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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달 Sep 25. 2020

'자살'로 죽을 텐데 뭘

최근 들어 '자살'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었다.

농담으로 '자살각'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도 진심을 담은 '자살'이라는 말을 듣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 최근에 가장 친하고 좋아하는 두 명에게서, 


"자살로 죽을 텐데 뭐"


이 말을 듣게되었다.






한 명은 나와 중학생 때부터 가장 절친한 친구다. 고생을 안고 사는 이 친구는 안 그래도 안 좋은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겹친 건강 문제로 항상 힘들어한다. 고등학생 때 다른 학교였던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메시지는 항상 주고받는 사이였다. 겨울방학 방과 후 수업 등교 직전, 친구는 갑자기 작별인사를 보내왔고 한 달 뒤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메시지를 읽는 순간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친구는 전화도 받지 않고 부모님 연락처도 모르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날 방과 후 수업에서 나는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울멍울멍한 상태였다.


다행히 친구는 약속한 대로 한 달 뒤에 연락을 했고, 혹시나 했던 상황이 펼쳐지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그 후로 친구에게 며칠, 또는 몇 주간 연락이 오지 않으면 항상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이다.




몇 주 전에 연락을 하다가 정신병원 진료 이야기가 나왔고, 요즘 아주 핫한 곳이라서 예약을 했는데 몇 달 뒤에 진료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친구는 "진료받기 전에 자살로 죽겠네"라는 말도 했다.


또 진심을 담은 얘기이려나, 아니면 이 친구만의 농담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농담으로 상황은 넘겼지만 진심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고,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원래 이 친구가 농담을 하는지 진담을 하는지는 확실히 구분이 가지만, 이 말은 유일하게 구분하지 못한 말이다. 구분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고..





한 명은 시험을 준비 중인 마음이 여린 친구다. 얼마 남지 않은 시험에 맘고생을 꽤나 겪고 있다. 걱정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탓에 요즘 가장 신경이 쓰이는 친구다. 똑같이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이야기가 나왔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살'이라는 단어가 나왔고, 나는 "그게 말이야 방귀야"라고 보냈다. 


그러자 "조만간 하지 않을까"라며 문자가 왔다.


나는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메시지를 받는 나를 배려하지 않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자살을 해결책이라 생각하는 것도 맘에 안 들었다. 







불과 며칠 차이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또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면 뭐라 반응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from Unsplash

다만 다행인 건, 둘 다 자발적으로 정신과 병원에 진료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리를 벼랑 끝까지 밀고 있는 것이 코로나 19다. 주변 사람들이 이토록 우울함을 느끼는 현상의 원인에도 코로나 19가 분명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언젠가 이 상황을 극복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만 다들 파이팅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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