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가족체계치료(IFS) 가상상담사례 - 보호하는 마음
이전 글을 먼저 읽으면 이해가 더 잘될 거예요.
위의 사람이 심리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가정할게요.
우선 어떻게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듣습니다. 상담 방향을 잡을 때 신청 계기와 가장 우선시할 목표를 정합니다. 여러 어려움의 시급성, 중요도를 확인해서 내담자와 합의하에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그가 말합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억울한 일이 일어날까요? 오해받는 상황이 또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목표는 억울한 상황을 줄이는 게 아니에요.
상담의 목표는 내담자가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 신념, 태도를 조율해서 예전의 습관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새롭고 건강한(나와 상대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외부에 부당한 일을 줄이거나 만들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힘(셀프, 회복탄력성, 등)을 키워 스스로 조절하고 핵심감정이 건드려지는 일을 극복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전체적인 상황을 스케치하듯 탐색하고 그의 억하심정을 알아줍니다.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는 충동’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로 동의했어요. 왜냐하면 이게 계속되면 다음에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상담사 : “주로 어떨 때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내담자 : “상사에게 보고했음에도 자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걸 봤을 때, 욱하고 올라왔어요.”
상담사 : “직장을 그만두면서 상사한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었어요?”
내담자 : “어디 너도 책임지고 고생 좀 해봐라 싶었죠.”
상담사 : “다른 사람들한테는 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었어요?”
내담자 : “내가 얼마나 억울한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직장을 그만둘 정도로 부당하게 당했나보다 알리고 싶었어요.”
상담사 : “언제부터 사람들이 억울한 걸 알아줬으면 했어요?”
내담자 : “첫번째 직장 그만뒀을 때부터요.”
상담사 : “만약 **님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땠을 것 같아요?”
내담자 : “아마도 지금 잘 다니고 있겠죠? 이렇게 상담받을 일도 없고, 퇴사한 거 후회하지 않아도 되고.”
상담사 : “직장을 그만둬서 좋은 이유(의도)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내담자 : “그만둬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다 안 좋은 것만 있는데요?”
상담사 : “잠깐 판단을 멈추고,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좋지 않을 만한 일이 예상되는 게 있을까요?”
내담자 : “아마 계속 일했다면 중간중간 사무실에서 뛰쳐나가는 상상이 되고요. 억울해! 왜 나만 피해받아야 해? 속으로 불평하면서 다녔겠죠.”
상담사 : “그런 울분을 반복해서 느낀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담자 : “너무 무기력해질 거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상담사 : “그렇게 느껴졌던 적이 있을까요?”
내담자 : “글쎄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요.”
상담에서의 대화가 이럴 수 있음을 가정하고 쓴 거라 어색하죠?
내담자가 마지막 말을 저렇게 했다면 상담사는 다시 탐색해야 합니다.
내담자가 첫 직장을 다니면서 피해 경험과 어린 시절의 오해받은 경험까지 비슷하게 느낀다면 어떨까요? 그 자체가 괴롭기에 똑같은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위의 대화에서 그는 의식적으로는 어떤 사건이 없다고 말하지만, 무의식에서는 어린 시절의 억울했던 경험을 재경험할까봐 두려워합니다.
아버지에게 이유 없이 혼났던 상황과 직장에서는 완전 별개의 일이지만 비슷하게 느껴지고 그로 인해 예전 경험이 반복될까봐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혼냈을 때 변명했지만 들어지지 않은 것과 상사에게 충분히 자기가 한 보고를 증명했지만 징계를 받은 것을 유사하게 지각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호통치는 소리와 표정, 날카로운 눈빛과 쏘는 말투, 등이 공포를 만들어 얼어붙기 반응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수치심, 무가치감, 무기력, 울분을 참는 답답함을 경험합니다.
직장은 이와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예전에 ‘반복했던 무기력감과 울분을 재경험할까봐’ 피하게 됩니다. 또 이런 감정이 느껴지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직장을 그만둡니다.
(매니저와 소방관 역할은 'IFS 가상 상담사례' 지난 글에서 확인하세요.)
'직장을 그만두는 충동과 행위'는 매니저이자 소방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호하냐면요.
매니저는 퇴사함으로써 그 뒤에 있을 자신의 좁아진 입지, 비교당하는 경험, 다른 사람의 눈초리를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 직장을 쭉 다니면 예상되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애초에 피하게 만드니까요. 핵심감정이 억울감, 울분을 건드리지 않게끔 보호합니다.
소방관의 역할은 내담자가 핵심감정이 건드려지자마자 느끼지 못하도록 꺼버리거나 피하게 만들어요. 직장에 항변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경험하면 바로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게 합니다.
소방관은 '퇴사밖에 답이 없어!' 하고 내담자에게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피해가 없을지 살피는 게 아니라 즉각적으로 내담자를 불길 같은 감정에서 구해냅니다.
핵심감정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려는 좋은 의도로 '퇴사'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했지만, 실제 삶에서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평판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짧은 경력만 지속되면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지니까요.
여기에서 상담사는 내담자에게 중요한 협상?을 합니다. 제안이나 희망 제시라고 할 수 있어요.
그가 핵심감정을 경험하더라도 안전하게 느끼고 조절할지 방법을 안다면?
‘퇴사’라는 극단적인 방법 외에 새로운 길이 있다면?
직장에서 억울한 일이 또 있더라도 내가 울분과 오해받는 느낌을 잘 조절한다면?
사람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거나 부당한 부분을 조율한다면?
직장 내에서 내 편을 찾거나 만들어서 함께 견딜 수 있다면?
그러면 이직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우리는 어린 시절 ‘중요한 경험’에 대해 대화나누고 직장에서의 억울함에 대해 풀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시간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대면하는 것도, 핵심감정을 느끼는 것도요.
하지만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부디 주위에 따뜻한 곁이 있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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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