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일기02) 엄마가 무너지는 순간

육아 번아웃, 상담실 문을 열기까지

by 마음 읽는 엄마

“엄마는 싫어. 아빠랑만 놀 거야.”

“엄마, 이제 기분 좋아졌어?”


아이가 분명히 내 눈치를 본다는 걸 확인한 날 밤,

잠든 아이 옆에서 소리 죽여 울었다. 머릿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둥둥 떠다녔고, 그중 가장 큰 덩어리는 ‘죄책감’이었다.


다음 날.

부은 눈으로 오전 육아를 해내고, 아이를 등원시키자마자 근처 심리상담센터 체험 상담을 예약했다.


그 무렵 나는 육아가 너무 벅차서 우울증 자가 진단을 찾아보곤 했는데, 결과는 ‘중등도 우울’.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단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문장을 보고 마음이 덜컥했다.


내 감정 조절이 안 되어 아이에게 소리치는 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아이를 지키려면, 우선 나부터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오히려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고, 빠르게 행동을 시작했다.


처음 방문한 상담센터의 로비는 따뜻했다. 데스크 직원의 친절한 인사, 준비된 다과, 그리고 나를 상담실로 안내하는 선생님의 조용한 미소.


하지만 상담실 문 앞에서 나는 여전히 망설였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을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속을 보여도 될까?’


간단한 인사 후, 상담사가 물었다.


상담사: 어떤 것이 힘들어 오셨어요?

나: 육아 번아웃이 온 것 같아요.


대답과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말을 멈출 수 없었다.

걱정과는 달리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상담사: 육아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나: 아이가 계속 징징거릴 때요. 여러 방법을 시도해도 나아지지 않아서요.


상담사: 노력 정말 많이 하셨네요.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나: ‘또 시작이네…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엄마는 진정될 때까지 옆에 있을게” 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요.


상담사: 정말 힘드셨겠어요. 그리고… 충분히 그러실 수 있어요.


상담사는 내 마음을 인정해 주었다.

내 감정이 투정이나 약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다.


상담사: 지금 제가 엄마 마음을 공감해 드리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순간 ‘말은 쉽죠… 내 마음도 내 마음처럼 안 돼요.’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상담사의 말을 곱씹다 보니 그게 결국 나를 위한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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