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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Dec 23. 2018

2. 애착? 뭣이 중헌디!

안정애착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다시 맺을 수 있어요.

  애착은 감각경험이 필수적입니다.

감정과 욕구의 민감한 조율과 알 수 없는 자신의 상태와 경험을 주양육자에게 공감, 수용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기가 태어나 1년만이라도 안전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하고 바랍니다.


  애착은 오감각 기관으로 경험됩니다.

  엄마와 눈을 마주치고 엄마 품에 자주 안기고 엄마 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오며 엄마 목소리가 귀에 감기고 엄마 젖을 맛보고 있는 상태가 완벽할 겁니다. 물론 24시간은 아니고요. <하루 세 시간 엄마 냄새>에 나온 것처럼 하루 총 세 시간 정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꼭 모유가 아니어도 되고 수유 시간 동안 엄마와 아이의 교감이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들이 아기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폰이나 TV에 시선이 가있다면 아기는 엄마에게 자기가 제일 우선이라고 느끼지 못합니다.


  자녀는 생애 초기에 부모에게서 목숨처럼 중요한 애정 욕구가 좌절된 경우가 많습니다. 애착 욕구는 아기들의 공기이자 모유입니다. 단순히 말해 아기 때 엄마에게 안기고 싶을 때 안기고 아빠와 놀고 싶을 때 놀고, 내가 다치거나 안심하고 싶을 때 얼른 안전기지인 엄마 아빠에게 가서 마음을 충전합니다.


  우선 생리적 욕구가 시기적절하게 대체로 만족되었다면, 신뢰감이 생겨 애착 욕구에 몰두합니다. 엄마 눈을 마주치고 엄마 냄새를 맡고 자기 몸에 느껴지는 뱃속 양수의 압력처럼 엄마의 몸과 딱 붙어있는 피부접촉이 있어야 안심합니다. 배속에 넣고 다니는 캥거루와 등에 업고 다니는 코알라를 연상해 보세요.



  안정애착을 위해 엄마와 아기의 초기경험(생후 3개월)에 대해 세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피부접촉이 중요합니다.

  태어난지 한 달 정도 엄마와 아기는 마치 한 몸처럼 느끼는 공생기이기 때문에요. 가능한 오래 밀착해서 스킨십을 하는 게 좋습니다. 여건이 되면요. 엄마나 아기 한 명이 아프다면 현실적으로 어렵겠지요. 그렇다면 아기를 자주 안아주거나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겠고요.

미숙아의 생존률은 엄마와 얼마만큼 피부접촉을 하느냐, 교감이 잘 되느냐로 결정됩니다. 엄마가 옷을 입지 않은 가슴이나 배 위에 아기를 올려놓고 심장 박동 소리, 목소리를 들려주고 아기와 피부접촉을 최대화합니다. 미숙아뿐만 아니라 제왕절개나 임신 주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온 아기들 같은 경우 캥거루 육아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엄마는 아기가 깰까봐 두려워 가능한 몸을 닿지 않고 떨어져 잤거든요. 이런 경우 아이가 클 때까지 오랜 시간 엄마와의 애착을 위해 피부접촉을 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예부터 전해오는 우리나라 포대기가 아기를 안정감 있게 안을 수 있어 요즘 엄마들이 주로 쓰는 아기띠보다 안전하게 보입니다. 애착을 맺는데 이만한 도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코알라처럼 어딜 가든, 집안일을 하든, 아기를 재우든 엄마와 아기가 딱 붙어 있잖아요. 물론 저도 아기띠를 썼습니다. 여기저기서 여성의 인권과 그러다 엄마 허리 나간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엄마의 스타일엔 치명적이지만 집안에서만이라도 포대기하는 것을 권합니다. 아기가 어느 정도 커서 머리를 가누고 등에 업히기 안전할 만큼 몸무게가 되었을 때 말이에요.

  세 번째는 산후조리원보다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게 더 낫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이고 조리원 이용 선택은 자유입니다. 조리원에 들어간 것을 지금까지 후회합니다. 심리적으로 집보다 편한 곳은 없거든요. 엄마 마음이 편해야 아기도 편한데요. 아기는 늘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모자동실에 있을 수도 있지만 비용을 더 들여서 일부 들어갈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누군가 산후조리를 돌봐주실 분이 있다면 집에서 아기와 시간을 보내시는 걸 추천합니다.

  왜 자기는 안 했으면서 이렇게 말하냐고요?

초기애착 맺기에 실패하면 그 이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첫 아이를 키울 경우 엄마가 경험이 없어 아기에게 민감한 조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팁을 알았다면 하는 후회가 많았습니다.

저는 아이와 초기애착을 잘 맺지 못해 엄청 애를 써서 회복했기에 아이 키우면서 정말 수십번 배속에 다시 넣어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던 엄마입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선생님과 친구와의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실수했을 때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공감 받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충족, 좌절되었는지에 따라 만족과 불만, 신뢰감과 불신감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애착욕구를 채우는 것보다 채워지지 못했을 때가 더 중요합니다. 완벽한 부모는 없고 모든 욕구는 충족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기 전에 욕구 조절, 지연, 좌절한 상황에서 자기 공감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이것은 아기 혼자 발달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부모에게 공감 받고 감정이 담아지는 경험이 반복되어야 성장한 후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습니다.


  이는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 17일만에 구조된 박승현님, 평소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었다고 했는데요. 17일이 3일 같았다고 합니다. 꿈꾸는 것 같았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고 해요. 옛날 인터뷰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부모님이 맞벌이였는데 어머니께서 일하고 집에 들어오시면 자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주고 따뜻한 저녁밥을 차려주셨다고 해요. 저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랑이 그녀를 생존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애착이 어긋나 불안정 애착관계를 맺고 뭘 해도 부모의 기대에 들지 않을 것 같은 허무함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가 나에게 애착 관계를 다시 정립하여 안정애착으로 바꿔줄 수 없다면,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행동을 통해 누가 뭐라 해도 자기 편이 되어주고 친해지는 거예요. 자기와의 관계를 잘 맺는 겁니다. 혼자 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요. 실망하실 게 없어요. 이성친구, 배우자, 자신의 자녀, 심리치료사 등을 통해 애착을 재정립할 기회를 다시 얻게 됩니다.


  제 내담자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어요. 자신의 남자친구와 엄마, 아빠가 아기 키우듯 서로를 잘 성장시켰다고 합니다. 그 내담자의 어머니는 자기애적인 성향이라 내담자와 회피애착을 맺었거든요.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안정애착으로 바뀌었어요. 사람을 믿고 상대방의 감정에 맞춰주고 서로 힘들면 위로를 주고받는 관계로 말이에요.


  애착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에요.

관계의 원형은 부모와의 관계가 뿌리여서 어느 정도 패턴이 정해져서 나오지만 분명 바꿀 수 있습니다. <나는 아직 나를 모른다> 저자 허지원 선생님 말씀처럼 나에게 중요한 사람(가족, 애인, 친구, 등)이 자신의 조건과 상관없이 믿어주고 감정을 수용 받는 경험을 5년 안팎 동안 경험할 수 있다면 좋습니다.  


  권영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돼요. 그 사람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다리는 사람이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질문 1. 나는 주양육자와 어떤 애착이었을까요?

(주양육자는 나를 실제로 만3세까지 돌보고 키워준 사람을 말합니다. 가족, 조부모, 친척 등. 애착유형은 크게 안정애착, 불안정애착으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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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애착이 현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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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만약 안정애착을 원한다면, 누구와 다시 맺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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