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명서재 Jan 31. 2022

드라마 '그해 우리는' 심리분석

자기(self)를 확인하는 연수와 웅(스포 있음)

드라마 ‘그해 우리는’ 심리분석       

‘자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자기(self)’ 확인      


이미지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그해 우리는' 등장인물 소개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연수(29세, 여)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홍보 전문가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고등학교 전교 1등, 4가지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달달한 모습이 있다. 단짠단짠 매력으로 웅이를 휘어잡는다. 할머니와 둘만 사는 동안 배운 세상살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꼭 돌려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결심했다! 어려운 형편에 성인이 되자마자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 안 주고 안 받기!! 이솔이라는 친한 언니만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갈 뿐, 그 누구도 가까워지기를 부담스러워한다.      


최웅(29세, 남)

#움직이지 않는 건물과 나무만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싫어하는 거요? 국연수요. 아니, 국영수.”     

웅이 식당 골목에서 자란 웅이 도련님, 백종원 선생과 비슷한 부모님, 여러 종류의 식당 운영에 밥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대청마루에서 주로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지웅과 함께 있었던 기억만 있는 외로운 아이, 고등학교 전교 꼴찌, 국연수와 다큐를 찍으면서 자기와 다른 모습에 반하게 되고 옆에 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결심했다! 네가 버리지만 않으면 나는 절대 너를 버릴 일이 없어!! 태어난 김에 사는 고양이처럼 햇빛을 보고 앉아있는 걸 좋아하고, 마치 먹고 사는 일은 내가 관여할 바 아니라는 듯 행동했지만, 연수와 헤어진 후 5년 동안 건물 일러스트에 빠져 결국 작가로 유명해지다.     



그해 우리는 드라마에는 유독 비 내리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초여름의 첫사랑을 풋풋하게 그리기에 소나기가 최고! 우리 7080세대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고등학교 3학년 초여름, 한 달 동안 전교 1등인 연수가 꼴찌인 웅이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연수는 촬영비를 목적으로, 웅이는 부모의 성황에 못이긴 척, 영상을 찍기 시작한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그들은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제일 재미난 구경이 싸움 구경 아닌가!     

십대에게는 아직 완성된 ‘자기(self)’가 없다. 청소년기에는 정체감을 만들어가는 시기이자 자기 색이 분명해지는 때다. 우산은 자기를 상징한다. 드디어! 다큐를 찍는 마지막 날, 마지막 장면을 찍어야 하는 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는다. 다큐 피디가 우산을 가지러 간 사이 그들은 어색하고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생애 첫 키스를 경험한다. 


도대체 자기가 뭐기에 자기를 확인하란 얘기인가?


자기(self)란?     

신체와 정신 조직을 포함한 실제 개인의 전체 인격을 가리키는 말이며; “다른 사람들” 또는 자기 외부의 대상들과 대조되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기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상식적 용어이다; 이 용어는 자기-개념, 자기 이미지, 자기 도식(self schemata), 정체성의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런 용어들과 겹쳐 사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기 [SELF] (정신분석용어사전, 2002. 8. 10., 미국정신분석학회, 이재훈)     


그들이 헤어진 이유?


연수는 그나마 있었던 집까지 삼촌의 부도로 인해 잃게 되고, 대학생 생활 동안 정신없이 알바를 해도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그녀는 웅이를 잡은 손에 힘이 빠진다. 재능 많은 웅이는 교수님의 유학 제안에도 자기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 주라며 양보한다. 그 말을 우연히 듣게 된 연수는 자신과 웅 사이에는 너무 깊은 절벽 같은 차이가 있고 자신이 그걸 넘어서기에는 가족에 대한 열등감이 많다는 걸 느낀다.      


국연수는 자신이 오만했다는 걸 뒤늦께 깨닫는다. 

자신은 웅이 없어도 잘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녀대로 일에 빠져 살았을 뿐, 웅이 없는 자신을 마주볼 수 없었다. 10년 만에 다시 찍는 다큐를 핑계로 만난 그들, 연수는 자신에게 홍보를 의뢰한 클라이언트 장도율 팀장과 우연히 술을 마시게 된다. 식당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그녀는 술에 취해 장도율 팀장에서 혀가 꼬인 채 내뱉는다.     



“우산이 없어요.”


우산을 껴안은 채 펴지 않은 연수는 왜 우산, 아니 자기가 있음에도 없다고 생각할까?

