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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달 Sep 26. 2020

복작복작한 문구점은 추억 속으로

우리 엄마 문방구

최근 우리 엄마의 문구점을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해드렸다. 손님들이 좀 더 쉽게 찾아오라는 뜻에서 한 일이다. 16년이 넘도록 자리 잡고 있어도,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같은 시대에는 초록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을 더 많이 간다.


나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바닷가 주변을 가면 '오션뷰 카페'를 꼭 검색한다. 그러면 상단에 나오는 인증된 정보들을 살피고 블로그 리뷰까지 꼼꼼히 보고 난 후에 결정을 한다.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을 하려면 사업자 등록증과 가게 내/외부 사진만 있으면 된다. 생각보다 간단했다. 엄마의 사업자 등록증을 찍고 인증을 한 뒤 사진 약 10장 정도를 올리고 문구점 소개글을 올린 뒤 완료했다. 플레이스 등록이 이렇게나 쉬운 일인 줄 알았으면 진작에 등록해드릴걸 그랬다.



엄마의 문구점은 무려 17년이 되었다.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는 날이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든다. 옆동네에 아파트와 초등학교들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전학 가는 학생들도 몇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저출생이다. 남들은 저출생의 심각성에 대해 크게 느끼는 게 없겠지만, 초등학교 앞의 3개의 문구점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우리 엄마의 문구점을 보면, 저출생이란 현상을 그 누구보다 크게 실감하고 있다.


문구점을 엄마가 맡게 된 후, 근 5년간은 수익이 꽤 짭짤했다. 심지어 한 블록에 총 3개의 문구점이 있는데도 학생 수가 워낙 많고, 다 작은 문구점이었기 때문에 골고루 학생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가운데에 있던 문구점은 빌라가 들어서게 되면서 옆동네의 고등학교 앞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 덕에 경쟁자는 줄었지만, 이미 그때부터 학생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초등학교 후문 앞에 자리 잡아 가장 큰 수익을 거두던 문구점이 문을 닫았다. 이사 갈만한 돈을 충분히 마련한 모양이었다.




이제는 우리 엄마의 문구점만이 자리 잡고 있다. 아주 한적하게.




그래도 문구점이 하나밖에 없으니 잘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초등학교의 학생수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 학기 중에도 오는 학생들만 오지, 안 오던 애들은 끝까지 안 온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사 오라고 하지도 않는다. 학생수가 없기 때문에 학교 예산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학교에서 전부 다 마련해주고, 쓸데없이 리모델링 공사를 해도 될 만큼 충분한 것 같다. 코로나 19는 또 어떤가. 애들이 등교를 해도 먹고살기 빠듯한데 온라인 수업까지 하니 한숨만 나온다.



그렇게 재밌었던 철권과 리듬게임도 못하고, 떡볶이도 못 먹고, 복작복작한 풍경도 이제는 못 본다. 혹여나 손버릇이 안 좋은 아이들이 있을까 지켜보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 정도로 몰리지도 않는다.


엄마는 한결같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관찰하고, 동전을 집어던지거나 버릇없이 구는 아이가 있으면 혼을 낸다.

신기한 건, 애들도 엄마가 익숙해진 건지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래서 가끔은 혼내도 혼내는 거 같지가 않다. 대신 낯선 내가 앉아있으면 깨갱한다. 그런 애들 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엄마의 오랜 꿈은 카페 하나 차려서 먹고사는 것이다. 엄마와 가끔 카페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하며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가, 다음 날이면 고이 접어 마음 한구석에 묻어 두고는 한다.


카페를 차리는 꿈은 뒤로 간직한 채, 일단 묵묵히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 혹시 지나가다가 아직까지 자리 잡고 있는 어릴 적 문방구를 발견한다면, 들어가서 주인아줌마 또는 주인아저씨와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적어도 마냥 한적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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