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명서재 Oct 16. 2018

신혼이혼을 고민한다면?

부부상담을 마지막 보루로 남겨놓지 마세요! 



  TV에서 배우 이선균이 자신의 부부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 있어요.

  "부인이 우리를 로또라고 해요."

  "맞는 게 하나도 없다고요."

  결혼 전에는 차이가 매력으로 다가왔는데, 결혼 후에는 불편하고 서로 맞지 않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플상담에서 제가 들은 얘기들은 이렇습니다.

연인이나 부부가 상담센터에 옵니다.

“누가 성격이 더러운지 알려고 왔어요.” 혹은 “누가 더 잘못한 건지 따져보려고 온 거예요.”하십니다.

물어보지 않아도 책임은 50:50입니다.(예외로 성격장애가 있지만 이는 따로 이야기될 부분입니다.)


  며칠 전 배우자 선택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브런치 글에서 검색해서 들어오는 유입키워드 ‘신혼 이혼’이 눈에 확 띄었어요. ‘신혼’과 ‘이혼’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잖아요?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이 대부분 인터넷으로 먼저 정보를 찾으시더라고요. 제가 상담했던 내담자들도 그렇게 말했고요.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내밀한 고통이다 보니 혼자 참다가 상대적으로 손쉬운 정보검색을 했을 겁니다.



  얼마나 괴로우면 우리가 결혼 전까지 꿈꿔오던 신혼에 ‘결별’을 생각할까요?  

‘꽃길’, ‘평안’, ‘행복’을 꿈꾼 그림이 퍼즐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진 것처럼 느껴지겠다 싶습니다. 결혼생활이 이런 것인지, 정녕 내가 선택한 남편 혹은 아내가 연애 때 그 사람이 맞는지에 대한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첫 감정일 듯합니다.

얼마만큼 상대에 대한 실망감이 크면 정 들자마자 헤어짐을 떠올리겠어요?

하루에도 수십번 이혼할까, 말까 손바닥 뒤집듯 뒤집습니다.

속은 복닥여서 까맣게 타들어갈 지경입니다.


  우선 그 말로도 형언하기 힘든 부분에 대한 공감을 스스로 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배우자가, 가족이 해주길 바라기보다 내가 이렇게 실망했구나, 아프구나, 힘들구나 하고요.


신혼기에 부부의 과제는 안전감, 안정감, 신뢰감, 친밀감을 느끼는 거예요.

아기가 태어나 3개월 정도까지 엄마 품에서 한 몸인 것 같은 공생관계 경험은 신혼기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불안하고 배우자에게 화가 나고 자꾸 싸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만 이런 건 아닙니다. 부부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정말 많습니다. 신혼 때는 ‘결혼’ 자체가 스트레스 상황입니다. 불현듯 제가 신혼 때 방바닥 걸레질하다 엄마가 보고 싶어 울었던 게 떠오르네요. 친정집에 가고 싶다고 떼쓰던 드라마 속 새댁도요.



  갈등을 겪는 신혼부부들이 우리는 맞지 않는다, 다르다고 합니다. 다름이 당연합니다.

한 공간에 살면서 긴장하는 시간은 보통 2~3개월이고 그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익숙한 모습이 자연스레 나오게 됩니다. 30년 안팎 따로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갑자기 맞춰지겠어요?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내가 겪는 갈등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겁니다. 아기를 키우는 3년 이내 부부의 스트레스가 가장 높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결혼 후 대부분 아기가 생긴다고 가정하면 이 때가 보통 신혼기간이지요.



  우리 부부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걸로도 위로가 안 된다고요?

아기 낳고 3년 이내 결혼만족도가 최하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혼하고 싶다고요?

  그러면 하나씩 들어봐요.

내가 상대 배우자에 대한 실망이 클수록 기대감이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기대란 다른 말로 의지, 의존 욕구이고요.



  하빌 헨드릭스 박사는 이마고 부부치료를 만들었는데요. 라틴어 이마고란 이미지란 뜻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상이 있는데요. 치유되지 않은 핵심 상처와 연결된 부모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대로 배우자에게 투영됩니다. 부모에게 상처 받은 내면아이는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부모님과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자를 만나 관계를 재현합니다. 영혼의 짝인 배우자가 그 상처의 치유자가 될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상대방의 유년기와 결핍된 욕구를 알면 그것을 이해하고 부부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실마리가 됩니다. 배우자는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자꾸 어머니처럼, 아버지처럼 보이는 거예요. 일례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은 부인이 약속을 지키는지에 대해 과민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자신이 배우자에게 원했던 바를 구체적으로 아는 게 좋습니다. ‘내가 배우자로서 이런 걸 바랐는데, 뭘 기대했는데 이게 지금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예를 들면, 남편이 일찍 출근하는데 ‘부인이 아침 식사를 챙겨줄 줄 기대했는데 아니네. 내가 예상했던 아내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따뜻한 밥에 된장국이나 토스트라도 예쁘게 차려주는 모습이었어.’라고 말이에요.

