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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Mar 02. 2022

음력 생일자의 비애

그래서 니 생일은 도대체 언제인 건데?

오늘은 내 음력 생일이다. 따지자면 나는 따스한 봄에 태어났는데 내 주민등록증은 새 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이른 봄인 3월이다. 첫 손주인 나는 할머니께서 말 그대로 시골 본적지에 내 출생신고를 해 주셨다.


나더러 누군가가 내 나이 때에 음력 생일을 쇠는 것은 나뿐이라며 나를 일컬어 음력 생일을 쇠는 유일한 MZ세대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음력 생일자가 아니면 모르는 말 못 할 고충이 많이 있다.


첫째 주민등록상 생일이 빠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나이를 빠르면 한 달 미만 늦으면 두 달 일찍 먹게 된다. 이게 어릴 적에는 별게 아니었지만 앞의 숫자가 바뀌는 시점이 빨라지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둘째 생일을 찾아먹기 힘들다. 어릴 때는 어찌어찌 어른들이 다 찾아주셨지만 나이를 한두 살 더 먹을수록 내 생일에 대한 감각도 더욱 더뎌진다. 내가 내 생일이 언제인지를 매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친한 친구들도 가끔 내 생일을 잊어 미안해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셋째 혼란스럽다. 내가 진짜 태어난 날인 양력 생일. 주민등록에 나오는  생일. 매년 파티를 해야 하는  생일. 나도 솔직히  생일이 언제인지 몇일을  생일로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혼란스럽고 들쭉날쭉한 나의 음력 생일을 나는 좋아한다. 가끔은 두 번씩 생일파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출생신고를 하러 가셨을 키가 매우 작은 그렇지만 당차고 똘똘하셨던 우리 할머니 뒷모습을 생각하면 내 생일이 싫지만은 않다.

작년 내 생일 풍선을 따라 케익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음력 개념이 없는 외국인 내 남편은 오늘도 묻는다.


그래서 네 생일이 언제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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