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효과를 바란다면 유턴하세요!
당신은 일방통행인가요? 유턴이 되나요?
- 심리상담 효과를 바란다면 유턴하세요!
심리상담에서 유턴(U-turn)이 무슨 말이냐고요?
운전할 때, 목적지가 달라지면 자연스레 차를 돌리잖아요.
마찬가지로 상담 안에서 상대에게 가는 주의 초점을 나의 내면으로 돌리는 거예요. 궁금함을 가지고 나한테서 원인을 찾고 질문합니다.
상담에 오시는 분은 여러 가지 바람이 있어요. 나 자신과 타인을 바꾸고 싶어합니다.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배우자나 자녀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AI 때문에 해고되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일해요?
너무 막막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게 돼요.
내담자의 절실한 욕구가 상담 목표가 됩니다. 하지만 상담 방향을 정할 때 나 말고 외부의 것만 바뀌기 바란다면? 중간에 길을 잃어버려요.
자신 외에는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없거든요. 이럴 때 유턴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나한테 어떻게 했다는 얘기를 40분 정도(보통 상담은 50분) 나누고 상담실 밖으로 나갈 때는 배우자 뒷담화한 기분으로 자책과 후회가 들거나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하면서 허무해집니다.
'이 아까운 시간을 배우자 욕하는데 보냈다고?'하면서 '상담이 도움되지 않아, 혹은 상담사가 무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담 초반에는 내담자가 쌓인 얘기가 많아서, 답답해서, 상담사가 충분히 들으려 합니다.
하지만 1, 2회기가 지난 시점에서는 그 패턴으로만 가게 되면 실제 치료가 일어나기 어렵거든요.
따라서 내담자의 호소와 연결해 처음 상담방향을 정할 때 유턴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남편 말하는 습관을 고치면 좋겠어요.
아이가 친구가 하나도 없어요. 외향적으로 바뀌기를 원해요.
유턴이 잘 된다면?
남편이 어떤 말을 어떻게 해도 나의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지금까지 습관적인 반응을 지혜로운 반응으로 바꾸는 걸 목표로 잡아요. 특히 어떤 말에 자극받는지, 어떻게 대처하면 가장 현명하고 부부관계가 건강해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상담 중반 이후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대화할 때 좋은 본보기를 보이면 남편의 언어습관도 조금씩 스며들어 달라집니다.
물론 억울합니다!
'잘못은 그 사람이 했는데 내가 왜?'
'내가 노력하면 상대도 해야지, 왜 나만?'
억울함이 이해됩니다.
하지만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지름길이 바로 앞에 있다면?
유턴은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제일 빠른 길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변한다고 배우자가 바뀔까?' 싶어 상담사 말을 잘 믿지 않아요. 내 반응과 대처가 바뀌면 상대도 자연스레 달라진다는 것에 대해서요.
상담 초반에 긍정적인 경험이 중요한데요. '내가 발끈하지 않았더니 상대도 그냥 지나가더라. 내가 캐묻지 않았더니 상대가 바로 답해주더라.' 이전과 다른 지점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알아차려야 합니다.
예측되는 반응에서 새로운 반응을 보여주려면, 우선 내가 진정된 상태여야 합니다.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남편이 변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나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상담받기 전에 가족여행 가는 게 소원이었는데 진짜 가게 되네요!
남편이 제가 원하는 걸 해줬어요. 예전에는 그렇게 말해도 듣지 않더니 신기해요.
제가 감정조절이 되니까 와이프도 금방 차분해지더라고요.
위와 같은 얘기를 하게 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친구가 없으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자신에게 묻고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에게 무관심하거나 돕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자녀로 인해 부모의 내면에서 뭐가 트리거되는지 잘 알고 소화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친구 사귀라는 압박을 주거나 내성적인 모습을 비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어떤 모습, 성격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아이가 원할 때 어떻게 하면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지 얘기 나누거나 방법을 알아볼 수 있어요. 부모의 가치관을 아이에게 주입시키지 않고 아이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관찰하고 기다리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의 내향성을 답답해 하고 얼른 바뀌기를 채근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속도대로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관계전략을 만들어가요.
특히 부부상담에서 유턴이 중요한데요.
서로의 잘못,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담 시작이 어렵습니다.
상대가 꼭 치료받아야 하고, 얼마나 못된 행동을 했는지 치료사에게 이르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지요?
커플치료 초반에는 각자의 더듬이가 외부로 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유턴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나도 이 관계에서 기여한 게 있어.
나의 어떤 부분이 남편(아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나보다.
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아내(남편)가 가장 힘들어할까?
순수한 호기심 어린 눈이 내 내면으로 향해야 합니다.
관계는 함께 추는 춤이니까 어떤 관계든 한 사람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남편이 어떤 방향으로 아내를 끌어당기는지, 아내가 어떤 속도로 남편에게 다가가는지, 몸동작과 비언어적인 반응이 서로 미묘하게 영향을 줍니다.
오늘 글에서는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주위에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일방통행을 멈추고 유턴하자!
내 내면에 따뜻한 눈길을 주고
어떤 게 불편했는지 부드럽게 찬찬히 물어봐주세요.
내 안의 목소리는 의외의 답을 들려줄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