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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보아저씨 Jun 24. 2018

은행원 실적 경쟁,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

은행원 실적 경쟁,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

바보아저씨의 경제 이야기

(본 글은 "바보아저 경제이야기" 저자가 2권을 집필하면서 브런치에 단독으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외부로의 무단전재 및 배포를 금지합니다.)


은행원 실적 경쟁,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


- 은행원 개인 실적 과당 경쟁과 그 비하인드 스토리


이번 글에서는 은행원들이 겪은 큰 스트레스 중 하나인 직원 간 실적 경쟁에 대해서 그 내부적인 이야기를 다루어 볼까 합니다.


은행창구에 직접 나가는 일은 아주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어난 자녀가 미성년자라 부모가 친권자격으로 자녀 통장을 만들어 주거나, OTP카드 같은거 분실해서 재발급이 필요하거나, 인터넷 뱅킹 하다가 통장 비밀번호 3번 틀렸거나, 대출받아 놓은거 만기가 되어 연장을 하거나 등등 평소에 안가도 은행 창구엔 이따금 한번씩은 꼭 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은행창구 가끔 나가보시면 청약저축이나 펀드, 보험, 신용카드,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이런거 알게 모르게 권유를 참 많이 합니다. 그런거 권유하는거 난 정말 짜증나고 화난다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런 권유에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은 수없이 사람 많이 겪는 은행원들이 이미 직감으로 알고 권유를 잘 안합니다. 싫은 소리 나올 꺼 뻔한 사람한테 권유해서 감정 상할 이유가 없거든요. 이런 저런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딱 보면 이 고객이 권유를 해봐도 되는 고객인지 아닌지 보면 알거든요. 그래서 그런 좀 성격이 관대하신 분들이 앞에 앉아 계시면 알게 모르게 둘러서 권유를 많이 합니다. 깐깐해 보이고 이것저것 따져 물어시는 분들은 그냥 필요한 일만 해주고 빨리 보내자 이런 주의입니다. 실제 은행원들 속마음이 그래요.


그럼 은행원들이 왜 예금하러 오면 예금이자 보다 이자 많이 받을 수 있는 펀드나 신탁에 투자해 보라고 하고, 여윳돈 장기로 오래 저축할 거라고 하면 10년짜리 비과세 저축성 보험 권유하고, 거래 많이 하는데 신용카드 없는게 보이면 신용카드 집요하게 만들어 가라 그러고, 청약저축 없으면 왜 아파트 청약할 때 필요한 데 청약저축 하나 해가라고, 가족도 없으면 이렇게 좋은거 청약저축 가족까지 다 만들어 가라고 하는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은행에서는 보통 12월부터 1월초까지 정기 인사발령이 납니다. 지점장이 바뀌는 지점은 지점장도 바뀌고 직원들 인사발령도 나서 서로 떠나는 직원들 송별회 하고 새로 가는 지점은 환영회 하고 한 일주일 어수선하게 일 하다가. 본격적으로 1월부터 이제 엄청나게 다른 은행과 실적 경쟁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경쟁 사회다 보니 은행도 다른 은행보다 우리가 무조건 잘팔고 많이 팔아야 된다. 이런 실적주의거든요. 당장 신용카드 같은걸 보면요. 고객이 이 은행에서 새로 만들어서 쓰면 기존 다른 은행 꺼는 잘 안쓰게 됩니다. 이 은행 저 은행 신용카드 혜택별로 실적 맞춰서 할인혜택 받으려고 해봐도. 2장 이상 넘기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전월실적이 몇십만원 필요한데 2장 이상 넘어가면 실적 맞춰서 돈 쓰기도 바쁘게 되거든요. 그래서 신용카드 발급은 어떻게 보면 통신사들 번호이동해서 고객 서로 쟁탈전 하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은행 간 끝없이 신규고객이 이탈되고 새 고객이 유입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 은행원들이 실적에 목메다는 중요한 이유는 해마다 은행은 본부에서 지점마다 분기별-반기별-연간 목표 실적을 할당하여 일년 내내 실적 드라이브를 걸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면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 10명 있는 한 은행 지점이 있습니다.


지점의 작년 실적과 주변 유동인구나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올해 실적을

- 신용카드 2,000장 팔고,

- 청약저축 4,000계좌 팔고,

- 펀드 10억어치 팔고,

- 신탁 10억어치 팔고,

- 대출금액 순증액 100억 팔고,

- 스마트폰뱅킹 가입자 2,000명 가입시키고,

- 보험 10억 어치 팔아라.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지표를 나눠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그 지표를 달성하면 100점 초과달성하면 가중치를 둬서 110, 달성을 못하면 그만큼 점수를 까서 95, 90점 이렇게 주는 겁니다.


