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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달 Sep 26. 2020

상상조차 못 한 나의 취미

문과 갈걸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자를 꿈꿔왔고, 그만큼 과학에 아주 큰 흥미를 느꼈다.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것이 재밌었고, 자발적으로 과학 관련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도 했으며, 중학생 때부터는 미래 희망 진로를 적는 칸에 무조건 과학자 또는 연구원이라고 적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나는 자연스레 과학을 더 가까이했다. 문/이과를 고를 때는 당연히 이과를 희망했다. 대학교 진학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6 지망 중 한 곳만 합격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을 했고, 모든 새내기들이 그렇듯이 대학교 로망을 한껏 품고 입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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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학교는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중고등학교가 붙어있어서 새 친구들과 친해질 일이 없었던 터라 익숙한 친구들과 6년을 함께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님 내 성격이 원래 이랬던 건지,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너무 어려웠다. 성별 비율 탓도 있었지만, 동성 친구들에게도 말 걸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여차저차 말은 텄고, 이제 어색함을 해결할 일만 남았다.


잠깐, 원래 대학교는 선후배 간의 소통이 중요한 곳이 아닌가. 선배들과 친해지려고 밥도 얻어먹고 먼저 톡도 보내봤다. 하지만, 친해지긴 커녕 더 어색해졌다.


역시 대학생은 공부지!라는 생각으로 공부에 전념하려 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일까. 내가 생각한 커리큘럼과는 완전히 다르다. 조금 더 꼼꼼히 살펴보고 와야 했는데, 아무래도 학과를 잘못 선택한 듯하다.


아니, 정말 잘못 왔다.








결국 2학년이 되는 해. 나는 휴학을 결정했다.

자격증을 이거 저거 알아봤지만, 결국은 내 과를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관 짓다 보니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 블로그다.

가족 중 한 명의 권유로 시작한 내 블로그는 예상보다 수명이 길게 유지되고 있고 조회수도 잘 나오고 있다. 나도 내가 이리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


어느새 글 쓰는 걸 즐기고 있는 나는, 광고수익으로 인한 키워드 맞춤식 글쓰기가 답답해졌고, 자유롭게 나만의 글을 예쁘게 담을 수 있는 브런치를 찾아왔다. 그렇게 생긴 나의 취미는 바로 글쓰기.




한 달 전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취미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제대로 글을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애초에 브런치 작가로 승인이 될 줄도 몰랐고.)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던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취미만 있던 내가,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발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그것도 그림도 아니고 글쓰기라니..


글쓰기의 매력을 이제야 알아서 속상한 점도 많다. 내가 좋아하는 걸 이제야 찾았는데 난 이미 고등학교 졸업도 했고, 학과도 선택해버렸다. 뒤늦게 내 길이 아님을 알고 휴학을 했고, 부모님께는 실망만 안겨드릴 예정이다.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복학은 해야 할 텐데, 졸업은 해야 할 텐데, 취업은 해야 할 텐데..


어떻게 보면 지금이 가장 빠른 때이기도 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라는 말도 있고.


다만 지금의 나는 과연 이게 맞는일인가 헷갈리기는 한다. 미래의 내가 이 문장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도록, 일단 현재에 나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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