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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Oct 12. 2018

이혼이라는 그림자에 비친 결혼의 의미

결혼을 생각한다면? 배우자 선택 기준

  

     결혼을 생각한다면? - 배우자 선택 기준 -
     
  최근 몇십년 전과 비교해 확실히 이혼이 늘었습니다.
제 상담 경험으로는 결혼 후 3년 이내 자녀 없이 이혼한 부부가 제일 많았고요. 이혼 시기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신혼여행 다녀와서 이혼을 결심하거나 결혼식 직후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 헤어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관계를 끊는 경우와 결혼 전 파혼도 많기에 실제 이혼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상담센터에 오시는 분들은 남편일까요? 아내일까요?
보통 여성들이 상담을 받고요.
남성들은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거나 그마저도 없이 혼자 견디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러면, 뭐 때문에 이혼하게 될까요?
부부간 언어적 대화와 성적인 대화 둘 다 중요한데 소통이 단절되면 이혼하게 됩니다. 부부라는 연결감, 연대감이 끊겨 남이라고 느껴지면 이혼을 결정하기 쉽습니다.
화려한 결혼식 뒤로 현실적인 결혼생활이 희극에서 비극으로 급변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한 몸에 받으며 꽃길만 걸을 줄 알았죠. 그런데 웬걸! 상상할 수 없는 진흙탕 길 연속이었어요.
     
  제가 상담했던 **씨는 아버지의 잔소리와 딸에게 하는 이런 저런 요구사항을 피하고자 탈출하듯 결혼했어요. 일부 여성, 남성들이 원가족 안에서의 갈등이 괴로울 때 벗어나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합니다. 외적 조건만 보고 배우자를 선택했다면 자신이 감수해야 하는 게 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씨 말은 남자친구가 연애하는 1년 동안 자기에게 참 잘 해줬다는 겁니다. 기념일이면 비싼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와 선물, 달콤하죠. 스펙에 가려 남자친구의 인성을 보지 못한 겁니다. 연애하는 동안은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자신의 약점으로 보일 만한 것은 어느 정도 숨기는 게 가능합니다.
     
  또 한 분이 떠오릅니다.
그녀는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의자에 앉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리셨죠. 그 날은 전남자친구의 결혼식날이었어요. 목하 열애 중인 다른 남자가 있었지만, 현재 연애가 편안했다면 상담센터까지 오진 않았겠지요. 지금 남자친구는 전 남자친구보다 배경 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졌어요. 그녀는 전남자친구보다 그 ‘조건’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랑은 조건을 다 덮어버릴 정도의 감정입니다.
그 사람의 배경을 상실한 것에 대해서는 분하고 억울할 게 없습니다. 독립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그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려고 노력할 거니까요. 상담자인 내가 보기에 참 좋은 조건의 여성이라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그 여성은 나와 비슷한 등급의 사람하고만 결혼할 거라는 생각이 강했던 거죠. 서른 넘은 나이에 조급한 마음이 들고 결혼식 날 보란 듯이 옆에 더 좋은 조건의 남자가 있어야 하는데 속이 쓰립니다.
     
  또 다른 예가 있습니다.
어떤 집안은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학비까지 대주며 결혼을 서둘렀습니다.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한 여자친구 부모는 차분히 사윗감을 살펴보셨고 성기능 이상으로 아기를 못 낳는 사실을 알게 되어 파혼했습니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아기를 낳지 못 하는 사람은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함께 사는 사람은 많습니다. 사랑의 힘으로 자녀를 갖는 것을 포기하고 둘만의 삶을 살겠다고 서약하는 거잖아요. 그런 사랑을 바탕으로 결혼했는데 드물게 아기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사랑이 희박한 확률을 이긴 거죠.
     
  중요한 것은 결혼에 대한 분명한 가치관, 배우자를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있냐는 겁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의견도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만큼 자녀에 대해 속속들이 알며 부모만큼 자녀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서 반대한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 선택 기준 중 제일이 배우자에 대한 애정입니다. 그걸 능가하고 우선하는 가치는 별로 없지요.
     
  어떤 분은 너무 당연한 얘기, 어떤 분에게는 살기 팍팍한 현실에서 너무 고리타분한 얘기로 느껴지실 듯합니다. 많은 남녀들이 배우자감으로 능력이 있다면, 든든한 직장에 다니면, 돈이 많으면, 집이 있으면, 명문대학에 졸업했으면, 등의 바람을 갖고 있죠. 하나의 잣대로만 배우자를 평가하고 선택하면 후회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랑을 바탕으로 여러 세부사항을 따져봅니다. 내가 제일 우선하는 가치관부터 정해 놓으면 사실 배우자 선택만큼 쉬운 것도 없습니다.
     
