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요즘 나의 일상
문득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요즘 일상에 대해서.
나는 지금 육아를 위해 휴직 중에 있고 남편도 함께 휴직 중이다. 17개월 첫째 딸아이를 돌보고 있고 뱃속에는 둘째가 열심히 자라고 있는 중이다. 요즘 나는 몇 가지 과제에 몰입하며 아주 단순하게 살고 있다. 첫째 아이 돌보기. 삼시 세끼 소박하고 건강하게 차려 먹기. 미니멀 라이프 실천하기.
나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세수를 하고 물을 마시며 잠에서 깨어난다. 조용하고 고요한 시간. 남편은 신문을 읽고, 나는 책을 읽는다. 달콤한 독서 시간도 잠시. 아이가 잠에서 깨어 문 밖으로 걸어 나오고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스탠드의 불을 끄며 주방으로 향한다. 아침 식사 준비 시작. 압력밥솥으로 갓 지은 따끈한 밥과 채소를 넣은 된장국이 주된 아침 식사 메뉴다. 아침식사로 속을 뜨끈하고 데우고 든든하게 채운 뒤 어린이집 보낼 준비를 한다. 세수를 어푸어푸 치카치카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은 뒤 유모차를 타고 다 같이 어린이집으로 출발. 아이의 등원 시간이 엄마 아빠의 아침 운동 시간이다.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15분 정도 걸리니까 왕복 30분 정도. 매일 함께 걸으며 산책하는 시간을 갖는다. 요즘은 날씨도 선선해지고 아이도 부쩍 커서 유모차에 타지 않고 아이도 걸어서 다니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의 손 잡은 뒷모습을 보는데 문득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이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참으로 소중한 지금을 내가 살고 있구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이 등원시키기. 오늘의 첫 번째 미션 완료. 집에 와서 잠시 숨을 돌리고 오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준비를 한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소중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한다. 월요일에는 보통 청소기를 돌리는 것으로 오전 시간을 시작한다. 기분에 따라 끌리는 음악을 틀어 놓고 청소를 한다. 간단하게 정리도 하고. 청소가 끝나면 상쾌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다. 필사도 하면서 재미있게 독서를 즐겨본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사이버 대학 강의를 듣는다. 문예창작과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와중에도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나에게 큰 위로와 삶의 활력을 준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요즘은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져서 주로 집안 곳곳을 비우고 청소하고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집안을 단정하게 가꾸는 일이 요즘에 내 마음을 아주 많이 치유해주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오전 시간이 가고 금세 점심시간이 돌아온다. 미니멀리즘 철학을 내 삶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요리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다. 간단하게 차리고 소박하게 먹기. 이것이 나의 실천 철학이 되었다. 예전에는 하루 전부터 뭐 먹지? 뭘 준비해야 하지? 고민도 많이 되고 부담도 많이 됐었는데 지금은 즉흥적으로 식사 30분 전쯤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바로 만들어서 바로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음식은 만든 후에 바로 먹을 때 가장 맛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다. 화려한 상차림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기계적으로 모방하는 일도 하지 않고 그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내가 편한 방식으로 내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일이 참 쉽고 즐거워졌다. 밥과 국 김치에 찬 한 두 가지 정도로 간단하게 차려서 먹으니 설거지도 바로바로 끝낼 수 있다. 점심 식사 시간이 즐겁다.
이제 다시 한두 시간의 자유 시간.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을 탐독하며 열심히 공부한다. 우선 ‘플라스틱 비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집안 곳곳을 차지하는 플라스틱 용품들. 아이가 생기면서 건강과 안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기에. 또한 새 생명을 맞이하기에 앞서서 집안을 안온하고 아늑하게 청소하고 정리하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플라스틱 용품들을 사들이고 사용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면서. 과감하게 미련 없이 플라스틱을 우리 집에서 내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부피가 큰 플라스틱 용기들을 비우고 집에 있는 나무, 종이, 유리, 스테인리스 재질의 용품들로 대체하여 집안을 정리하고 있다. 나름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총동원하여 집안을 건강하게 친환경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제 다시 아이 하원 시간이 돌아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순간 나의 자유시간은 끝이다. 이제 다시 육아에 집중할 시간. 아이는 체력이 넘쳐서 어린이집이 끝난 후에도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싶어 하기에 다시 근처 초등학교로 짧은 나들이를 간다. 역시나 엄마 아빠는 어쩌다 운동 시간. 맑은 하늘에 넓은 운동장을 보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마음도 덩달아 넓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아이는 뭐가 그리 즐겁고 좋은지 해맑게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맞추어 엉덩이를 실룩실룩 둠칫둠칫 귀엽고 또 귀여워서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또다시 마음을 스치는 생각. ‘참으로 소중한 지금이구나. 아 행복하다. 이게 바로 행복이지.’ 이렇게 적고 있자니 이런 예쁘고 다정한 생각과 감정이 드는 순간에는 늘 아이와 남편이 옆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드는 것이다. 육아와 가사를 하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혼자 완수해 내는 과제들에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를 돌보고 남편을 챙기고 가족과 함께 나누는 요즘 같은 이 시간이 어쩌면 더 고차원적으로 나에게 생의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철학적인 생각도 해본다. 육아와 집안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강력한 이유.
이렇게 평일을 알차게 보내면 또다시 주말이 찾아온다. 주말에는 오롯이 가족들에게 나의 시간을 내어주기로 한다. 또다시 찾아올 평일의 자유를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기다림의 설렘을 안고. 이번 주말도 성실하게 또 정성스럽게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수행하며 행복을 맛본다.
요즘 나의 일주일은 이렇게 단순하게 반복되고 있다. 반복적으로 보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풍성하게 느껴지는 일상이다. 삶에서 가장 핵심적인 본질에 가닿은 느낌이랄까. 먹고사는 일. 생명을 사랑하는 일. 건강을 유지하는 일. 한창 일에 열정을 쏟을 때는 무척이나 하찮은 일들로 치부하며 무시했던 그런 일들에 요즘엔 적지 않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며 나의 일상에 생명력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요즘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두 단어는 ‘생명’과 ‘건강’이다. 생명을 들이기 위해서 집안을 단정하게 깨끗하게 비우고 정리한다.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움직이고 건강한 것들로 삶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요하게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생각한다. ‘내 안에 생명을 품고 있다니...! 얼마나 기적인가.’ 생명력이 가득한 집안을 만들자. 생명이 들어올 자리가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생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경이로움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늘 감사하며 살아야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맑고 깨끗하게 그리고 단정하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생명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지금 안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있음에 집중하며.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시 오지 않을 지금임을 늘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