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남편에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야기를 하면, 남편이 내 편을 들어주면서 맞장구 쳐주고 공감과 격려를 팍팍 해주겠지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남편도 직장 일에 지쳐 피곤해서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잠이 듭니다. 그럴 때 내 기대가 깨지고 예상이 어긋납니다.


  아주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수록 내 안에 결핍된 욕구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님께 바로 그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어린 시절의 경험, 채워지지 않았던 욕구, 상처가 건드려지는 부분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면 배우자에게 미리 얘기해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실 나는 엄마가 일하시느라 식사를 제 때 챙겨주지 않아서 서운했고 내 배우자가 밥만큼은 꼭 챙겨주길 바라왔어.” 라고요. 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듣는 둥, 마는 둥 하시고 혹 말씀하셔도 무시하는 투로 대꾸하셨어. 자기가 내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나.” 라고요.



  내가 부모님께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와 배우자에게 채워지지 않는 욕구는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겹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결핍된 돌봄의 욕구를 상대 배우자가 만족시켜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하빌 핸드릭스 박사가 한국에 오셨을 때 자신의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는데요. 부인에게 자기를 어느 때는 혼자 있게 놔두면 좋겠다는 이야기하면서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십니다. 대가족 틈에서 살다보니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했고 정말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라 이야기하는 박사님도 눈물짓고 그 동영상을 봤던 청중들도 울컥했어요.


  사소한 것이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유치원 체육대회날 아버지께서 오지 않아 낯선 아저씨와 짝이 되어 춤을 췄는데요 사람들이 저희를 보며 웃기에 신경 쓰여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결혼 전에도 미래의 남편은 아이 학교 중요한 행사에 참 좋겠단 바람이 있었어요.


  우리가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의 뿌리, 핵심은 부모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해보세요.

그리고 나는 부모님에게 (   )를 원했어. 빈 칸에 뭐라고 채우든 내가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결혼생활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합니다.

바로 시댁, 친정이라는 단골 갈등소재들이지요.

결혼하면 다른 가족이 하나 더 늘어난 꼴입니다. 가풍, 가족들의 성격, 경제관념, 경조사 챙기는 방식, 하나부터 열까지 다릅니다. 그 또한 시댁은 시댁대로, 친정은 친정대로 배우자가 서로의 집안에 한 식구로 어떻게 녹아들어 적응하느냐도 관건입니다. 시간이 꽤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갈등 주제의 하나일 뿐입니다. 금전, 육아, 직장, 여가 등의 주제들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 같은 거예요.



  갈등 주제보다 관계 패턴(부부간 반복되는 상호작용 방식)과 의사소통(대화 방법)이 더 중요합니다. 존 가트맨 박사는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라는 소통 방식이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배우자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고 쉽게 흥분하고 충동이나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을수록 쉽게 이혼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부든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서로 조율되지 않는 것이 10프로 안팎은 있습니다. 종교나 협의할 수 없는 개인 취향 같은 건요. 그런 부분은 아예 논의하지 않는 게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위의 내용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책들을 참고하세요.

<이마고 부부관계치료>

존 가트맨의 감정코칭을 알고 싶다면,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부부를 위한 사랑의 기술>, <행복한 결혼을 위한 7원칙>, <그녀를 모르는 그에게>, <결혼 클리닉>, <우리 아이를 위한 부부 사랑의 기술>

대화법을 배우고 싶다면, <비폭력대화>, <비폭력대화 워크북>, <비폭력대화와 사랑>, <상처 주지 않는 대화>, <분노의 놀라운 목적>



  이혼은 이후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결정입니다.

이혼이 아무리 쉬운 세상이라지만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마음으로 상담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각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무료 상담이 가능합니다.

가까운 사설상담센터에서도 유료 상담을 받을 수 있고요.


  참고로 상담사는 이혼 여부를 결론 내려주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봤던 장면입니다.

어떤 부부치료사와 상담하고 나온 부부가 상담센터 직원에게 불만을 말했어요. 부부치료사가 왜 이혼 여부를 결정해주지 않느냐면서 따졌습니다. 부부가 합의하고 선택한 것에 책임지는 거예요. 상담사는 부부간의 관계방식, 의사소통 방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어떻게 대화하는지 좋은 모델링을 보여주고 심리 교육을 합니다. 감정코칭, 부부간 대화 연습, 생활에서 적용까지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부부상담을 마지막 보루라고 남겨놓지 말고요. 참고 참다가 갈등이 심해지기 전에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패턴이 굳어지면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이 글을 찾아서 읽으시는 분들, 부디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혼이라는 그림자에 비친 결혼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