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인 <심플하게 산다(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2(도미니크 로로)>, <미니멀리스트의 식탁(도미니크 로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사사키 후미오)>, <작은 생활을 권하다(조슈아 필즈 밀번, 라이언 니커디머스)>를 다시 읽으며 복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씩 다시 실천하고 있다.
우선 플라스틱 옷걸이를 나무 옷걸이로 바꿨다.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로 바꾸고 있다. 주방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냄비와 그릇들을 처분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모두 비우고 있다. 안 입는 옷과 신발과 가방을 정리했다. 혹시 재활용할 수 있을까 싶어서 남겨두었던 각종 용기와 상자들을 모두 버렸다. 잘 쓰지 않는 전자제품들을 정리했다. 사용하지 않는 것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 물건들도 최대한 정리했다. 휴대폰 속 안 쓰는 어플들을 지우고 앨범에서 더 이상 저장할 필요가 없는 사진들을 지웠다.
집안 곳곳에 여유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물건이 사라진 자리에 생긴 여백을 볼 때마다 마음이 시원하고 깨끗하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내 가치관과 생활 방식에 적합한 방식으로 집안을 재정돈하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 요즘이다. 물건들이 사라졌을 뿐인데 청소와 요리가 즐겁고 육아가 가뿐해진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기분이 좋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물건들 대부분의 출처는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는 물건을 좋아하고 쇼핑을 좋아한다. 그래서 뭐든 잘 가져다준다. 나를 위해 가져다주는 거겠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엄마 취향의 물건을 엄마가 사고 싶어서 산 뒤 그 물건을 나에게 주는 것이므로, 나의 취향과 필요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물건들이다. 엄마가 준 것들이기에 그리고 예쁜 디자인에 품질도 괜찮아 보이기에 언젠가 사용하겠지 하고 쌓아둔 물건들이 많았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자리만 차지하게 놔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집은 조잡하게 바뀌어 갔다. 다양한 디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하나씩 보면 예쁘고 귀엽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눈이 어지러운 그런 느낌.
책들을 읽으며 다시 미니멀리즘 정신을 떠올리고 되새겼다. 물건들에 나의 공간을 내어주지 말자. 물건들에 나의 삶과 생활을 맞추지 말자. 쌓아둔 물건들은 나에게 언젠간 사용해야 하나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게다가 내 취향도 아닌 그 물건들을, 나는 왜 의무감과 책임감과 죄책감을 지닌 채 꼭 쥐고 있는 것일까? 내 취향의 물건을 정리한다고 해서 엄마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엄마가 준 물건을 버린다고 해서 엄마를 배신하는 일도 아니다. 나는 다만 나의 삶을 되찾으려는 것뿐이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나의 취향을 찾아가고 있다. 나에게 좀 더 어울리는 스타일을 발견해가고 있다. 내가 원하는 생활 방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대한 철학을 세우게 된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소중한 것을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해 나간다는 의미이다. 나는 원래 정말 좀 단순해서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못한다. 나는 중요한 것에 온전히 집중하고 제대로 해내고 싶다. 온갖 것들에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정말 단순한 물건들을 원한다. 화려하고 예쁜 것들은 나의 시각을 자극해서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예쁜 물건에 시선을 두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들을 보내주기로 한다. 그리고 건강에 좋지 않은 소재로 만들어진 물건이나 전자제품들은 가능하면 최소화하기로 한다. 미니멀리즘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건강’이 내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라는 것이다.
나는 우리 집에 물건이 아닌 ‘생명, 건강, 안전’과 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들어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나가고 있다. 내 취향과 가치관에 맞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보내주면서 날마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 있음을 느낀다. 좀 더 중요한 생의 핵심과 본질에 다가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물건뿐만 아니라 남들을 보며 가졌던 나에게는 맞지 않는 헛되고 쓸데없는 욕망들 또한 과감하게 버리고 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을 과감하게 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무조건 내가 편한 방식으로, 내가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가 믿는 방향으로. ‘규칙은 없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선택하며 살자. 나는 남들과 다르니까.’ 이 말을 기억하며 자신 있게 살아보고자 한다.
더 이상 물건에 나를 맞추지 않기로 한다. 있으니까 쓰지 않기로 한다. 주니까 쓰지 않기로 한다. 나는 물건을 쓰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내가 원하는 물건을 내가 선택하여 쓰기로 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과정이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무엇을 비울지,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미니멀하게 살아가면서 점점 나라는 사람의 핵심에, 내 삶의 본질적 아름다움에 다가가리라. 겉핥기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음미하고 즐기면서 살아가는 삶이 되길. 물건을 비우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