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바라보세요.변화의 시작은 나라는 걸요.우리 모두죠.-주토피아대사
우리는 ‘이혼 결정’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이혼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남편과 계속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걸까? 처음 내담자를 만날 땐 대부분 갈팡질팡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있을 때죠. 당연합니다. 몇 개월에서 몇 십 년의 결혼생활은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이 바뀔 정도로 수많은 계산에도 결론 나지 않는 애매모호함의 극치입니다. 결혼해도 안 해도, 이혼해도 안 해도 후회하는 부분이 분명 생기거든요.
우리는 어떤 결정이 최선이 아니어도 차선책은 될 수 있는지 고민했어요.
이혼 결정하는 상담에서 부인들의 경제적인 상황은 다양했어요.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아 부인이 돈을 버는 경우도 있었고요. 부인이 시간제 일이나 안정적인 공무원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혼 후 부인이 자녀를 키우는 동안 교육비, 생활비를 지원해야 하는 게 맞지만, 남편의 경제적 지원이 약한 경우 이혼을 다시 무르고 싶기도 합니다. 예상했던 지원을 받지 못 하면 자녀와 함께 심한 생활고를 겪으니까요.
보통 주부로만 살았던 내담자 분들이 이혼과 동시에 경제적인 독립에서 두려움을 느끼십니다. 시간제라도 잠깐 일을 경험해보신 분들은 경제활동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돈벌이'가 되는 일을 경험했는지 아닌지가 두려움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대차대조표 작성하듯 남편에 대한 애정과 현실적인 문제를 저울질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개념이니 깔끔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죠.
먼저, 이혼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하면요.
결단이 필요합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사랑도 행위이며, 노력이 필요한 거니까요.
남편 혹은 아내를 위해 내가 변하기로 결심하고 의사소통 패턴 바꾸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이 때 억울한 듯 말씀하십니다. 왜 나만 노력해야 하냐고. 결론은 상담에 오신 분, 당사자가 자신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 왔지만, 우리와 관계 패턴이 변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바뀌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다르게 반응하면 상대는 처음에 당황합니다. '어! 부인(남편)이 달라졌네. 뭐 때문에 그러지? 얼마 동안 가는지 보자.' 하고 처음엔 의심스러운 눈길로 지켜봅니다. 아니면 '원래 하던대로 해.' 하면서 오히려 엇나가는 언행, 패턴대로 하는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 변화의 물꼬를 튼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면서, 둘간의 관계와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눈이 생겨요. 우리가 결혼생활에서 하는 많은 관성, 습관, 무의식적인 언행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자꾸 수면으로 떠오르고 내가 의식적으로 감정, 말, 행동을 선택할 수 있으면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예전대로라면 나를 자극하는 어떤 단어만 써도 화나서 바로 공격적인 말로 대응하고요. 조금만 늑장부리고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네가 그러면 그렇지!' 하고 서슴없이 비난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요. 다시 관계에 금이 가게 마련입니다.
심리상담 3개월 정도, 변화의 실마리를 잡기 시작해서 연습까지 기간이요.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자는 조금씩 느낍니다.
우리 남편 또는 아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러면 격한 대화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뱉었던 말에서 조금씩 골라 순화된 언어로 바뀌고요. 상대를 수동공격하거나 좌절시키기 위해 일부러 했던 행동을 하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내가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는 만큼 배우자도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자주 경험했잖아요. 그러면 계속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요? 한 사람이 줄을 천천히 놓으면 되죠.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안아주는 거예요. 우리 이제 지겨운 힘겨루기를 끝내자고요.
이렇게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망과 무력감이 들었겠어요. 우리는 뭔가 수없이 시도했는데도 결과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으면 바로 이혼하고 싶은 충동이 들죠. 지난한 상담 과정을 거친 다음, 종국엔 어떻게 되냐고요?
한 사람이 변하기로 마음 먹고 노력하면, 상대 배우자는 반드시 변합니다.
문제는 변화의 방식과 방향입니다. '어떻게'가 중요하죠. 이 때는 줄다리기하는 배우자만 있어서는 전체적인 맥락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간에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패턴을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다른 60대 여성분은 남편이 그동안 바람을 지속적으로 피워왔는데 지금까지는 내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이젠 참기 어려워 황혼 이혼을 한다고 하십니다. 제가 여쭤본 것은 30년 결혼생활 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남편의 바람이 '지금 이 시기에' 불편해지신 건 어떤 계기가 있을까 였어요.
얼마 전에 바람피운 상대 여자가 만나자고 해서 나갔더니 언니가 자기 좀 봐달라고 하소연하더라. 그래서 내가 이런 기가 막힌 일까지 당하면서 남편과 결혼 생활을 지속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하셨어요. 우선 30년 동안 어떻게 얼마나 참아오셨는지에 대해 이야기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남편분의 성장사를 물었어요. 예상대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 분은 친어머니가 어릴 때 돌아가시고 새어머니가 키워주셨거든요. 새어머니도 노력하셨겠지만 어린 아들을 다독이지 못하고 외롭게 키우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남편분은 엄마처럼 자신을 달래주고 인정해줄 사람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신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남편분 연세는 60이 넘었지만, 실제 내면아이는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유년기에 멈춰있을 거라고요.
그 말씀을 드렸더니 생각난 듯 말씀하십니다. 남편이 30년 동안 입에 달고 산 말이 있다.
"너는 왜 나한테 그렇게 대하냐? 엄마처럼, 누이처럼 대할 수 없겠느냐?"는 말씀이었대요.
내가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동안 엄마처럼 누이처럼 따뜻하게 대하기보다는 바람 피우는 행동이 괘씸해 냉정해지고 매몰차게 대했다고 하십니다. '남편은 그걸 원했는데 내가 그걸 못해줬구나.' 하고 알아차리십니다. 그 분은 정말 이해가 빠르셔서 제가 한 마디 하면 자신과 남편에 대한 이해를 열 마디로 답해주셨습니다. 단회 상담으로 끝나고 일주일 후 연락을 한 번 드렸더니 이제 상담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십니다. 남편을 이해하게 됐으니 원하는 대로 대해주려고 한다고 하십니다. 정말 대단한 결심이시죠. 그 분의 넉넉한 품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분들도 이렇게 하시라고 쓴 글이 아닙니다. 각 상황은 모두 다르고 선택도 각자의 몫입니다.
다음 매거진에는 이혼을 선택하신 분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임을.' 글입니다.
질문 1. 이혼을 생각해본 적 있다면 언제인가요? 그 때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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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이유가 있다면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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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2번의 답변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과 바꿀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해 기록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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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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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변화를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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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6.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하는 건 어떨까요? 자유롭게 쓴 다음 실제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줄을 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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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7. 내가 쓴 글을 읽어보고 진정 원하는 게 뭔지, 가장 깊은 욕구가 뭔지 느껴보세요.
그것이 부모님께 충족되지 못했던 사랑, 인정 욕구인지 주양육자로부터 받았던 상처 경험과 관련된 건가요? 부모님과의 관계와 배우자와의 관계를 연결한다면, 어떤 부분이 비슷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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