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롭게

일상에 변화주기

by 읽고 쓰는 삶

오늘은 웬일인지 새벽 수유를 마치고 잠이 오지 않아 냉큼 책상으로 달려와 앉았다.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다시 시작될 육아를 위해서 미리 잠을 자 둬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내 노트북을 켜고 읽고 있는 책에 밑줄 그은 부분을 필사하고 쓰고 있던 글을 마무리 짓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고요한 새벽 시간을 누렸다. 아침을 내가 맞이하는 이 상쾌한 기분. 정말 얼마만인지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어둠도 이렇게 다정할 수 있구나. 정적도 이렇게 따듯할 수 있구나. 온 마음으로 그 순간을 껴안고 음미했다.


하던 것만 마무리하고 곧장 이불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정말이지 모두가 잠든 그 시간에 혼자 깨어있고 싶은 그런 기분이 아주 강렬했다. 그래서 잠을 좀 뒤로 미뤄두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갑자기 다이어리를 쓰고 싶어졌다.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난 육아업무로 정신없는 나날들을 기록으로 쫓아가는 것은 너무 힘에 부치는 일이었기에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펜을 들어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끄적거릴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새해가 되면서 글쓰기와 기록에 관한 책들을 하나씩 꾸준히 야금야금 읽고 있는 중인데, 쓰고 기록하는 사람들의 언어와 태도가 내 안에 쌓여가고 있어서 그런지 ‘쓰고 기록하는 일’이 나의 일상에 어느새 꽤나 가까워져 있음을 느껴 참으로 반가웠다. 다이어리는 간단하게 쓰기로 했다. 요즘처럼 할 일이 넘쳐나는데 체력과 의욕은 바닥일 때에는 의도적으로 할 일을 줄여나가는 게 정신과 신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 하에, 매일 나에게 아주 아주 작은 목표 한 두 가지를 주고 그것만 달성해도 매일 성취감과 만족감을 스스로 느껴보자고 나 자신과 약속한 터였다. 그래서 아침에는 다이어리에 오늘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매일의 과제 한 두 가지를 적고 자기 전에는 목표 달성 여부를 체크하고 간단하게 느낀 점을 적어보기로 했다. 오늘의 과제는 ‘첫째 목욕시키기와 빨래 개기.’ 그래, 이 두 가지는 해낼 수 있어. 오늘 하루를 살아낼 자신감과 용기가 솟아오르고 여유로움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기분 좋은 하루의 출발.


다이어리를 다 쓰고 나서도 나는 잠들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어젯밤 애써 못 본 척 오늘의 나에게 넘겨버린 설거지감을 직면하는 몇 초의 시간. 오늘은 나에게 시간이 많으니 여유를 가지고 설거지를 해볼까. 룰루랄라. 시동을 걸고. 마음속에 배경음악이 흐른다. 이 기분을 그대로 끌어올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갠다. 첫째 아이가 깨어 있을 때면 욕실 문을 닫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추위에 떨며 재빨리 샤워를 끝내야 하는데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느긋하게 샤워를 했다. 샤워기를 통해 나오는 뜨거운 물줄기를 시원하게 맞으며 머릿속으로 아까 썼던 문장들을 곱씹으며 매만져보기도 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단어와 문장들은 잊지 않고 나중에 다시 상기시킬 수 있도록 차례대로 번호를 매겨가며 마음속으로 네댓 번 암송하며 붙잡아두었다. 머리를 말리고서는 곧장 책상으로 달려와서 메모를 했다. 작가로 사는 듯한 기분 좋은 설렘. 가슴이 아기자기하게 콩닥콩닥거리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미라클 모닝’과 ‘기록의 힘’을 새삼 다시 체감한 날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내가 먼저 맞이하니 진정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없던 힘도 솟구쳐 오르는 듯했다. 별 것 아닌 하찮은 일들도 다이어리에 하루의 목표로 기록을 하니 그토록 하기 싫어 게으름을 절로 유발하던 집안일들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는 오늘 아침시간을 아주 효과적으로 잘 살아냈다. 멈춰있던 두뇌가 힘차게 회전을 시작하며 나의 세포들을 깨어나 움직이게 만들고 있는 듯한, 내 안에서 뭔가 엄청난 시작이 일어나고 있는 듯한, 그런 힘찬 생명력의 기운이 솟아나는 하루를 보냈다.


매일 새롭게 사는 것.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이게 생각보다 쉽게 잘 되지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은 와중에도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겨 보면 예기치 않은 반가운 설렘들이 어느새 바로 눈앞에 찾아오기도 한다. 조금씩 다르게 해보는 일. 어제와 다른 길로 가보는 일. 새로운 선택을 시도해 보는 일. 삶에는 늘 이런 환기가 필요하다. 게으름과 무뎌짐으로 탁해진 공기를 내보내고 새롭고 신선한 공기로 일상을 다시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순환 속에서 단조롭게 흘러가는 우리의 매일에도 흥미롭고 다채로운 다이내믹함의 공기가 문득문득 찾아와 기쁨과 재미의 순간들을 안겨줄 것이다. 어제와 조금 다른 선택들을 해봤던 오늘, 나의 하루는 오랜만에 찾아온 설렘들로 가득했고 참 풍요로웠다. 내일은 오늘과는 또 다른 설렘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새로운 내일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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