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질문만 하면서 살아도 될까?
처음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진입했을 때 질문 하나가 내 머릿속을 스쳤다. ‘행복이 뭘까?’ 그리고 그때부터 쭈욱 이 질문은 내 안에서 한시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미 질문은 아주 끈질기고 집요하게 답을 내놓으라 요구하며 내 삶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렇게 나의 이십 대는 온통 ‘행복. 행복. 행복.’ 그것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다짜고짜 물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언제 행복해요?’ ‘행복이 뭘까요?’ 세상 그 모든 아픔과 슬픔을 품에 안은 듯 사뭇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을 하고서 물음표를 마구마구 던져대는 내가 그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그들은 친절하고 다정하게도 자신이 찾은 이런저런 답들을 나에게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행복 뭐 별거 있나. 맛있는 거 먹고 잠 푹 자면 그게 행복이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행복 아닐까요.’ ‘저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길 때 행복감을 느껴요.’ 하지만 단순하고 명쾌하고 현실적이고 대중적이기까지 한 이런 답들을 나는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마치 행복에 어떤 고귀하고 형이상학적인 답 하나가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그 모든 사람들의 답을 흘려듣고서 또다시 답을 찾아 나섰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책 속에 답이 있을까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행복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들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책들까지 많이도 읽었다. 나의 머릿속은 온통 이 질문 ‘행복이 도대체 뭘까?’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읽든 행복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낼 수 있었다. 작가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이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소박하게 살면 행복해진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면서 자아실현을 이뤄나가면 행복해진다고 말했으며, 어떤 이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조화롭게 관계 맺으며 살아가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나는 과연 정말 행복해지고 싶어서,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답을 찾고 싶어서, 그 모든 이야기들을 하나씩 실험해나갔다. 내가 살아내야 하는 ‘지금 여기’라는 현실 속 행복은 보려 하지도 않은 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서, 책 속 문장들을 내 삶으로 옮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때의 나는 실로 다양한 실험을 했는데, 하나의 실험이 끝나고 이제 정답을 찾았다고 느낄 때쯤이면 허점이 발견되어 수정을 요하는 일이 생겼고 그러면 또 다른 실험에 착수하고 또 허점이 발견되고 또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고... 이렇게 실험을 해나가면 해나갈수록 나는 정답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하나의 실험이 오답이라는 결과를 낼 때마다 지쳤고 허무했고 때로는 얼떨떨하기까지 했다.
외부에서 답을 찾는 것에 진저리가 나기 시작할 때쯤 나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행복이 도대체 뭐지?’ ‘나는 언제 행복하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당황스럽게도, 나는 답을 하지 못한다. 생각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답안을 작성해나가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 첫 단어조차 내뱉지 못한다. 그 수많은 시간 동안 행복이 무엇인지를 그토록 찾아 헤매왔는데, 그 수많은 이야기들과 그 실험들, 결국 다 무용지물인 건가? 이렇게 한탄의 목소리만 난무할 뿐, 여전히 나는 스스로 답을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답을 내리는 것이 힘들어서 답하는 것을 아예 포기해버리며 이렇게 되묻기도 해본다. ‘꼭 행복해야 하나?’
이렇게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고, 계속 질문만 하고 있다. 나의 심리를 살펴봤을 때, 아마 하나의 완벽한 답을 써내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여전히 매일 매 순간 나에게 계속 묻고 있다. 행복이 뭐냐고.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냐고.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거냐고. 여전히 나만의 답이라고 할만한 것을 자신 있게 써내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질문만 던지며 살고 있다.
나에게 매일 주어지는 하루라는 소중한 선물을 어떻게 쓸 것인가? 허투루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이 나의 생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역시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행복과 사랑과 기쁨과 즐거움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로 행복은 뭐지? 물음표가 계속된다. 물음표‘만’ 계속될 뿐이다.
아마 물음표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아직도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 답을 술술 써 내려갈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물음표를 던지며 내가 알게 된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그동안 가짜 행복을 찾으며 진짜 행복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 내 것이 아닌 행복만 바라보느라 정작 내 몫으로 주어진 행복은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행복은 내 삶 가까운 일상 속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내가 행복을 묻는 지금 이 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것. 행복은 분명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다는 것. 바로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힘겹게 꺼내본 현재 나의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지금 내 눈앞에 만져지는 행복을 놓쳐버리지 않겠다. 단 한순간도 불행과 미움이라는 감정에 나의 생을 바치고 싶지 않다. 그 어떤 것에도 개의치 않고 늘 사랑으로 존재하고 싶다. 자주 웃고 자주 행복하겠다.
아직도 질문은 끝나지 않았고 답을 몰라 가끔 멍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계속되는 질문들만 머릿속에 가득하고 좀처럼 답을 내리기 힘든 날,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이렇게 질문만 하며 살아도 되는 걸까?’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왠지 용기 내어 나에게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응, 그래도 돼. 답은 언제나 이미 네 안에 먼저 와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