그걸 다 합쳐서 12월에 지점 실적을 점수로 환산해서 전국의 지점들의 랭킹을 매기는 거에요. 랭킹 높은 지점장은 당연히 좋은 자리 좋은 곳으로 승진이 될 가능성이 높고 랭킹 낮은 지점장은 조직 내에서 입지가 아무래도 좁아지겠죠. 한직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그 지점에서 은행원이 큰 실수를 했거나 불친절하거나 금융사고를 발생시켜서 금감원 같은 곳에서 고객민원이 크게 들어오면 또 추가적으로 지점 실적이 감점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보이스피싱을 크게 예방했거나 정말 사회에 미덕이 되는 선행사례가 나오면 그 지점은 가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신용카드 2,000장 할당을 받은 지점은 카드 담당계 직원과 해당 예금 팀장은 매일매일 신용카드 몇개를 했는지 취합해서 팀장-지점장님 한테 보고를 합니다. 그럼 엑셀로 간단하게 기간대비 신용카드 몇 개를 했는지만 봐도 목표대비 달성률이 정확하게 나오잖아요? 2,000장 신용카드 팔아야 되는데. 3월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100개 밖에 못했다. 그럼 어떻게 될가요... ... 매일매일 신용카드 좀 많이 권유해보라고 아침부터 지점장-팀장님께서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4시에 은행원 창구 손님 마감하면 오늘 카드 몇개 했어?” 이렇게 알게 모르게 압박을 계속 받게 되는 겁니다.


만약 그 지점에 신용카드를 아주 잘파는 유능한 직원이 몇 명 있어서 신용카드는 빵빵하게 잘 팔아요. 그럼 하루하루 지날수록 기간대비 신용카드 실적이 초과됩니다. 그럴 경우 잘 못하는 다른 직원도 실적 압박이 줄어드니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으며 일할 수가 있는 겁니다. 신용카드 말고 다른 모자른 실적이 있으면 청약저축 기간대비 모자라는데 몇개 했냐. 앞으로 많이 해야 된다. 이러면서 골고루 목표 실적을 바라보고 일을 해야 하는게 은행원들의 숙명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 실적이라는 것이 일하는 직원이 보았을 때, 항상 좀 무리하게 보이는 숫자를 할당을 하기 때문에 계속 말단 직원들은 영업 압박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은행마다 특별 판촉 판매기간이니 판매 이벤트니 이런 걸 또 자체적으로 만듭니다. 예를 들면 오늘은 직원 모두가 1개씩 신용카드, 펀드, 청약저축 팔아되는 날이렇게 지정해서 아예 내려오는 거죠. 그 날은 되도록 직원 1인당 1개를 팔아야 되는, 그것이 매우매우 권장되는 날입니다. 다행스럽게 잘 파는 직원들이 많으면 걱정이 덜한테 실적이 부족한 상황에 그날 하루종일 손님 업무를 처리하여 노력을 했는데 실적이 안 나오는 경우가 더러 생깁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이벤트로 되도록 꼭 1개 하라고 지침이 내려왔는데 마감하고 취합해보니 지점 직원 10명인데 카드를 7개 밖에 못했다. 그러면 이제 정말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됩니다. 위에 지점장님한테 보고를 하고 또 지점에서는 본부로 보고를 해야 되는데 실적이 3개가 모자라거든요. 이런 경우는 그날 하나도 실적을 못 올린 직원은 마감하고 몰래 탕비실 가서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한테 전화 돌리는 거죠.


평소에 연락 안하던 친구한테까지 전화해서 신용카드 하나만 만들어달라, 몇개월 만 쓰고 해지하면 된다. 해지는 내가 해줄꼐, 연회비도 내가 내줄께. 이러면서 지인한테 부탁해서 카드 하나 만들어 그날 실적을 메꾸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은행원들이 직장생활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이 이렇게 실적 쪼임 당해서 가족이나 친구한테 지인부탁으로 실적을 쌓아야 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은행에서는 영업 잘해 잘 파는 직원하고 그냥 잘 못팔고 창구에 오는 손님만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직원이 업무성과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은행에 오시는 손님들은 이걸 잘 몰라요. 겉으로 똑같은 유니폼 입고 앉아 있으니 당연히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왼쪽 옆자리 직원은 청약저축을 엄청 권유해서 하루에 5~10개씩 막 팔아서 실적을 올리고 내 오른쪽 옆자리 직원은 카드를 잘 권유해서 하루에 2~3개씩 카드 실적을 잘 올립니다. 그런데 난 잘 못해서 1~2개 밖에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스트레스는 말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대놓고 누구는 왜 일을 못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가 눈치가 보이는 일이 되는 거구요.


