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 됐고 잠시 정리했던 프리랜스 일을 다시 시작할 계획을 세웠고 또 몇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준비하며 초여름을 보냈다. 그리고 그동안 트위터를 쉬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가정보육이 장기화 되면서 2월에 예상했던 대략적인 타임라인과는 달리 대학원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준비하는 동안만이라도 스크린타임을 좀 줄여보자 생각하게 됐었는데 막상 그렇게 하다보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올해 아니지 1-2년 새에 트위터를 한다는 것에 대해 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들이 있었고(친구들이랑 야 이제 우리 진짜 트위터 그만해야돼 <- 이런 것은 제외다 이것은 의미값0의 추임새 술주정 그런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로 트위터를 십년 했다는 알림이 떴는데 그걸 보니까 좀 뜨악스러웠다.
내가 살면서 십년을 꾸준히 한 게 또 뭐있나? 물론 트위터도 꾸준히 한 건 아니고 십년동안 부침(?)이 있긴 했다만 여튼 성실히 뭔가를 지속한 것은 맞는 일이었다. 최근 4-5년간에는 더 그랬고. 그러니까 내가 십년을 나의 자유의지로 한 것은 트위터 빼곤 피아노밖에 없는 것 같은 것이다! 세상에 넘나 충격적! 주변에는 트위터 중독을 좀 고쳐야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실 중독이라는 것도 엄연한 병명인데 그렇다기보단 루틴을 바꿔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다. 아주 작은 사소한 습관들. 하루를 시작하고 닫고 연결하는 일상의 ritual들을 다시 세우고 싶어졌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서 눈뜨자마자 핸드폰 켜고 단체방에 쌓인 메시지들, SNS의 타임라인들을 확인하는 행동들 같은 것들. 그런 걸 좀 덜하게 되길 바랐다.
트위터를 하는 게 여러 면에서 소모적이란 생각이 드는 일들도 많았다.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됐고 무엇보다 책을 내고 인터뷰를 하며 그런 일들이 더 이상 트위터에서만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는 일을 겪으면서 환멸이 들기도 또 당연하게도 상처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나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서 너무 빠르게 판단하게 되고 짧은 문장들로 일단 뭔가를 말해버리는 흐름에 익숙해져서 나중에 생각해보면 후회가 되는 일들도 있었다. 조금 천천히 생각들을 다듬으며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쓰는 일이 필요하겠단 마음이다. 이제 또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더 그럴 것 같고.
트위터에는 여전히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멋진 태도, 건강한 생각들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바꿔놓은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타임라인에서 알게된 어린이들이 어떻게 지내나 한번씩 궁금하기도 했다. 여전히 최애는 옥토넛인가요? 더워졌는데 마스크 쓰는 건 다들 어떤지, 당근 유치원 책은 좋아하나요? 지난주말 부분일식은 신기해들 했는지. (바당이는 슈퍼윙스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래도 여전히 본진은 옥토넛이고요, 그 사이 이큐의천재들 처돌이가 되가지고 다른 책은 한 권도 안 읽어요(저도요! 저도 읽지 말래요!! 나참) 부분일식엔 관심이 전혀 없었고요.)
여튼 트위터는 여전히 내가 다른 여성, 양육자, 페미니스트를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이고 두어 달 쉬면서 이제 트위터를 좀 건강한 마음으로 띄엄띄엄 할 수 일겠단 생각에 로그인을 했다. 로그아웃하고 중독을 고친 것 같으니 로그인을 한다!! 그리고 나는 이제 대학원생!! 트잉여의 완벽조건을 갖췄어!! <-
나는 여전히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양육문화/교육환경 등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이 있다. 내가 하는 여러가지 일들 속에서 이 문제를 녹여낼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단 생각이다. 마케터로서도 양육자로서도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도. 어쨌든 뭐라도 하는 것,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나의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여전히 잘 살펴보고 싶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하고 또 더 할 일을 만들어보고 싶다. 여튼 그래서...브런치를 열심히 하겠다는...!!! 그런 일 년 째 하고 있는 공수표를 또...이렇게...!!!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이렇게 써놓으면 수습을 위해서라도 뭐든 어떻게든 쓸 테니까.