가 아니면 모르는 말 못 할 고충이 많이 있다.
첫째 주민등록상 생일이 빠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나이를 빠르면 한 달 미만 늦으면 두 달 일찍 먹게 된다. 이게 어릴 적에는 별게 아니었지만 앞의 숫자가 바뀌는 시점이 빨라지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둘째 생일을 찾아먹기 힘들다. 어릴 때는 어찌어찌 어른들이 다 찾아주셨지만 나이를 한두 살 더 먹을수록 내 생일에 대한 감각도 더욱 더뎌진다. 내가 내 생일이 언제인지를 매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친한 친구들도 가끔 내 생일을 잊어 미안해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셋째 혼란스럽다. 내가 진짜 태어난 날인 양력 생일. 주민등록에 나오는 내 생일. 매년 파티를 해야 하는 내 생일. 나도 솔직히 내 생일이 언제인지 몇일을 내 생일로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혼란스럽고 들쭉날쭉한 나의 음력 생일을 나는 좋아한다. 가끔은 두 번씩 생일파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출생신고를 하러 가셨을 키가 매우 작은 그렇지만 당차고 똘똘하셨던 우리 할머니 뒷모습을 생각하면 내 생일이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음력 개념이 없는 외국인 내 남편은 오늘도 묻는다.
그래서 네 생일이 언제인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