개인 간 실적 경쟁이 이렇게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상황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창구에 손님이 오셨을 때

- 펀드를 해가실 만한 분이면 펀드해시라 수익률이 높다,

- 예금하러 오셨거나 재얘치 하러 오신 고객님 한테는 예금이자 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신탁에 넣어보는게 어떤가요,

- 예금이나 적금 5년 이상 여윳돈 저축하러 오신 분 한테는 오래 묵힐꺼면 세금안내는 10년짜리 저축성 보험을 들어라,

- 통장이월만 하러가서 거래 여부 확인해보고 거래는 많은데 신용카드 쓰는게 없는 것 같으면 신용카드 만들어가시고 할인혜택 받으셔라,

-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없으면 스마트뱅킹 깔아서 사용해 보셔라,

- 청약저축 있나 물어보고 아파트 청약하려면 꼭 필요하니 청약저축 만들어 가시라.

이렇게 고객님 한테 맞춤형으로 필요할 만한데 없는 거, 사용안하고 계신거를 귀신같이 찾아서 은행원들이 고객에게 권유를 하는 겁니다.


뒤에 손님이 많이 밀리는 상황이면 신속한 업무처리가 생명이니 권유를 잘 안하고 업무처리를 하지만 창구에 손님이 좀 없는 수월한 상황이면 이렇게 권유를 참 많이 하려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왜냐면 뒤에서 팀장님들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다 지켜보고 있거든요.)


지점 실적이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보니 팀장님도 지점장님도 잘 파는 은행원을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실제로 나중에 승진도 실적이 좋은 사람이 더 빨리 승진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구조이구요.


내막을 알고보니 어떠신가요?

참 은행도 먹고 살기 힘들구나...”

이런 생각이 좀 드시진 않으신가요?^^

은행의 실적 경쟁 구조가 이렇게 되어 있다보니 가끔 은행에 나가셨을 때 펀드해가셔라, 신탁해보셔라, 주택청약들고 가셔라, 신용카드 없으면 해가셔라, 스마트폰뱅킹 앱 깔아서 사용하셔라, 이렇게 권유를 해도 해도 너무 화내지 마시구고 그냥 관대하게 은행원도 먹고 살려고 저러는 구나...’ 이렇게 그러려니 하고 필요하시면 해가시고 아니면 기분좋게 거절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혹시 난 뭐 평소에 뭐 해준것도 없는데 자주가는 은행원이 잘해주고 좋은 정보도 주고 해서 마음에 드시면 되려 반대로 신용카드하나 만들어 줄까요? 청약없는데 만들어 줄까요? 라고 해보시거나 아니면 나중에 카드실적 필요하면 만들어 줄께요 꼭 필요할 때 전화하세요.” 라고 말해보시면 은행원이 정말 매우매우 고마워할 겁니다.


은행원이 이렇게 실적 쪼임을 많이 당하는 시즌은 12월을 제외한 1년 내내입니다. 분기말 들어가는 달에 조금 더 심하구요. 반기말 들어가는 6월에도 심합니다. 12월 중순 이후는 실적이 다 취합되고 지점평가도 마무리 되고 인사발령 기다리는 시즌이라 좀 생각도 정리하고 수월한 기간이 되겠죠.


글을 읽어보셨다면 은행 성과연봉제의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글에서 드러났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불가피하게 직원 간 실적 과당 경쟁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빈번한 과당 권유로 이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정리를 해드리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 은행 실적 할당제로 매일매일 실적 압박을 당한다.

- 실적나쁘면 눈치보이고, 인사고과, 승진까지 영향미칠 수 있다.

- 살아남으려고 손님이 오시면 이것 저것 권유를 많이 할 수 도 있다.

- 은행 오랜만에 기분좋게 나갔는데 은행원이 뭐 팔아먹으려고 이것 저것 권유를 많이 하면 너무 기분나빠 하지 마시고 먹고 살려고 그러나보다하면서 관대하게 이해해 주셔라.

- 평소에 친절하고 좋은 정보 많이 준 잘봐둔 고마운 은행원 있으면 신용카드, 청약, 신탁, 펀드 이런거 자발적으로 만들어 주면 매우 좋아한다.

이상입니다.


(본 글은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저자가 2권을 집필하면서 브런치에 단독으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외부로의 무단전재 및 배포를 금지합니다.)


(일반회사와 은행을 모두 경험한, 저자만이 가진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너무나 공감되는 생활경제 이야기, 자영업자-사회초년생-직장인-결혼증여-노후부동산-경제관념 등 사회계층을 총 망라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생활경제 비법 알차게 담겨있는 마법같은 책, 바보아저씨의 바보 경제학,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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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일반인 자비출판 -> 6위 경제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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