  **씨가 아버지께서 멀어지고 싶었던 만큼, 어머니의 행동이 답답했던 만큼, 부모님께 배우자감에 대해 여쭤보거나 상의하는 게 어려웠다는 겁니다. 부모자녀 관계가 가깝고, 인생 일대의 결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미리 얘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혼을 후회하는 분들을 보면 이 부분이 아쉽습니다.

  많은 이혼 여성들이 이혼 후 취업 고민을 합니다.
공무원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분들은 제외하고요. 상담 받으며 다른 진로를 찾아보기도 하고요. 이럴 땐 쉬어가는 의미로 시간을 두고 탐색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 후 '진정한 나'를 찾아야지 생각했다면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물론 결혼 후 더 성숙해서 자기실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배우자를 만나면 맞지 않는 옷을 함께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합니다. 배우자의 영향을 받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것인지, 여가엔 어떤 활동이 편안한지 선명한 그림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그림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습니다.
     
  사고, 질병, 이혼 같은 위기가 있었을 때 몇 개월 휴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이 길수록 우울감, 무기력감은 늘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결혼 이전이나 이혼 전에 직업이나 직장을 유지하는 경우는요. 하던 일을 그만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휴직할 땐 어느 정도 쉴지를 정하고 그에 맞춰 진로를 미리 준비해놓는 것이 현명합니다. 위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때까지 기간이 길어지면 다시 내 탓을 하게 되면서 자기 가치감, 존중감이 낮아지므로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암 진단을 내리는 의사들은 환자에게 병세가 약하면,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게 좋다고 권유합니다. 환자일수록 정신건강도 지켜야 하니까요.
     
  물론 이별하거나 이혼한 당사자가 제일 힘듭니다. 이혼도 스트레스 지수 상위 순위에 해당됩니다. 배우자라는 안정적이고 친밀한 사람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또 나는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지 후회되고, 연애 시간이 낭비되었다는 생각에 시간이 아깝고 허무합니다. 연애기간은 나와 상대방이 잘 맞는지에 대한 실험 기간입니다. 어떤 사람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꼭 1년 동안 상대방 겪어보라고 권유합니다. 연인과 싸웠을 때와 술 취했을 때의 반응을 꼭 보라는 분도 계시죠? 그 이유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지, 모호한 상황과 감정에 대한 인내력이 있는지를 관찰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법륜 스님은 상대방이 어린이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라고 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공감 능력과 상대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배려하는지를 보는 겁니다. 자기중심적이거나 아집이 강한 사람은 상대적인 입장을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혼생활의 백미는 대화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자감 고를 때 살펴봐야 할 것은 적절한 감정 처리와 표현을 하는 사람인가 입니다. 존 가트맨 박사는 부부의 15분 대화 경청으로 반응, 대화방식을 연구해서 결혼 성공 확률을 약 94% 맞췄습니다. 여성에 비해 남성들은 가정, 학교에서 의사소통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울지 말라고만 했지, 어떻게 말하고 표현하는지에 대한 긍정적이고 좋은 모델이 없었습니다. 부부끼리 대화만 잘 통해도 성공합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평생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결혼했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유머코드입니다.
비슷한 유머코드를 가지거나 아무리 아재개그, 줌마개그라고 해도 서로 웃고 즐길 수 있는 관계라면 괜찮습니다. 유머는 부부관계를 맛깔나게 하는 건 양념과 같은 거니까요. 제가 존경하는 우애령 교수님 부부관계에 대한 강연은 웃다가 끝이 납니다. 우교수님의 책에는 결혼생활에 대한 에세이가 많은데요. 부부사이의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큰 수확입니다. <우리 아이를 위한 부부 사랑의 기술>, <엄마의 주례사>, <스님의 주례사> 같은 책들도 부부관계에 도움이 됩니다.
     
  제가 상담했던 이혼 여성들은 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거나 결혼이 두려워졌다고 했어요.
이혼하기 전까지 고민하는 시간과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 속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이혼할까 말까를 저울질하게 됩니다. 결혼,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께 심리상담을 추천합니다. 둘만의 관계 속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전문가인 제 삼자가 보기에는 패턴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그것이 수정 가능한지, 아닌지도 전문적인 평가와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최종 선택은 내담자(상담/심리치료를 받는 분)가 하시는 거고요.
마지막으로 미혼이거나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는 분들은 위의 책을 참고해 보세요. 좋은 연애 상대를 찾을 때도 도움이 됩니다. 친구처럼 편안하고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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