그녀는 우산을 손에 꽉 쥔 채 우산이 없다고 말한다. 분명 자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쫙 펴서 온전한 자기를 맘껏 펼치지 못한다. 연수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고등학생 때까지 친구들에게 간식을 시원하게 쏠 수 없었고 그 누구든 자신을 불쌍하게 보는 게 싫어 더 당당하게 쌈닭처럼 말하고 행동해왔다. 주위 시선을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성장하며 점점 자신의 똑똑한 머리와 건강한 신체로 할머니의 보호자로 살 수밖에 없었다. 공부를 잘해 장학금으로 좋은 대학에 가고 졸업하자마자 취업해 쓰러져가는 생계를 본인이 일으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월급 차곡차곡 받아 잃어버린 집도 되찾고 할머니와 생활이 안정되어가며 그녀는 점점 29살이 되어서야 '내가 원하는 게 뭐지?'라는 질문에 당도한다.       


웅이는 든든한 부모의 경제력과 지원 덕분에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하나만 그릴 수 있었다. 웅이는 연수에 비해 자신이 원하는 걸 비교적 이른 나이에 명확하게 알았다. 외로울 때 함께 했던 건 그림밖에 없었기에 자연스레 그림을 팔 수밖에 없었다. 웅이는 그림에 대해 인터뷰가 깊게 진행될수록, 비평가의 혹평을 들을수록,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정말 그림일까?에 대해 의심한다. 하지만 웅이는 연수보다 한발 앞서 자신이 원하는 걸 분명하게 움켜쥐고 잡았다. ‘작가’였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했지만 우선 연수보다 환경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것에 몰두했고 ‘자기’를 찾을 수 있었다.     


우산이 나오는 세 번째 장면, 웅이는 연수에게 우산을 내민다.



연수가 예전에 웅이에게 의존했던 것처럼 자기 우산 안에 연수가 들어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연수는 그런 웅이를 뿌리치고 우산 밖으로 뛰쳐나온다. 잘한다! 


연수는 웅이가 없어도 혼자 살 수 있다는 것, 자신도 자기를 찾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길 바란다. 자신의 일, 직장, 동료를 다시 돌아본다. 자기는 늘 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옆에는 늘 할머니,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는 솔이 언니, 대학 선배이자 회사 대표까지 있었다는 걸. 또한 자신이 원하지 않고 희생하는 삶인 줄 알았는데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멋진 인생 퍼즐이 맞춰져 있다는 걸 확인한다. 홍보전문가가 결국 자신이 원하던 일이었다는 것!,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되찾은 집에 할머니께서 건강히 살아계신 것, 동료들과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것이 전부 자신이 그리던 꿈이었다. 이제야 그녀는 우산을 활짝 편채 자신도 자기를 보호할 수 있고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걸 뽐낸다.      


이렇게 된 건 웅이가 던진 질문이 한몫했다. 

내 인생을 거는 2년, 선택은 그녀의 몫이었다.      


“나랑 같이 파리에 가지 않을래?”


자신이 여기에 남아있는 걸 원하는지, 웅이의 삶에 종속되어 대학 시절처럼 심리적으로 의존해 살아갈지 말이다. - 물론 웅이도 연수에게 의지를 했다. 서로 의존했지만 연수의 심리적인 상태를 강조하기 위해 씀 -     

그녀는 2년 동안 함께 파리가 있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기로 한다. 돌고 돌아와 보니, 내가 찾던 길이었다는 걸 웅이의 질문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연수와 웅이의 반짝반짝이던 고딩 시절과 다시 만나 따뜻했던 29살의 겨울을 생생히 엿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학창 시절 연애하지 못했던 욕구를 이 드라마를 통해 대리충족했다.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준 작가와 배우, 제작진 분들 고생 많으셨어요!!!!      


ps. 엔제이 역(배우 노정의)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쓸데 없이 웬 삼각관계, 그것도 전남친이 국내 최정상 아이돌과 사귈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어요? zero에 가깝겠죠? 현실성 부족한 이런 구도를 작가님은 굳이 왜 만들었을까요?


연예인들이 대표적으로 자기(self)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분명 있으나 대중이 원하는 '나'를 만들고 보여주려다 보면 정말 이게 나인가? 내가 진짜 원하는 걸까?에 대해 가장 혼란스러운 직업이 연예인이기에.. 작가님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설정입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야 뭐 말할 것 없이, 실제 배역처럼 찰떡이었는데!

노정의 배우 연기도 좋았어요!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기를~




저에게 연애상담을 받고 싶다면,

 아래 사이트에서 김세정으로 검색해주세요!



카운슬러 코리아 (counselorkorea.com)

#줌연애상담, #연애심리상담, #심리화상상담, #전문가심리상담 


        

작가의 이전글 [마감]<감정에 휘둘리는 당신을 위한 심리수업>북토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