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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Feb 23. 2022

나의 취미생활 : 신체적 결점을 마주하다.

“엄마 난 손가락이 짧아서 전공 못해.”

“네 손이 어디가 어때서 그래. 예쁘기만 한데 그리고 원장님도 손 작아!” 어릴 적 피아노 선생님은 우리 엄마를 만날 때마다 꾸역꾸역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나를 전공을 시키라 졸라대셨다. 하지만 힘껏 손가락을 찢어서 도에서 레가 간신히 간신히 닿았던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아직도 피아노를 즐겨 연주하는 나는 간혹 8도 예를 들어 한 옥타브를 동시에 누르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 악보가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뿐인가 성인이 되어 가야금을 배우기로 한 나는 이 또한 손가락이 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첼로 너도…

멋진 중년을 준비해보자며 호기롭게 시작한 첼로. 취미 첼로를 시작한 지 만 삼 년 차인 나는 이제야 곡들을 연주해 보려 하는데 첼로 또한 큰 손의 소유자들이 해야 하는 악기임을 말 그대로 뼈저리게 느낀다. 검지와 약지를 간신히 벌려 연습하면 한동안 정말 뼈가 저린다. 도대체 손이 얼마나 커야지 편한 연주를 할까 하는 생각에 스테판 하우저 요요마 등 유명 첼리스트의 손을 보니 감히 나와 같은 손이 작은사람은 처음부터 탐낼 악기가 아니었음을 느끼게 된다. 나는 풀 사이즈 첼로를 그대로 연주할 것인지. 나의 신체적 결함을 돈으로 메꿔줄 레이디 사이즈 첼로를 구매할 것인지 고민에 빠져있다.

남편 닮아 손발이 큰 아들 원없이 건반을 두드린다.


발레 너는 어떻고…

취미 발레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가고 상체에 비해 하체가 긴 나는 내가 발레에 적합한 체형인 줄 알았으나 실상 발레 또한 다리보다 팔이 긴 사람이 내 눈에는 더 아름답다. 가느다랗고 기다란 팔과 손가락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우아한 춤을 출 수 있다. 백조의 호수를 생각해 보라. 백조의 다리가 부레 부레 부레(짧은 보폭으로 빨리 움직이는 것)를 하는 동안에도 팔은 느리고 느린 날갯짓을 하는데 발레리나의 팔이 짧다면 우아하고 느린 몸짓이 나오기 힘들다. 발레 할 때도 팔은 평균 길이이나 내 손가락이 조금 더 가늘고 길다면 더 예쁜 몸짓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 언뜻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 나의 신체적 결점은 어찌어찌하여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하며 발견되었지만 그럴지라도 취미생활의 즐거움은 나의 결점으로 하여금 전혀 장애물이 되지 하게 한가. 오히려 결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따라주는 나의 있는 그대로의 손이 좋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발레를 첼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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